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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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으면서 이게 과연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으려나 의심하면서 읽었더랬다.  

사실 이런 형식의 소설을 안 읽어본 것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여럿이어서 시점을 달리에서 각자 자기 고백을 하는 뭐 그렇고 그런 소설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그런 소설들이 나름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대체로 좋아하는 편이다. 솔직히 한 사람의 싯점 가지고는 그것을 다 표현해 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전지적 싯점을 견지하지만 내밀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형식을 지나치게 많이 차용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안타까운 건 등장인물만 해도 꽤 여럿이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타인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이 좀 더 뚜렷했으면 좋겠는데 어느 누구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비슷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어 인물의 특성이 사장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그럴 것 같으면 중요한 몇 사람만을 중점적으로 그 사람의 관점을 다뤄 볼 일이지 누구의 몇번째 이야기란 형식이 과연 필요했던 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작가는 자신이 다룰려고 했던 것을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하고 지레 마무리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있었다. 조금 더 깊이 파 보았더라면... 

등장인물도 특별히 악하지도 그렇다고 선하지도 않다. 대체로 그럴 땐 작가의 성향을 반영하던가, 스킬의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뭔가의 아쉬움, 안타까움, 한 같은 것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아지고 있는 아우라가 약해 보인다. 근친상간이라고 하는 사랑의 치명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개연성이 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끝까지 읽혔던 건 시대적 배경 즉 그 시대의 풍속을 최대한 녹아내는 지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노력에 나도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정작 앞에서 지적했던 것들을 놓치고 갔던가, 버거웠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시대적 배경은 좋은데 정서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약간의 미흡함이 보이기도 했다. 특히 초두에서 배경은 조선 양반 사회를 말하는 것 같긴한데 그 흐름은 요즘을 얘기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어리둥절했다. 물론 뒤로 갈수록 익숙해져서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느낌이 들긴했다.  

좀 건방진 소리겠지만, 그래도 문학동네가 사람은 볼 줄 아는구나 싶기도 했다. 이만하면 상을 줄만도 하다싶게 작가의 노력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습작기간 없이 단숨에 소설상을 거머졌다. 작가로선 부담스럽긴 할 것 같긴다. 그래도 지켜볼만한 작가는 아닌가 싶다.  

최근 작가의 새 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내용이 어떨지 궁금하긴 하지만 후속작이기 보단 문장에 관한 책을 낸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다. 작가는 언제나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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