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왜? - 우리 동식물 이름에 담긴 뜻과 어휘 변천사
이주희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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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시고 그가 어떻게 자연만물의 이름을 짓나 보시고 짓는 이름이 그대로 사물의 이름이 되었다고 나와있다. 물론 아담이 분류학자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물의 이름은 인간을 위하여, 인간에 의해 지어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또 꼭 인간을 위한 것이기만 하겠는가? 김춘수의 시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무리 하찮은 것이더라도 이름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물과 사물끼리 구분하기도 좋을뿐만 아니라 사물에게도 나름의 격을 부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요, 인격이 있는 존재라면 사물에게도 나름의 격을 부여하는 것이 인격을 갖춘자의 몫은 아닐까?   

이책은 우리 동식물의 이름에 담긴 뜻과 어휘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 읽다보면 새삼 아, 이런 뜻이었구나 흥미롭기도 하고,  내가 잘못알고 있는 것도 바로 알게되며, 왜 이런 것들에 대해 무관심했을까? 나의 무지함을 깨닫게도 된다.

특히 인간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긴 했지만, 오랜 세월 흘러오면서 다른 것과 섞여지기도하고 본래의 의미는 퇴색된 체 와전된 그것이 정식 명칭인 양(때론 뜻인 양) 잘못 알고 있는 예들이 많다는 것을 이책을 보며 새롭게 알았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조'는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라고 한다. 그것은 백조가 아니라 '고니'라고 쓰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것의 발전은 '곤'이란 중세국이에서 곤 > 곤이 > 고니로 변화를 겪었다는 말이다.(199p) 하지만 이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아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도 알고보면 '고니의 호수'가 되어야하는 것이 맞는 얘기일 것 같다. 하지만 고니의 호수는 또 얼마나 어색한 제목인가?  

그밖에도 한글인데 한자처럼 쓰인다든지, 반대로 한자인데 한글처럼 쓰이는 명칭에 대해서도 의식을 바로잡고 있으며,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이 왜 지금의 그런 이름이 되었는가에 대해 쉽고도 명료하게 밝혀놓고 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알아가다보면 하찮은 것들이 더 이상 하찮은 것이 아니며 나름의 이름값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책은 청소년들을 위해 썼다고 하는데 어른들이 봐도 유익하다. 앞에서 잠깐 백조와 고니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무엇을 새롭게 아는 것은 좋지만,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알고 그것을 고쳐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사람의 인식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변경에 따른 기억 회로를 새롭게 해야한다는 귀찮음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져 갔다. 앞으로 우리 후대의 사람들이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바로 알고 바로 전달해 줘야한다. 그렇다면 우리 당대의 귀찮음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 우리 당대에서 알고 끝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반쪽짜리 앎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저자를 비롯해 이런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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