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 Rear Window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주 오랫만에 <이창>을 다시 봤다. 한마디로 주인공을 많이 굴려먹지 않고도 두 시간 가까이 긴장하며 볼 수 있는 영화는 이 영화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밖으로 난 창문은 크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더군다나 날씨는 밤이나 낮이나 푹푹 찌는데 일상은 너무 평화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하다. 보통 그런 날을 '개 같은 날의 오후'라고 한다지? 그런데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주인공 제프리스에게 바라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매일 건너편 아파트먼트를 지켜보며 사람들을 해석과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 제프리스. 그 건물엔 댄서도 살고, 중년의 부부도 살며, 외로운 독신녀도 살고 있으며 작곡가도 산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뚱보 남자와 그 부인이 사는 것도 보게된다. 그런데 어느 날 뚱보 남자네 집 부인이 보이지 않다. 그때부터 제프리스의 상상은 의혹이 되고 그것을 밝히는데 온통 집중이 된다. 거기엔 매혹적인 애인 리사와 매일 출퇴근하는 간호사가 뚱보 남자가 살인 용의자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데 합세하게 된다.    

스릴러가 다 그렇듯 수 많은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로 엮어져 있다. 이런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신경질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히치콕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미스테리(어느 날 뚱보 남자네 이웃집 개가 죽었다.)와 잡히면 어쩌지?(제프리스의 애인 리사가 뚱보 남자네 집에 몰래 잠입했다 뚱보 남자한테 들겼을 때) 죽으면 어쩌지?(자신을 몰래 추적해 온 것을 알고 제프리스의 집에 들어와 제프리스를 창문에서 떨어 뜨리려 할 때)하는 긴장감을 정말로 잘 보여주고 있다.   


 

히치콕은 정말 천재다!   

흔히들 천재하면 현실과 좀 동떨어진감이 없진않지만, 내가 말하는 천재란 관객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창을 통해 건너다 본 맞은편 아파트먼트에서 여러가지의 인간군상들을 대사 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게 했고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영화를 보지만 연극적 요소도 가미했다. 끝날 때도 유머와 위트를 잊지 않는다.  

물론 영화 중간중간 약간은 지루하긴 했다. 하지만 주인공을 너무 굴리지 않고 휠체어에만 앉아있게 하고 영화를 보여주려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종반 20분 정도에서 보는 사람을 바짝 긴장하게 해 줬으니 그런 것쯤은 그냥 용서하고 덮어주자. 그렇다고 아주 많이 지루한 것도 아니었다. 아주 초큼이었다. 그래도 이야기 구조는 완벽하지 않은가?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히치콕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맥으로 여긴다. 어디 영화학도들만 그렇겠는가? 난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히치콕은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히치콕 옹은!  

 덧붙히자면,
연전에 나의 사부님은 이 책이 절판된 것을 무지 개탄스러워 하셨다. 

우리나라 영화학도들이 오죽 공부를 안하면 이 책을 더 이상 찍어내지 않느냐고 하시며...  

이 책은 헌책방에 가도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의 동기 한 명이 이 책을 천신만고 끝에 구했다. 그것도 알라딘 중고샵을 통해 보자마자 바로! 콜을 했다고 한다. 우린 어찌나 기뻤던지 축배를 터뜨릴 지경이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했겠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상상에 맡기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게 절판이 됐다면 언제 된 걸까? 몇년 전만해도 이 책은 판매 가능했던 걸로 아는데. 동기생들에겐 말은 안 했지만 그땐 정말 살 생각이 별로 없었다. 사도 나중에 사야지하고 찜만해 두었다. 그리고 얼마 안되 절판된 것을 알았다. 이 사실을 나의 동기들이 알면 죽일려고 할 거다.  

지금이라도 어느 출판사에서 이 책을 복간해줬으면 한다. 그렇다면 그 출판사는 우리나라 영화학도뿐 아니라 스토리텔링 연구자들에게 다시없는 덕을 베푸는 것이며 자손만대가 복을 누리는 축복의 근원이 될 것이다. 

제발 복간해 주세요! 플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