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살아야 환경이 산다

디자인하우스 아트북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슬로 라이프(slow life)가 영어에서는 낯선 표현이지만, ‘심플 라이프’(Simple life)는 영어권에서 익숙한 표현이다. 실제로 북미 쪽에서는 최근 들어 이 ‘심플’이라는 콘셉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곳에서도 물질적 풍요만을 우선하는 자본주의 경제와 근대 문명의 양태에 질린 ‘문화 창조자’라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덧셈이 아닌 뺄셈의 발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슬로’와 ‘심플’은 지금 시대의 심리와 지향을 나타내는 비슷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쓰지 신이치(?信一)는 ‘슬로 라이프’ 운동을 이끄는 환경운동가로 유명하다. 한국식 이름이 이규(李珪)인 그는 이 책을 통해 ‘느림의 삶’을 실천할 수 있는 70개의 열쇠어를 제시하고 풀이한다. “슬로 라이프라는 말에서 무엇을 떠올리십니까? 주말 강 낚시, 바다가 보이는 집,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 오후의 낮잠, 텃밭이 있는 생활, 깨끗한 물과 공기, 에코 하우스, 채식, 친구들과의 잡담, 정원 가꾸기, 일요 목공, 아침 산책, 아이 키우기, 비폭력과 평화… 이런 것들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미 ‘느림의 삶’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촛불을 켜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의 한 장면 속에 바로 슬로 라이프가 있는 것이니까요.”


▲ 전남 담양의 대나무 야영장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들. ‘느림의 삶’을 통해 문명의 환경 파괴 속도를 억제하자는‘슬로 라이프’운동이 확산되고있다. 조선일보 DB
저자는 슬로 라이프의 일환으로 ‘슬로 푸드’(Slow food)를 권유한다. 음식을 천천히 먹으면서 음식을 통해 공동체적 삶에 대한 성찰을 전개하고, 현실적으로 안전한 음식의 생산과 유통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슬로 푸드란 먹거리를 통해 ‘기다리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 아닐까. 식당에는 여러 다양한 시간들이 혼재해 있다. 흙 속의 무수한 미생물이 식물을 키우는 시간, 계절마다 바람과 비, 벌레들의 시간, 비가 땅속에 스며들면 식물의 뿌리가 그것을 빨아올리는 시간, 지형이나 기후, 식생, 생물의 성장에 맞추어서 그에 따라 적절하게 베풀어지는 농부들의 시간….”

그는 전선·전화선·수도관·하수관 등의 다양한 선과 관으로 연결된 현대인의 삶에서 플러그를 뽑아내자고 권장한다. ‘언플러그(Unplug)’ 운동은 자본주의 소비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족적 생활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 책은 ‘비전화(非電化)’란 개념을 내세우면서 ‘전력과 화학 물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활을 줄여 나가자’라고 외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쓸 수 있는 청소기, 필터 없는 정수기 등은 이미 개발이 끝났지만 사용에 불편하기 때문에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슬로 라이프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몇 천명만 모여도 이런 ‘유기 공업’적 제품들이 실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구상의 동물들 중에서 세발가락나무늘보를 예찬한다. 나무늘보는 중남미의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빈치목(貧齒目)의 포유동물이다. 너무도 게으르고 둔중하고 지능이 낮은 이 동물은 진화의 실패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나무늘보다움이란 대체 무엇일까? 움직임이 느린 것은 근육이 적기 때문인데, 그것은 저에너지로 살기 위한 지혜”라고 감탄하면서 “나무늘보는 영어로 ‘sloth’이다. 이 동물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느긋하고 여유있는 사고방식, 삶의 방식을 우리는 슬로소피(Pslothophy)라 부르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교토 의정서가 발효된 시점을 맞아 독자들이 빈둥거리면서 친환경적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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