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인

 
절망보다 희망하는 것이 더 절망스럽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즈음, 무엇으로 그 마음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우선 마음이 살아야 삶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잘 산다는 것은 마음을 살린다는 뜻이다.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잘 사는 것이 바로 삶의 질을 높인다는 생각에서다. 삶의 질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아름다운 생활을 설계할 수 있으며, 사람을 참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물질의 풍부함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질은 사람을 편리하게는 해주지만, 사람답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게 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물질이 풍부해도 정신이 궁핍하면 풍요롭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정신의 밥을 먹어야 한다.

쌀로 지은 밥이 배고픔을 채워준다면, 시는 고픈 정신을 채워주는 정신의 밥이다. 사람의 영혼이 기쁨에 너무 굶주리면 마음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럴 때 시를 읽으면 그 굶주림이 채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시를 만나는 감동이 바로 기쁨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뿌린 것이 없어 거둘 것이 없는 사람들은 미국 시인 새뮤얼 울먼의 ‘청춘’이란 시를 가슴으로 받으시라. 나도 거둘 것이 없을 때 이 시를 가슴으로 받았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시들이 있지만 이 시처럼 마음을 힘껏 살리는 시는 많지 않다. 오래 절망하고 상처와 고통과 분노 때문에 힘들 때마다 나는 이 시를 밥 먹듯 읽고 또 읽었다.

이 시를 읽고 난 뒤에야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눈을 뜨고 일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살기도 힘든데 시는 무슨 시냐고, 시가 밥 먹여 주냐’고 말들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틀린 말이다. 시는 분명 힘들 때일수록 사람을 붙잡아 주는 그 무엇이다.

한편의 시가 하루를 너끈히 견디게도 해주고, 한 편의 감동적인 시가 마음을 살려 평생을 따뜻하게 살아가게도 한다.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고 말한 시인도 있다.

‘청춘’을 펼쳐보자.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다. 그 마음가짐이라네…. 늠름한 의지 빼어난 상상력, 불타는 정열 깊은 데서 솟아나는 샘물의 신선함이라네. …청춘은 겁 없은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말하는 것이라네…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 간다네. 세월의 흐름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나 정열의 상실은 영혼의 주름살을 늘리고…’

이 시 중에서도 나는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간다’는 구절과 ‘세월의 흐름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나 정열의 상실은 영혼의 주름살을 늘리고’라는 구절이 너무 좋아 주문처럼 외운다.

‘청춘’은 울먼이 81회 생일에 낸 ‘인생의 정점에 서서’라는 책머리에 실려 있다. 평생을 교육자로 종교인으로 살아온 그가 생의 정점에서 남겨놓은 영혼의 자서전이다.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은 읽을 때마다 영혼으로 쓴 그의 시에 매료당한다. 나는 지금도 세상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생활이 나를 속일 때 이 시를 읽고 힘을 얻는다. 읽을수록 힘이 생기고 희망의 전파를 받는 이 시를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언제 읽어도 힘과 용기를 주는 이 시는 맥아더 장군도 감동했다고 전해진다. 2차 세계대전 때 후퇴의 쓰라림을 겪었을 때 친구가 보내준 ‘청춘’을 읽고 깊이 감동한 그는 어디를 가나 이 시를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애송했다고 한다.


▲ 천양희 시인

그 무렵 일본 지도자들도 맥아더의 사무실 벽에 붙여놓은 시에 감동했고 패전의 실의를 딛고 일어나 일본 경제를 부흥시킨 촉매제가 된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 세상에 어떤 힘이 시가 주는 감동보다 더 큰 힘이 있을까. 그 힘으로 시를 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 이번주부터 천양희 시인이 암투병 중인 장영희 교수의 뒤를 이어 문학 칼럼을 맡아 격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중진 시인이 펼쳐놓는 감성의 언어에 많은 사랑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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