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
  •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6. 중국
    기회의 땅… 조선족… 한국·중국 교류늘며 현지 체험작 많아져
  • 다롄=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 ‘내 어머니나 형제들에게, 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는 내 중국행을 ‘내 아이를 세계인으로 만들고 싶어서’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다녔다. 아이는 중국의 국제학교에 입학할 것이고 머지않아 중국어는 물론이고 영어에도 능통하게 될 것이다.’(김인숙의 소설 ‘바다와 나비’)

      소설가 김인숙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바다와 나비’(2003년)는 중국의 다롄(大連)과 선양(瀋陽) 두 도시를 합성한 익명의 중국 도시를 무대로 삼은 중편 소설이다. 2002~2003년 딸을 데리고 다롄에 머물렀던 작가는 선양을 여행한 경험을 뒤섞어 ‘바다와 나비’를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현지 체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주목받고 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김연수는 2004년 중국 연변대학 기숙사에 머물면서 한국과 중국의 공식 역사에서 잊혀진 ‘중국인민지원군’을 다룬 단편 소설 ‘뿌넝숴’(不能說)를 썼다. 2000년대의 젊은 작가 천운영의 장편 ‘잘가라, 서커스’는 속초와 중국 훈춘을 오가는 배를 타는 조선족 보따리 무역상들의 이야기를 작가가 동행 취재해서 담은 작품이다





    • ▲ 해변 휴양도시로 손꼽히는 중국 다롄의 싱하이완 시민 광장은 인파로 북적이고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다롄=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중국에 도착한 여주인공 ‘나’의 족적을 좇는 소설 ‘바다와 나비’의 바탕에는 변화하는 오늘의 중국에 대한 386세대의 인식 변화도 깔려있다. 주인공 ‘나’에게 젊은 시절 중국은 혁명의 성지였고, 금지된 이상(理想)이었지만, 이제 그곳은 자식을 세계인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화자 ‘나’는 ‘차이나 드림’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조선족이 지닌 ‘코리안 드림’의 실태를 목격한다. ‘나’는 한국인 남성과 위장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젊은 조선족 여성 채림을 만난다. 낭만적 결혼에 실패해 생에 대한 경멸조차도 속절없는 ‘나’와 처음부터 결혼의 낭만을 부정한 채 생존을 위해 위장 결혼을 선택하는 채림의 운명이 엇갈린다. 그러나 ‘나’와 채림은 각각 서해를 날아서 건넌 나비에 비유된다. 망망대해를 연약한 날갯짓으로 건너는 제주왕나비의 끈질긴 본능을 모티브로 삼은 이 소설은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원리를 찾으려는 인간의 행복을 향한 본능을 그렸다.

      김연수의 소설 ‘뿌넝숴’에 등장하는 연변의 길거리 점쟁이는 ‘중국인민지원군’으로 6·25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지평리 전투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큰 부상을 입었다. ‘만약 내게 8만 위안(한화 800만원)의 돈이 있다면 꼭 한국으로 들어가 지평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라는 그 점쟁이는 ‘묻노라, 매화꽃이 어디에 떨어졌기에,/ 하룻밤 사이에 바람에 불려 관산에 가득히 퍼졌단 말인가’란 시를 읊는다. 매화꽃잎처럼 젊은 병사들이 쓰러졌던 지평리에서 그는 한 조선족 출신 여군과 잊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나눴다. 원래 그가 죽었어야 할 그곳으로 돈만 있다면 되돌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통해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개인의 운명을 단편 ‘뿌넝숴’는 말하려고 애쓴 작품이다.

      천운영의 소설 ‘잘가라, 서커스’는 연변 조선족 여성을 이주노동자로 조명하면서, 여성의 강인한 생의 의지를 형상화했을 뿐아니라 조선족 여성의 어법을 생생하게 재현한 작가의 문체도 호평을 받았다. 저렴한 인건비의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여주인공 림해화는 여관 청소부로 일하면서 ‘코리안 드림’을 낙관하는 모든 조선족 여성 노동자를 대변한다. ‘욕조 위에 사품치는 파도와 모래 사장을 그렸다…얼마간 고생을 하고 나면 돈도 벌고 그도 만날 것이었다. 어디선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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