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트 신부 “인혁당 사건의 진실 밝혀야”

글·사진=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 시노트 신부
“2002년 10월 비행기 아래로 영종도가 보일 때 속으로 ‘아, 우리집이다!’ 했어요. 10년간 영종도 본당 신부로 있었잖아요, 제가. 1975년 강제로 한국을 떠날 때까지 전기, 전화, 수도 하나도 들어오지 않던 곳이 국제공항으로 변하고….”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상주 사제인 제임스 시노트(한국명 진필세·75·사진) 신부. 유신체제하인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서 대학생들의 유신 반대 시위를 배후 조종했다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 가족들을 돕다 추방당했던 그가 소설 ‘영종도 사람들’(함세웅 번역·성바오로)을 최근 펴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창립 30주년 기념 출간이다.

“대법원에서 8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을 때 나도 소리쳐 항의했지요. 박정희나 김종필은 군인출신이지만 법관들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4월 8일 사형선고를 받은 8명은 바로 다음날 새벽 사형이 집행됐다. 판결 직후 형집행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시노트 신부는 피해자 가족들과 거리시위에 나서고, 가족들을 외국언론과 연결시켜 주는 등 인권운동에 나섰다가 4월 30일 추방당했다. 이유는 ‘비자기간 만료’.

소설은 한국에서 쫓겨난 후 썼던 것이 20여년 만에 나왔다. “처음엔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싶어 썼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역사를 알고 싶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필요하겠다 싶어 펴내게 됐습니다.”

소설 ‘영종도 사람들’은 1880년생 글로틸다에서 1972년생 신일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친 영종도의 가톨릭 신자 일가가 1918~1975년 겪은 역사에 그의 상상력을 얹어 엮었다. 3·1운동, 8·15광복, 6·25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등 역사적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녹아든다.

60년 신학교 졸업 후 첫 부임지로 한국에 온 그는 인천 답동 성당을 거쳐 1400여명의 영종도 신자들과 조용하면서도 행복하게 10여년을 지냈다. 그런 그가 한국의 정치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유신과 계엄령, 긴급조치가 이어지면서. “당시 유신 정권이 시국사건을 조작하고, 가톨릭이 독재정부에 우호적인 것처럼 조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75년에 쫓겨난 그는 1989년에야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 후 2002년 서울에 돌아온 뒤 서울 중곡동 메리놀 외방전교회에 머물고 있다. “서른한 살부터 마흔다섯까지, 제 인생의 최고시기를 보낸 한국에서 계속 살겠다”고 말하는 그는 “한국 정부가 과거사 진상 규명 작업에 인혁당 사건도 포함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소설과 별도로, 인혁당 사건을 중심으로 1974~1975년 1년간의 경험을 정리한 ‘4.9.1975’를 다음달 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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