"짜깁기 번역은 안돼"… 고전 완역시대
셰익스피어 전집 40권
쥘 베른 전집 20권…
독자 요구수준 높아져
▲ 쥘베른 전집을 번역하고 있는 김석희 씨. | |
소설가 이윤기씨는 앞으로 10년간 셰익스피어 전집 40권을 완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린이를 위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아이네이아스’를 번역한 딸 다희씨와 함께하는 대장정이다. 이번주 첫 번권 ‘겨울이야기’를 시작으로 6월 ‘한여름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잇달아 출간한다.
번역문학가 김석희씨는 내년까지 쥘 베른 전집 20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지구에서 달까지’ 등 현재 8권이 나왔고 이달 2권이 더 출간된다.
‘완역문화’가 한국 출판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 고전 문학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솔출판사는 카프카 전집을, 책세상 출판사는 카뮈 전집을 출간 중이다. 추리소설의 고전인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전집도 이미 나왔다. ‘엄마찾아 삼만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글 이야기’ 등 어린이 문학의 고전들도 완역본으로 내야 젊은 엄마들이 선택한다.
발췌역이나 중역본은 이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동안 우리 말로도 어색하고 내용도 어리둥절한 짜깁기가 판치던 고전 번역들이 새로워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긴 ‘OECD’ 회원국의 문화적 면모로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셰익스피어 전집을 기획한 북21의 임병주 이사는 “일본은 셰익스피어 전집을 1929년에 완역했다”면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번역이 아니라 제대로 된 번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완역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 학력과 외국어 수준이 높은 독자들은 엉터리 번역본을 읽기보다는 아예 온라인을 통해 원저를 찾고 있다. 열림원 김이금 주간은 “과거 독자들은 줄거리만으로도 만족했는데 요즘 독자들은 중역본과 완역본의 차이를 알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 소설가 이윤기씨와 딸 다희씨는 향후 10년간 셰익스피어 전집 40권 완역에 도전한다. 조선일보 DB | |
전문번역가 층이 두꺼워진 것도 완역 문화를 만드는 데 한 요소가 됐다. 완역은 원전 언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정통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90년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를 번역해 히트작으로 만든 이윤기씨는 소설 ‘숨은 그림찾기’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우리말 맛을 살린 번역으로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일어·영어·프랑스어에 모두 능통한 김석희씨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시리즈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완역이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우리말 실력과 상식, 전문 지식을 두루 갖춘 번역가 확보다. 최근 한 대형 출판사가 펴낸 영국 고전 추리소설 완역본은 중미 카리브해 지역을 이르는 ‘서인도제도 사람’을 ‘서부 인디언’이라고 번역하는 등 작품 이해를 방해하는 수준의 오역으로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