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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 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한다. 그게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다. 그냥 TV에서 SF 영화를 하면 거의 빼놓지 않고 봤던 것 같다. 왜 공상과학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일까? 나는 그다지 과학엔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이것마는 예외였던 것 같다.
SF의 비주얼한 영상이 좋아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체험하지 못한 가상의 세계는 확실히 미지의 세계고 관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가상역사 21세계 세기>는 2018년에서 2045년등, 정말 그때가 되면 내가 존재할 확률은 거의 희박한 상태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 누가 알겠는가? 2005년 오늘 이 시간 나의 이 허접한 리뷰를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 그때도 버젓이 살고 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아직도 20세기를 살고 있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난다. 그때 난 사춘기였고 분명 세기 말을 살고 있었지만 감히 21세기를 맞이하게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언젠가는 맞아할거라고 해도 너무 막연했었다. 하지만 나는 살고있고 드디어 감격의 21세기를 맞이했고 오늘 2005년을 살고 있다.
내가 사춘기를 보냈을 그 시절에도 오늘을 예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므로 21세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과학의 눈부신 진보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예측이 가능했고 범주화가 가능했다. 그것은 인간의 앞선 예측 가능한 과학적 업적이 그것을 가능케했고 그에 따른 많은 인간 삶의의 문제와 부작용을 야기시킬 것도 지적해냈다. 그런데 이 <가상역사 21세기>가 무엇이 새롭단 말인가?
아무리 2005년을 훨씬 지난 싯점에서 썼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익히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 그리고 대두될 것을 픽션이란 당의정을 입혀 정리해 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전망은 있으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러할진데 거기에 굳이 거창하게 '역사'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그 앞에 '가상'이란 단어도 넣긴 했어도 말이다. 또 그러기엔 무책임하게도 보인다.
역사란 무엇인가? 과거만을 얘기하는 것은 역사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통해 인류의 삶을 좀 더 심도있게 조망해 보는 것이 또한 역사가 아닐까? 그런데도 '가상역사' 라는 말을 서슴없이 썼다. 이 제목이 살아있으려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를 다루던가 아니면 제목을 달리했어야 책의 가치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좀 더 심플한 거라면 먹히지 않았을까 한다. 책은 묵직하되 그 내용은 보여지는 것에 비해 비교적 그리 묵직하지 않다. 그래서 나 같이 '과학'이라고 하면 고개부터 갸웃거리고 보는 사람에겐 그럭저럭 먹힐만 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소 실망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겠지만.
또 다른 아쉬움이나 의문은 앞으로의 세기를 이 책에선 너무 어둡게만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에서처음 논의된 것은 아니겠지만, 앞으로의 세기가 정말 어둡기만 할 것인가에 나는 의문을 단다. 물론 그럴 확률은 반반일 것이다. 물론 인간이 이기주의를 버리지 않는 이상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선가는 이기주의를 질타하고 반전주의자들과 환경주의자들은 존재한다. 물론 그들도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기에 그렇게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상을 다시 평화를 되찾고 밝아졌다는 얘기를 하면 안될까?
이 책은 시종 '미국적'이란 느낌이 참 많이 들었다. 공저자 중, 마이클 화이트는 영국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미국 사람이다. 요즘 책을 쓰는 경향이 영화화될 것을 생각하고 글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의 메이저급 영화사 드림웍스가 판권을 사들여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이란다. 그래서 그럴까? 읽는 내내 영화적 상상이 어느 만치는 가능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 모르긴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큐멘터리는 아니리라. 픽션이 섞인 다큐멘터리겠지.
그래도 내가 이 책에 별 세 개를 주는 건 저자에 비해 번역자의 번역이 마음에 들어서다. 역자에 대해선 나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지만 모르긴 해도 번역 잘 하기로 이름난 사람 중 한 사람인 것 같고(바람구두님의 리뷰에서) 매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