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영화만 보니? 난 책으로 감독 만난다!

 

박은주기자 zeeny@chosun.com

 












▲ 이와이 슈운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우나 감독의 소설이나 에세이집이 나온다면, ‘쓰레기’나 ‘기획상품’으로 치부될 위험이 매우 크다. 하지만 배우가 낸 소설, 감독이 낸 소설과 에세이 등 영화인들의 문학 작품이 결코 그리 우습게 볼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의 주인공 에단 호크의 소설 ‘웬즈데이’(원제 Ash Wednesday)는 지난해 6월 미국서 출간됐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번역판이 나왔다. 1인칭 남녀 주인공 시점으로 쓴 이 소설은 ‘소설가 에단 호크’를 각인시키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졌다. 코카인과 절망에 중독된 하급 장교 지미 하트속이 헤어진 여자 친구와 재결합하기 위해 떠난 여정(뉴욕주 알바니-뉴올리언스-텍사스)을 로드 무비처럼 펼쳐냈다. 사랑하지만 상처를 주는 젊은이의 사랑과 실연, 가까울 수도 멀 수도 없는 가족 관계 등을 1인칭 시점의 시니컬한 문체에 담아냈다.

영화 시놉시스 대신 아예 소설 한 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에세이와 소설도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월리스의 인어’에 이어 최근 ‘스왈로우테일’이 새롭게 번역됐다. 96년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은 그의 대표작 ‘러브 레터’보다 먼저 기획하고, 집필하다 중단한 것. 하지만 영화의 소설판이 아니라, 새로운 버전이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영화 속 크고 작은 설정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순진한 잔혹함’을 연출하는 슈운지 감독의 정서가 곳곳에 묻어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 마이클 무어
앞서 나온 ‘월리스의 인어’ 역시 영화로는 보여지지 않았던 슈운지의 그로테스크한 취미가 가득 묻어나는 작품이다. 북해의 빙벽을 거슬러 인어의 기원을 찾는 이들을 담은 이 소설은 방대한 해양학적 지식과 기이한 상상력이 맞물린 수작으로 꼽힌다.

슈운지의 취향이 더 궁금해진다면, 에세이집 ‘쓰레기통 극장’을 필독할 일. 영화 ‘킹콩’을 보러가기 위해 달려가다 눈길에 넘어져 다리를 다치고, 아이들로부터 위로 편지를 받았고, 세월이 흘러 이 편지를 들춰본 감독은 ‘러브 레터’를 만들었다. “킹콩이 없었으면 러브 레터도 없었을 것”이라는 감독의 얘기, 기술 스태프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일본 영화 산업이 한국보다 활력을 잃어버렸다는 설명, 어릴 적 본 미국 B급 영화의 추억 등 슈운지 감독의 추억과 생각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쓴 ‘멍청한 백인들’(나무와 숲)은 ‘화씨 911’보다 미국인의 입장에서는 더 화끈하고도 위험하며, 동시에 흥미진진한 주장이 들어 있어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비록 그가 부시 재선을 막는 데 올인했다가 실패해 올해의 ‘썰렁맨’으로 꼽히는 수모를 겪었지만, ‘멍청한 백인들’과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한겨례신문사)는 ‘뜨거운’ 책들임에는 틀림없다.











▲ 에단호크
마이클 무어의 책들을 빼고 나머지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영화전문지인 필름2.0의 자매회사인 미디어2.0이다. 이 출판사는 시나리오 작가인 이와이 슈운지, 에단 호크의 책과 더불어 피터 게더스의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낭만고양이’ 연작을 내는 등 “영화와 문학의 양쪽에 살짝 걸쳤지만, 영화에 더 가까운”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데 열심이다.

이 출판사의 기획을 맡고 있는 안나량씨는 “수년전 이와이 슈운지와 직접 만난 자리에서 그가 책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 ‘그 책 저희 주세요’라고 말해 단번에 출판 계약을 했다. 당시엔 단행본 출판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을 때였는데 단지 책이 탐나서 직접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는 에단 호크의 전작인 ‘하티스트 스테이트’, ‘…고양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영원히 죽지 않을 고양이’도 곧 번역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안나량씨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셜리 매클레인은 이미 여러 권의 여행서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고, ‘클리프행어’에서 악당 역을 맡았던 존 리스고는 청소년 도서 작가로 정평이 났으며, ‘왕년의 호러 퀸’ 제이미 리 커티스도 어린이 동화 작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나 감독의 저술 활동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그나마 박찬욱 감독의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김홍준 감독(필명 구회영)의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도 절판된 상태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타와 작가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언제 충무로에서 증명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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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0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와이 šœ지 감독의 책은 일독하고 싶으나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있다오.

에단 호크의 책도 재밌을 듯.^^

stella.K 2004-12-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