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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꽃’의 이철성(오른쪽)·김진영 부부. “우리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두렵고 또 기대도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영희기자 (블로그)yhha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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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뿐이고 무대도 단출해 100만원이면 진짜 ‘럭셔리한’ 연극 한 편 뽑아낼 수 있습니다.”(이철성) 16~17일 과천시민회관에서 2차원과 3차원이 뒤섞인 그림자극 ‘그림자로부터’를 공연하는 극단 ‘꽃’은 이철성(36)·김진영(여·33)씨 부부로 짜여진 2인극단이다. 배우와 스태프까지 어림잡아 10명은 달라붙어야 하는 게 연극인데 이 극단은 온전히 둘이서 열 사람어치 일을 해치운다. 이번엔 남편이 연출, 연기, 조명, 기획을 맡고 아내가 음향, 미술, 의상, 분장 그리고 나머지 잡일을 한다.
부부는 이력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대 불문과 석사를 수료한 남편 이씨는 96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한 시인 출신.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연출과 연기도 배웠다. 김씨는 서울대 불문과 박사(연극이론전공)를 수료했고, 2000년 결혼한 부부는 곧장 이스라엘로 갔다.
“프랑스로 가려고 했는데 ‘너무 늙었다’며 입학을 거절당했어요. 1~2명이 할 수 있는 오브제(objet) 연극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스라엘에 그런 학교가 있었습니다. 짐을 싸 예루살렘 공항에 떨어졌는데 TV에서 전쟁 속보가 터져나오는 거예요. 눈앞이 캄캄했죠.”(이철성)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전쟁이나 테러는 곧 일상이 돼버렸다고 한다. ‘시각연극학교(The school of Visual theater)’에 입학한 부부는 3년간 연출 연기 음향 조명 미학 의상 미술 무용 비디오 등을 다 배웠다. 1인 창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씨는 “2000년 예루살렘에서 극단 ‘꽃’을 창단해 우리 이야기를 담은 연극 6~7편을 공연했다”며 “극단 이름에는 필 땐 화려하고 질 땐 처절한, 꽃 같은 연극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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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극‘그림자로부터’. 빛을 받은 종잇조각이 큼지막한 그림자를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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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우리 연극 풍토에 불만이 많았다. 이씨는 “여럿이 모여 힘만 뺄 뿐 창의성을 단념해야 하는 집단제작방식, 남의 대본을 해독하기에 급급한 언어 중심 연극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며 “나만의 재료로 내 이야기를 하는 연극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대사회는 시각적으로 풍성해지는데 한국 연극은 말만 풍요롭지 볼거리는 빈곤하다”고 지적했다.
귀국은 지난해 12월.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단다. 주변에선 “아동극을 하면 생계는 꾸려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부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김씨의 출산 때문에 이제야 한국에서 첫 공연을 올리는 이씨는 “내가 꿈속에서 으르렁거리는 개와 칼을 든 괴한에게 쫓기는 내용을 담은 40분짜리 성인용 그림자극”이라며 “부부싸움 직후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움튼 작품”이라고 했다. 손전등과 그림자막, 5개의 종잇조각과 진열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배우가 노출된 채 손전등을 들고 움직이며 펼치는 그림자극이라는 게 특징.
부부는 모두 시간강사로도 일하고 있지만 “본업은 연극”이라고 잘라 말했다. 요즘도 시를 쓴다는 이씨는 “시로 대중을 만날 때는 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투로 작품을 던져놓곤 했는데, 연극은 몸으로 관객을 만나는 일이라 늘 유쾌하다”며 “한국에서도 서로 연출을 번갈아 하며 우리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자로부터’는 19~30일 국립극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02)745-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