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에서>
구름 한 점 흐르는 오월의 하늘을 바라보면
그대 가신 것 믿을 수 없어
그대 가시고 오로지 외로운 나날일 뿐인데도
살아야만 하는가 기브스 침대에 누워서
그대 가시고 날이 갈수록 외로움 더 한데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울었네
그대가 남긴 단젠에 꽂혀 있는 이쑤시개 보고
눈물은 흘러 멈출 줄 모르누나
귀속으로 들어간 눈물을 씻으면
다시 외로운 눈물은 솟아나고
한밤 중 눈을 뜨고 보면 나 혼자인데
가신 님 성큼 들어서는 것만 같아
내 머리카락과 그대 유골이 함께 담겨진
작은 오동상자를 안고 잠들었네
마가렛에 덮여 아름다웠던 그대의 관
전해 듣고 꿈 속에서 보았네
그대 없는 세상을 슬퍼하며 살고 있는
내 생명도 짧은 것이어라
온갖 괴로움 끝에 알게 된 그대
그대도 겨우 5년 만에 가셨구나
그대의 유영 앞에 바쳤던 귤을 내려 먹는 쓸쓸함
상상도 못했으리
크리스찬의 윤리에 살아
동정 그대로 간 서른 다섯의 나이였네
여자보다 부드러운 그대라고 했지만
주장을 굽힌 적은 그대에게 없어지
담배 피우는 나를 보며 슬픈 듯 고개 떨구던
그대에게 이 내 몸 끌려 갔더니
최후까지 처음 만났을 때와 다름 없었지
그 언행 올바르고 부드러움까지도
시체해부 의뢰의 전문(電文)도 적혔구나
의학도 그대의 유언 속에
꿈에조차 그대는 죽어 있고
그대 식은 몸 끌어안고 아아 나도 죽어 있네
기도하는 것 노래 읊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나를 남긴 채 그대는 가셨구나
원죄의 사상으로 이끌어 주던
그대의 엄한 눈동자 생각나누나
산비둘기 우는 저녁 언덕에
무릎 꿇고 함께 예수님께 기도하였네
아내처럼 여긴다며 나를 안아 주던
그대여 그대여 돌아오라 천국에서
*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쓴 단가 형식의 만가(挽歌)
<길은 여기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