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요 심의가 도마에 올랐다. 

몇몇 음반 제작자들이 만든 노래 가사에 술이 들어 간 것이 청소년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제작자들과 청소년들은 그에 뭐가 문제가 되냐고 반발한다. 

이런 일이 어디서 문제가 되느냐 했더니, 자식 가진 어머니들이 왜 이런 건 규제하지 않느냐 심의 위원회로 연락이 와서 규제를 하게 됐다고, 위원회는 그 책임을 대한민국 아줌마들한테 슬쩍 떠넘긴다.  

아니, 언제부터 정부 산하 기관들이 국민들의 소리라면 끔찍하게 알았다고 아줌마들 우논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모르는 사람들은 "하여간 아줌마들이란..."하며 혀를 끌끌 차겠지.  

그런데 그게 왜, 하여간 아줌마들이라며 비하시킬 일인가? 아줌마들처럼 내남없이 자식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 이게 어디 내 자식만의 문제라 이러겠는가, 남의 자식도 걱정되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는가?  

물론 이번에 철퇴를 맞은 음반제작자들이나 가수들 기분은 나쁘겠지. 자존심도 상할 것이고. 

하지만 생각해 보라. 그 사람들은 어찌보면 개인으로 맞는 셈이이지만, 그런 가사가 들어간 곡은 한 둘이 아니다. 그것을 우리의 아이들이 즐겨 듣고, 부른다면 그 걱정 안하게 생겼나? 그들도 부모의 입장이되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노래 들었다고 술 먹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거기에 완전 반박은 못하겠다. 하지만 원래 금단의 열매란 보임직도 하고, 먹음직도한 법이다. 그런 노래 들었다고 술 먹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100% 주장할 수 있나? 

사실 나 역시 이번 사태가 의아스럽긴 하다. 원래 요즘의 가요란 게 선율이나 가수가 보여주는 포퍼먼스가 더 크게 보이지 가사가 뭐 그리 문제가 되나 싶기도 했다.  

내가 오히려 문제를 삼는 것이 있다면, 드라마에서 음주하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규제를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녀 주인공이 술이 떡이되어 모텔로 들어가는 것. 식상도 하지만, 마치 이것이 정석인 양 드라마를 구성하는 것이 더 문제 아닌가? 난 오히려 철퇴를 맞아야 한다면 그쪽이 되길 바랬다.  

이번의 일의 배후에 아줌마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면, 그것은 청소년의 음주가 문제가 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현행법상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을 팔지 못하도록 되어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어떤 경로로든 그것을 구입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구입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방법은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술을 먹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겠는가? 다 모방심리 때문이지 않겠는가? 왠지 술을 먹으면 어른이 된 것 같고. 어렸을 때 맹물 주전자 놓고 술 취한 척 컵에 따라 먹었던 놀이 한번쯤 안 한 사람이 있을까? 그게 다 모방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어른들 술 취하고 하는 짓이 그리 건전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우리의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다. 이런 배후가 있는데 가요계가 철퇴를 맞았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왜 꼭 술이냐는 것이다. 이왕 규제를 할 것 같으면 가사에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 까지도 포함시킬 일이지. 하지만 이것 역시 표현의 자유냐 아니냐 논란이 많을 것이다. 

난 솔직히 이번 심의가 심하다거나 무조건 비판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위의 조절은 있을지 몰라도, 표현의 자유를 무기삼아 아예 규제가 없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우리 가요의 가사라는 건 주로 사랑과 이별에 국한되어 있어왔다. 지금은 그 보다 다양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이 정서를 대변해 줬다기 보단 상업주의와 연결이 되어 있다. 예전엔 감성에 호소했다면 지금은 감각에 호소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가사가 조금만 형의상학적이면 건전가요로도 분류됐다. 좀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한 가사가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것도 당당한 예술이라고 봐주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우리의 음반 제작자들 왜 내 노래가 심의 규제를 받아야 하냐고 볼멘 소리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불명예스럽긴 하겠지. 하지만 그들이 만든 노래가 정말 예술이라면 시간 가면 심의는 언젠가 풀린다. 지금은 좀 더 좋은 노래 만드는 일에 힘 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제발 아줌마들 비하하지 마라. 좋은 사회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은 음반 제작자 보다 더 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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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8-27 19:49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노래 따라 부르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예전에 배호란 가수가 '낙엽 따라 가 버린 사랑'을 번안해서 부르다
요절했다잖아요. 그 노래의 원곡자 엘비스 프레슬리도 그렇고.
사람의 운명은 자기가 만든다는데 말입니다.
그것을 따라 부르는 것도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자식 가진 부모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봐요.
그걸 이해할 생각은 않하고,
예술성이니 표현의 자유니 떠드는 것도 좀 그래요.
예술이 가야하는 길이 그런 거라면,
교육이 가야하는 길이 그러니 서로 공존하긴 어려울 수도 있겠죠.
저도 길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