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사의 내용·방법까지… 결정은 기술이 한다
  • 디지털 시대 서사(敍事)

    소설가 이인화·김탁환, 국문학자 전봉관씨가 말하는 미래
    한국, 기술 있지만 기획력 떨어져… 큰 줄거리, 독립적 에피소드 인기
    고용문제 해결에도 돌파구 될 것
  • 안면도=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 디지털 시대의 ‘서사(敍事)’가 차세대 문화 콘텐트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소설가 이인화, 김탁환씨, 국문학자 전봉관씨가 한국적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미래를 전망한 정담(鼎談)을 싣는 특집을 꾸민다. ‘검색어로 읽는 오늘의 문학’ 시리즈는 21세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디지털 문명의 일상화를 ‘유비쿼터스’란 검색어로 알아본다.


      ㅈ디지털 기술과 서사적 상상력을 결합시켜 차세대 문화 콘텐트 생산 방안을 모색하는 2007 디지털 스토리텔링 콘퍼런스가 25일 안면도 롯데오션캐슬에서 열렸다. 26일까지 ‘21세기 문화를 이끌 차세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 콘퍼런스를 주최한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이인화 회장(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사회를 맡은 김탁환 교수(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발표자로 나서는 전봉관 교수(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즐기며 친분을 쌓은 게임 마니아들이다. 2003년 학회 결성도 이들이 주도했다.

      이인화 교수와 김탁환 교수는 각각 장편소설 ‘영원한 제국’과 ‘불멸의 이순신’을 쓴 인기 소설가이고 전봉관 교수는 ‘경성기담’이라는 책에서 일제하 경성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실화를 소개해 화제가 된 이야기꾼이다. 25일 오전 세 사람이 만나 정담(鼎談)을 나눴다.






    • ▲ 25일 안면도에서 열린 디지털스토리텔링 콘퍼런스에 참석한 김탁환, 이인화, 전봉관씨.(왼쪽부터) /김태훈 기자



    • ◆새로운 서사의 틀이 필요한 시대

      ▲이인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서사의 내용과 방법마저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아날로그 방식의 소설과 영화가 보여주는 전통적 서사와는 다른 새로운 서사의 틀이 필요하다. 일례로 모바일 전화기 화면에 4~5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시대다. 긴 장편 구조의 서사는 이런 틀에 적합하지 않다.

      ▲전봉관〓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토리는 분명히 이전의 서사와 다른 점이 있다. 영국 작가 톨킨(Tolkin)이 쓴 ‘반지의 제왕’은 처음 발표됐을 때 ‘영문학의 재앙’ 취급을 당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 최고의 히트 작품이 됐다. ‘반지의 제왕’은 하나의 큰 줄거리 속에 독립적인 이야기들이 병렬로 연결된 서사구조라는 점이 주목된다.

      ▲김탁환〓그런 구조의 서사는 영화와 게임, 모바일 콘텐트 등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국지’나 ‘서유기’도 디지털 서사로 활용하는 데 적합한 소설들이다.

      ▲전〓문제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기술은 발달해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기획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신화와 설화 같은 인문학적 콘텐트들을 확보하고, 온라인상에서 통하는 이야기의 구성 원리를 찾아내 이 둘을 결합시켜야 한다.

      ▲김〓역사적 사실들도 좋은 디지털 서사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나는 요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디지털 자료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혜초가 여행 도중 겪은 사건들을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로 변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대학들도 이런 추세에 발 빠르게 동참하고 있다. 2006년 12월 현재 전국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디지털 미디어, 멀티미디어, 디지털 콘텐트 등 서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구하는 학과가 930개에 이르고 있다.

      ◆스토리텔링 능력 가진 이야기꾼 찾아라

      세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진 새로운 이야기꾼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삼성전자 등 일부 이동통신 업체는 모바일 폰에 탑재할 기능을 결정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함께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영업 목표를 정했다면, 가상의 20대 여성(‘페르소나’라고 칭한다)을 창조한 뒤 그녀의 일상을 소설 쓰듯 시나리오로 만들어 그녀가 모바일 폰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인화 교수는 “우리 학부 출신 석·박사 졸업생 60명 가운데 유학과 결혼을 제외하면 취업에 전원 성공했다”며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고용 문제 해결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톨킨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반지의 제왕’포스터.‘ 반지의 제왕’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큰 스토리 안에서 연결돼 있어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서사구조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 키워드… ‘디지털 스토리텔링’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매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사행위’를 뜻한다. 소설이나 연극, 만화와 같은 기존의 이야기예술이 디지털 미디어라는 신기술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하기’를 만들어내는 시대를 대표한다. 컴퓨터게임, 온라인게임, 하이퍼텍스트문학, 영화, TV 드라마, 뮤직 비디오, 애니메이션, 광고, 디자인, 홈쇼핑, 테마파크, 휴대폰 등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문화 콘텐트 개발이란 차원에서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정부 후원 아래 문화예술과 과학기술계의 공동 학술 대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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