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환자를 통해 본 매독 500년사
/ 이종길 옮김/ 길산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4.08.27 19:03 24'
“초기 발열 1년 이내에는 이명(耳鳴) 등 제8뇌신경 손상에 따른 난청이 이어지면서 고음에 둔감해지다가….” 매독의 이런 증상은 기록에 등장하는 베토벤의 귓병과 꼭 들어맞는다.
그의 부검 보고서는 뇌간 주변에 만성적 뇌막 반응이 있었으리라 추정했는데, 이 증상은 매독에 의한 뇌막 혈관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저 위대한 ‘제9교향곡’도 ‘장엄미사’도 이런 증상 속에서 씌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매독 열전(列傳)’이자 ‘한 질병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다. 서양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매독의 500년 역사를 조명한 내용인 것이다. ‘독립 사학자’인 저자의 추적 속에서 매독에 감염됐다는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 인물들의 명단은 놀랍기까지 하다.
콜럼버스·슈베르트·보들레르·링컨·니체·조이스….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속에 ‘매독’이란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건 둘 다 환자였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있다.
히틀러는 1908년 유대인 매춘부에 의해 매독에 걸렸다는 설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그가 유달리 유대인 학살에 집착했던 것은 이 성병에서 비롯됐다는 말인가?
엄청난 자료의 섭렵과 끈질긴 추적의 산물인 이 책이 그 집필 과정에서 검색엔진 ‘구글’의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