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존 케리 후보를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하는 미국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시 청중 앞에 섰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클린턴의 연설에 민주당원들은 아홉 차례나 기립박수를 보냈고, 눈물을 흘리는 청중들도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 멕시코의 한 대의원은 “클린턴이 다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직도 수퍼 스타였다. 후보시절에서부터 대통령 재임시절에까지 수시로 터져나온 스캔들에도 불구, 미국인들은 빌 클린턴을 그들의 우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유는 역시 그의 업적과 성과였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1992년 당시 미국의 경제는 붕괴 직전에 직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당시 미국에선 ‘일본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었다.
일본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의 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미국 학계에서는 미국의 금발여성들이 일본의 긴자거리로 팔려 간다는 소위 ‘쇠퇴론’이 유행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이런 두려움과 불안감을 완벽하게 극복하도록 이끈 사람은 바로 빌 클린턴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그 힘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로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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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 딸 첼시와 함께 자신의 회고록 출간기념 행사가 열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들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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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은 이런 미국에 대해 한편으론 부러움, 또 한편으론 두려움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물론 클린턴의 말처럼,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마이 라이프(My Life)’는 그래서 현재 정치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사실 나는 클린턴이란 인간을 100% 신뢰하진 않는다. 그는 수많은 실수를 했고, 심지어 대통령 재직시에도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도 그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주지사와 대통령 등 여러 공직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민들과 공익을 위해 바친 헌신과 노력은 부정할 수 없다. 바로 재임 8년 동안의 엄청난 성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 라이프(My Life)’는 동시대를 사는 세계 각국의 정치인과 공직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가르쳐 주고 있다. 지역 내 많은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도지사들은 이 책의 23장을 읽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주지사 시절 그는 아칸소 지역 내 TV공장을 폐쇄하려는 산요전기의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일본 오사카로 직접 날아간다. 당시 아칸소 지역의 실업률은 10%를 넘고 있었다. 클린턴은 산요측에 “산요의 TV를 월마트(미국의 대형할인유통매장)에서 판매토록 하면 공장을 계속 가동하겠느냐”고 제의, 결국 승낙을 받아낸다.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중산층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달콤한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러나 그는 경제참모들과의 난상토론 끝에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 중산층 감세계획을 포기하고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많은 민주당원들은 이런 그를 ‘보수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고 금리를 낮춰, 10년이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즉흥적인 ‘포퓰리즘’만으론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교훈이 여기(책 29장)에 있다.
사족(蛇足) 한 가지, 클린턴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그의 스캔들에 관한 부분은 비중을 두지 말기 바란다.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과오에 대해선 변명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