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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기다란 액자안에 해변가에서 웬 낮선 남자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고 그 사이를 개 두 마리가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웬지 이 남자는 다소 우울하고 슬픈 곡을 연주하고 있을 것만 같다.
심플하면서도 뭔가 비대칭스럽다. 그러면서도 책 제목은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여 보인다.
독일계 보스니아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배경 역시 90년대 일어난 보스니아 내전 때를 다루고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상을 우울하게 그리고 있을 것만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쩌면 그리도 수다스러운지. 별로 처참하지도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면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 나름으로 보는 눈이 따로 있는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 어렸을 땐 어땠을까? 나 역시 어린 아이답게 세상을 보고 느꼈을 텐데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너무 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안네의 일기'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이 났다.
알겠지만 안네의 일기는 전쟁중에도 안네란 소녀의 너무나 맑은 심성으로 세상과 자신을 인식하는 글을 써서 오히려 처연하게 느껴지는 책이고,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정말 6.25 그 시대에도 전쟁을 모르는 동네 하나쯤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사실 알고 보면 이런 영화나 소설은 찾아보면 더 있을 것도 같다. 영화 '지중해'도 그렇지 않던가?
폭풍 중의 고요가 있는가 하면 폭풍전야도 있다. 그래서 세상은 때로 신비롭기도 하다.
왜 전쟁하면 비참할거라고만 생각하는가? 물론 거의 대부분이 비참하다. 무고한 시민이 다치고 죽어나가는데 거기에 무슨 평화나 행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어렵고 힘든 때를 지날수록 악해질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선하고 인류애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신비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인간이고 지옥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난 이 작품이 내가 앞서 말했던 일련의 작품 보다 좋다고 말하기엔 다소 조심스러워진다. 사실 나의 경우 동유럽 그것도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호기심에 선택했지만 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낮선 문체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또 어쩌면 내가 보스니아를 너무 몰라서 일지도 모른다.
어느 평론가는 작가를 조너선 사프란 포어에 비견하곤 했는데, 포어 역시 내가 읽어보지 못한 작가니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감당이 안되기는 이 작가와 마찬가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좋아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신중히 결정하란 말 밖엔 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