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역사고발은 작가의 몫"

인혁당 사건 다룬 소설 '푸른혼' 낸 김원일
정치보다 인권문제 초점 젊은이의 못다핀 꿈 담아
"인간 평가엔 예의가 중요 이분법으로 재단 말아야"
최홍렬기자 hrchoi@chosun.com
입력 : 2005.02.01 17:13 25'


▲ 김원일/소설가
“니 애비의 행실을 보더라도 정치 같은 데는 일체 한눈팔지 말라.”

‘월북자의 장남’이라는 낙인을 지고 커가던 소년 김원일에게 어머니는 귀가 따갑도록 그 말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분단문학의 가장 중요한 중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가 김원일은 인혁당사건(1975)으로 억울하게 사형당한 여덟 명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 ‘푸른혼’(이룸)을 내놓는다. 작가는 “에밀 졸라가 프랑스 군부의 조작인 드레퓌스 사건을 두고 정의·진실·인권옹호를 외치며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을 발표했듯, (감춰진 역사를) 작가가 고발하지 않으면 묻혀버린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을 소설로 다룬 이유는?

“민청학련·인혁당 사건이 내게 준 충격은 컸다. 그 사건으로 내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게 되었고 한국의 엄혹한 정치상황을 비판적 관점에서 관망하게 되었다. 당면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 직후에 소설로 쓰지 않았나?

“겁이 났다. 하지만 언젠가는 한번 쓰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건의 어떤 측면에 주목했나?

“정치노선보다 고문과 사건조작으로 얼룩진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평범한 젊은이들의 못다 이룬 꿈, 가족에 대한 그리움,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의 심정으로 그때를 반추했다. 출생이나 학력, 친구 관계 등은 기록을 따랐지만, 임의로 내용을 재구성하고 창작한 내용이 많아 주인공들은 실제 이름을 쓰지 않았다.”

―이들과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나?

“사형당한 8명 중 절반이 내가 청소년기를 보낸 대구가 연고지였고, 그들이 자주 만나 회포를 풀었던 약전골 일대가 우리 가족이 전쟁 후 힘겹게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소설 쓰는 내내 그들의 고뇌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팔공산 자락에는 그 사건으로 숨진 4명이 묻혀 있다.”

―해방 이후 남로당 간부로 활동하고 6·25 때 월북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소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아버지는 내가 분단소설을 주로 쓰게된 주요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인혁당 사건은 해방과 전쟁으로 이어지며 절실하게 겪은 가난의 체험에서 나왔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들의 삶을 어떻게 추적했나?

“2002년부터 재판 기록과 상고이유서 등 자료를 구하고, 유족들을 만났다. 인혁당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이제는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중편 ‘투명한 푸른 얼굴’은 우리 소설문학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형집행 장면에 작품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220장 중 180장을 사형집행 형장을 무대로 했다. 이시영 시인은 당시 군목(육군 소령)이었던 박정일 목사의 증언을 인용해 ‘그 사람들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끌려나왔어. 백열등 아래서 어리둥절해 두리번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해’(‘증언’ 중)라는 시를 썼다.”

―박정희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 소설은 박정희 정권의 가장 나쁜 부분을 부각시켰다. 요즘 박정희에 대해서는 대개 부정적인 평가만 나오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의 장단점을 아우르면서 공과(功過)를 논의해야 한다. 자기쪽에 맞지 않는다고,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인간에 대한 평가에도 예의가 중요하다. 역사를 한 측면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과거사 재평가는 어떻게 보나?

“언젠가는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입김이 배제된, 객관적 안목을 갖춘 그 방면의 전문가들 머리로 이 사안이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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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2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5-02-0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