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다본 쥘 베른의 몽상


"원자력 잠수함·달착륙 등 인류 발전 예견한 과학소설의 아버지"
지구에서 달까지·카르파티아 성 / 쥘 베른 지음|김석희 옮김 열림원

15소년 표류기 / 쥘 베른 지음|김윤진 옮김 비룡소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이 세상을 떠난지 올해로 100년이다. 그의 작품들에는 흔히 ‘공상과학소설’이란 이름표가 붙지만, 쥘 베른이 그린 ‘미래’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의 상상력이 현실 곳곳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마차와 증기기관차의 시대에 살았던 쥘 베른은 80여편의 작품 속에서 통찰력 있는 예지로 미래 사회에 실현될 세계를 묘사한다. 산업혁명의 성공을 목격한 19세기 서유럽 지식인답게 그는 기술 발전과 인간의 미래를 낙관했고, 인간의 도덕과 명예, 모험, 도전 정신을 숭앙했다. ‘몽상’했던 원자력 잠수함, 인간의 달 착륙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80일의 세계일주 기록은 80시간으로 단축됐다.

이번에 처음 한국어판이 나온 ‘지구에서 달까지’(1865년)는 남북전쟁 직후의 미국이 배경이다. 전쟁이 끝나 무기 개발의 명분을 잃어버린 ‘대포 클럽’ 회원들은 ‘달나라에 포탄을!’이란 구호를 내걸고 전 세계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정확히 겨냥된 포탄이 초속 12㎞ 속도로 달을 향해 날아가면 달에 도달한다는 결론이다. 마침내 거대한 포탄이 완성되는데, 이 포탄을 타고 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 되는 셈이다. 이 작품은 멜리아스 형제의 영화에서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재현되기도 했다.

‘카르파티아 성’(1892년)은 흡혈귀 전설이 남아 있는 카르파티아 산 고르치 남작의 고성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루마니아 귀족 텔레크 백작의 모험담이다. 텔레크 백작은 유럽 제일의 오페라 여가수 스틸라를 사이에 놓고 고르치 남작과 경쟁한 연적(戀敵). 텔레크 백작은 이 성에서 5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스틸라의 모습을 보고 그녀를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성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이 두 소설은 열림원이 2002년부터 기획 출간해온 ‘쥘 베른 컬렉션’의 5, 6권이 된다. 열림원은 앞서 ‘지구속 여행’,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냈고, 내년까지 모두 20권으로 쥘 베른 소설을 완간할 예정이다.

‘로빈슨 크루소’를 잇는 모험소설의 고전 ‘15소년 표류기’(1888년)는 태평양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소년 15명이 2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싸워 나가는 이야기다. 공상과학 소설가가 소년들의 모험담을 썼다는 사실이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쥘 베른의 ‘공상’과 ‘과학’은 엉뚱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헤쳐나가는 ‘모험’과 연결된다. 섬에 표류한 소년들은 바다표범을 사냥해 램프에 넣을 기름을 마련하고, 야생 타조를 운송수단으로 이용한다. 흔히 어린이용 ‘동화’로 소개되었지만, 이번 완역본은 어린 청년들의 당당한 성장기이자 모험기, 또 인간의 윤리와 품성, 인격에 관한 꼼꼼한 관찰기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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