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식여행' 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
여성신문사
여성에게 ‘결혼’과 ‘자아’는 공존하기 힘든 화두인가? 자기 삶의 주역이 되지 못한 채 주부·아내·엄마라는 조연(助演)에 머물러야 할 숙명인가? 신문·잡지 편집인, TV 프로듀서, 전업주부를 거친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대학강사(워싱턴대 저널리즘)가 익숙한 일상과의 짧은 결별을 자기 정체성 회복의 계기로 만든 체험과, 다른 여성 55명의 사연을 책(원제 The Marriage Sabbatical: A Journey To Woman Within)에 담아 ‘결혼 안식년 휴가’의 가치를 전한다.
저자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떠나 있고 싶었던’ 36세 때 자신의 갈등과 무산된 기회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집에서 멀찍이 떠나 3개월간 쇼 프로그램 PD로 활약할 호기를 10대(代) 두 아들의 호소로 포기하고 만 것이다.
“아들들의 인생 폭이 넓어지는 동안 내 인생은 좁혀져 가고, 시간과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그로부터 12년 뒤 홀로 떠난 3개월간의 여행이 ‘결혼과 자신을 함께 존중하는 법’ ‘의무와 책임을 화해시키는 법’을 일깨우는 재충전이 됐다고 말한다.
54세에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에티오피아 오지(奧地)에 이어 걸프전과 보스니아 내전에서 봉사 활동을 한 뉴욕 출신 엘지 로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인데도, 친지들은 그저 남편을 혼자 남겨두고 간다는 사실만 꼬집어낼 뿐이었다”고 말한다.
‘필생의 연인’인 그림을 위해 동거 5년, 결혼생활 1년간 두 차례 남편을 떠나 있었던 미술가 메간(30)은 “비행(非行)을 의심하고 재앙을 경고하는 주변 사람들 반응에서 더 큰 심적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 결혼은 '꿈'을 앗아가는 제도인가? 저자는 "기혼 여성이 꿈을 키워갈 때 자아가 강해지고 결혼 안식 여행은 부부 관계를 포함한 대인관계에 에너지를 준다"고 말한다. | |
자녀가 장성할수록 ‘나는 어디 있는가’를 자조하는 중년의 공허는 이런 편견의 벽 앞에서 사치에 가깝다. 보스턴의 안과의사 데보라에게 닥친 비극은 세상의 비정함을 증명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둘째를 낳고 주3일로 근무시간을 줄였지만, 아이가 사고로 죽은 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나쁜 엄마”라고 매도당했다. 저자는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며 ‘착한 엄마 콤플렉스’의 맹점을 지적한다.
소녀 적부터 선망했던 ‘평화사절단’의 꿈을 결혼 때문에 30년간 접었던 크리스는 49세 되던 해에야 비로소 펼친다. 1만3000㎞ 떨어진 아프리카에서 2년간 교사로 일하게 됐다는 사실에 놀라는 남편에게, 그녀는 “평생 같이 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고, 당신을 떠나는 게 아니에요”라고 설득한다.
저자가 논하는 안식 휴가는 도피나 일탈의 대척점에 있는,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시간이자 자신을 새로이 창조하는 공간이다. 자신을 잊는 시간이자 자신이 누군가를 인지하는, 또다른 시작을 향한 귀가를 담보한 소중한 여행임을, 심리학·정신분석학적 이론을 원용해 설명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