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민족주의의 역사 만들기/ D.N.자 지음/ 이광수 옮김/ 푸른역사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크리스티앙 아말비 지음/ 성백용 옮김/ 아카넷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사람들은 오랫동안 역사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은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라고 믿어 왔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공동체의 지난날을 가르치는 ‘국사 교육’은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최근 이런 믿음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역사, 특히 역사 교과서에 실려 있는 ‘공식 역사’는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이다.

‘인도 민족주의의 역사 만들기’와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인도 고대사와 프랑스 근대사라는 연구 대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제의식과 방법론에서 놀랄 만한 유사점을 보여준다. 이는 역사 만들기, 그 중에서도 근대 민족국가의 역사 만들기에 대한 도전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인도 민족주의…’는 현재 인도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힌두 근본주의가 내세우는 ‘성스러운 암소’ 인식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분석한다. 힌두 근본주의자들은 그들의 조상이 고대로부터 암소를 성스러운 속성을 갖는 존재로 보고 힌두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간주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세에 인도를 침범한 무슬림들이 암소를 잡아먹으면서 이런 문화 전통을 파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고대 인도의 각종 문헌과 전승을 치밀하게 검토하면서 고대 인도인들이 암소를 식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고대 인도의 각종 문헌과 전승을 치밀하게 검토하면서 고대 인도인들이 암소를 식용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불교도들까지 초기에는 쇠고기를 포함한 동물 고기를 먹었다. 저자는 “암소 여신이나 암소를 모신 사원은 존재하지 않았고, 암소 숭배는 근대에 들어와 힌두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프랑스가 근대 민족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영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추적한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프랑스는 국민 통합을 위한 역사 교육의 중요성에 눈뜨고, 국민적 영웅을 만드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는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공화주의자들과 가톨릭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고, 이들은 각각 영웅 목록을 내놓았다. 당연히 전자는 혁명가·정치가, 항해·탐험가, 발명가·사상가·문필가가 중심이었고, 후자는 왕·왕비, 성인·성직자, 군인·대신이 주를 이루었다. 잔 다르크나 성왕 루이처럼 양쪽이 함께 받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경우도 강조점과 해석이 달랐다. 양쪽은 자기편의 영웅을 역사 교과서에 집어넣기 위해 ‘교과서 전쟁’을 벌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신성한 동맹’으로 휴전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공화파를 중심으로 영웅 목록이 만들어졌고, 이후 양차 세계대전의 영웅이 추가되어 오늘에 이른다.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인식은 이제 역사가에게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펴는 경우 처하게 되는 상황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처럼 근대 민족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지역에 있는 경우 이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종교적 근본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해서 맹위를 떨치는 인도는 다르다. ‘인도 민족주의…’의 저자는 끊임없는 협박에 시달렸고, 결국 책도 영국에서 출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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