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욕망에 눈 뜬 그녀
로맨틱 코미디 배우 멕 라이언 충격적 변신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의 욕망)의 결합은 모든 섹스 스릴러가 신봉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인 더 컷’(In the cut·30일 개봉)에서만큼 죽음과 섹스가 화학적으로 한 몸을 이룬 경우도 드물 것이다. 아마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 감독일 제인 캠피언은 이 신작을 거칠고 강렬한 욕망의 오디세이로 만들었다.



 

 

 

 

 

 

 

영문학 강사 프래니(멕 라이언)는 어느 날 술집에 들렀다가 오럴 섹스에 몰두하는 남녀를 발견하고 야릇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후 그때 본 여자가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그는 탐문수사를 하던 형사 말로이(마크 러팔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말로이와의 관계에 탐닉하기 시작한 프래니는 어느 순간 그가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인 더 컷’은 낭만적 사랑을 토막살해하는 대신 불가해한 욕망의 가공할 만한 힘 자체에 주목하는 영화다. 여기서 스릴러라는 장르 형식은 분위기 형성을 위한 일종의 병풍 같은 역할만 담당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가는 전통적 독법으로 덤벼들면 이 영화만큼 시시한 연쇄살인극도 없을 것이다. 대신 감독은 공포와 욕망이 뒤범벅된 감정 속에서 허우적대는 심리를 시종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여성의 시선으로 잡아낸 여성의 욕망’이란 핵심 슬로건은 캐릭터에서 구체적 섹스신까지 철저히 관철됐다.

캠피언은 ‘내 책상 위의 천사’ ‘피아노’ ‘여인의 초상’ ‘홀리 스모크’에 이어 또다시 (그 대상이 욕망이든 삶이든) 여성의 자각에 방점을 찍은 여성 영화 한 편을 내놓았다.

오랜 세월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멕 라이언은 배우로서 일생에 한두 번밖에 써먹지 못하는 충격적 변신의 카드를 제대로 활용했다.

수많은 사랑 영화에서 내내 양손에 쥐고 연기했던 초콜릿과 솜사탕을 속옷과 함께 집어던진 그는 이전의 경력 자체를 이 영화에서의 파괴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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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3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켐피온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저로서는 서울 원정 불사해서라도 보려고 벼르고 있답니다. 강릉은 개봉을 안 한답니다

김여흔 2004-04-30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