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 우리가 아직 몰랐던 사랑의 심리
헬렌 피셔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봄날은 간다>란 영환가 보다. 거기서 보면 유지태가 자신을 떠나려는 이영애에게 "사랑이 어떻게 변화니?"라며 어떻게든 사랑하는 연인을 붙들고 싶어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랑은 변한다. 변하지 말래도 변한다. 그래서 사랑은 맞이할 땐 가슴이 터져나가도록 뿌듯한 것인 동시에 떠날 땐 차갑고 아프며 싸늘한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부터 어떠한 과정을 거치며 어떻게 식어져 가는가를 추적하는 한 문화인류학자의 보고서이다. 또한 사랑이 어떻게 진화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가의 전망 또한 담겨있다.  

언젠가 나는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후배들 중엔(꼭 내가 그맘 때) 연애 같은 것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사랑에 얼마나 잘 빠지는가? 요는 따지고 보면 나나 그들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거지 사랑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사랑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작년 가을, 한 남자 후배는 "사랑도 하도 안하니까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라고 해서 내심 놀란 적이 있었다. 그렇다. 육체도 어느 한 부분 사용을 안하면 퇴화 되듯이 사랑도 오래도록 안하면 그렇게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랑 그것이 얼마나 덧없고 꿈 같은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사랑의 감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것은 신들의 장난이다.(책에서는 '신들의 정신착란'이라고 했다.) 어떻게 인간으로 하여금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로 만들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 인간은 그 사랑을 얼마나 성숙하게 잘 가꿔나갈 것이냐가 관건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그 남자 후배가 그렇게 말하는 건 사실 틀린 말이고 바람직 하지도 않다. 그렇게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사랑의 감각'을 쓰지 않다가 어느 날 준비도 되어있지 않는데 갑자기 사랑을 맞이하면 어쩌려고? 또한 그렇게 사랑을 갑자기 시작했다가 떠나 보낼 땐 어떻게 떠나 보낼려고? 

혹자는 그렇게도 말한다. 사랑은 하고 싶은데 사랑할만한 대상이 없다고. 하지만 뭐든 찾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이 올리 없을 것이다. 사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그만한 댓가를 치르고 얻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약한 존재여서 사랑할 때 이별할 것을 걱정하고, 사랑을 고백할 때 거절당할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아직 있지도 않은 현실에 집착하지 말아야할 것이며, 거절 당하더라도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사랑은 큰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사랑이 거절 당했을 때의 사람의 심리적 반응과 복수하겠다는 마음이 스토커가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써놓고 있기도 한다.       

사실 나 역시도 사랑에 그다지 익숙한 사람은 못된다. 어느 순간 좋은 감정을 갖다가도 재빠르게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를 알면 얼른 꼬리를 내려버리곤 한다. 또한 과연 내가 이 사람에게 이토록 마음이 가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헷갈릴 때도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애써 사랑에 담담한 척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왜 사랑 앞에 당당하지 못하고 진실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이는 적지 않으면서 사랑은 여전히 아이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관심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동시에 세상에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사랑을 하지만 사랑에 미숙한 관계로 해어질 땐 애초부터 서로 몰랐던 사람 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고 그 간극을 좁혀 볼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이 또한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사실 이책은 오래전 선물로 받고 이제야 읽은 책이다.) 

사랑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에 쉽게 인정을 안 하거나,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론 쉬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왠지 사랑은 몸으로 부딪혀 알아야할 것만 같고, 그렇게 책 보며 이론적으로 바싹해지면 진짜 사랑을 맞을 땐 그 감동이 반감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 하지만 이 세상 어느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은 나의 앞으로의 생에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인데 그 사람이 앞으로의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을 하면 그렇게 무방비하게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인가? 

이 책 말미에 보면 사랑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지적한 부분이 있다. 그렇게 늦어지는 것은 출산과도 연결이 되는데, 사랑해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가 자랄 때까지 어마 어마한 비용을 충당해야 할 것이 부담스러 그것을 피해 가려다 보니 늦어지는 거라고.(이쯤되면 사랑도 나라에서 관리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하지만 통제된 사회에서의 사랑이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알만한 이야기 같긴하다. 이렇게 알고보면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수하고 숭고하지만도 않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오히려 사랑은 약은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사랑을 알지 않으면 사랑이 우리를 전복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사랑, 빠지기 전에 공부부터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