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의 王符가 쓴 정치 사상서
왕부 지음/임동석 역주/건국대학교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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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부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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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부(潛夫)’란 ‘잠겨 있는 사내’, 즉 세상의 벼슬길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오로지 독서와 저술로 일관한 사람을 말한다. 환관과 외척의 농단으로 민중의 고통이 극심했던 시기, 그는 고향에서 붓을 들고 세상을 포폄했다.
중국 후한의 왕부(王符·85~162)가 쓴 이 사상서는 왕충의 ‘논형’, 중장통의 ‘창언’과 더불어 당시의 3대 저작 중 하나다. 정치의 득실, 관리의 사치와 부패, 형법제도의 불공정성과 백성의 고통 등을 신랄하게 비평하고 있는 이 책은 성씨의 유래와 분파 등 귀중한 자료들이 수록된 동양고대사 전공자의 필독서이지만 이제서야 처음으로 완역됐다.
“제왕으로서 존경해야 하며 하늘도 심히 사랑하는 바는 바로 백성이다.” “아래에서 비루한 자를 데려오면 임금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 1900년 전 고대인의 글에서 이처럼 날카로운 현실인식이 담긴 정치평론을 접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급기야 “위정자는 개개인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사상으로까지 이어진다. 대안도 분명하다. 친인척을 배제한 능력 위주의 인사, 농업생산의 신장과 민생안정…. 그는 관상이나 점을 미신으로 치부했으며 오직 지혜를 바탕으로 한 부단한 학습을 통해 현자와 성인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때로 보석과도 같은 고전이 주는 향기는 현대의 시시한 저작들이 미칠 바가 아니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