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컷은 갈등해요
  • ‘수컷 선택’ 달라… 농게 암컷, 위험할땐 생존 유리한 수컷 택해
    자식 생각하면 훌륭한 유전자가 낫고…
    내 인생 생각하면 편안한 수컷이 낫고
  •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 공작 수컷은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한다. 사슴 수컷은 머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커다란 뿔로 자신을 뽐낸다.

      화려하면 적의 눈에도 잘 띄는 법. 결국 수컷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목숨을 거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암컷은 수컷의 화려한 외모에 끌리는 것일까. 멋지지 않은 수컷은 암컷에게 전혀 매력이 없는 것일까.

      1. 생명체는 유전자 전달 위한 도구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Darwin)은 모든 생물은 생존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생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性) 선택’에서 수컷 입장에서는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이지만, 결국 암컷을 유혹해 자손을 퍼뜨리므로 번식이라는 또 다른 생물의 ‘생존 이유’에 맞게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세기 진화생물학자 도킨스(Dawkins)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는 생명체를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생명체는 그것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남성 20명의 얼굴로 만든 평균 남성의 사진. 왼쪽 사진은 좀더 여성적인 모습으로 바꾼 것이며, 오른쪽은 남성적 모습이다. 가임기 여성은 남성적 얼굴(우)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 얼굴(좌)을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英성앤드루대 제공

    • 화려한 외모와 힘, 먹이를 구하는 능력은 우수한 유전자의 징표다. 결국 암컷은 이런 외적인 조건을 따져 수컷을 고르고, 결과적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암컷의 평가 기준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손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준다는 ‘간접적 이익’뿐 아니라 암컷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직접적 이익’도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 위험할 땐 안전한 수컷이 최고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김태원(33) 박사와 최재천(53) 석좌교수,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존 크리스티(Christy) 박사 공동연구팀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 5월호에서 “파나마의 갯벌에 사는 농게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암컷은 위험이 닥칠 때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수컷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컷 농게는 자신의 굴 앞에서 커다란 집게발을 흔들어 암컷을 유혹한다. 이때 일부 수컷은 굴 위로 두건 모양의 모래성을 쌓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갯벌에 새들을 끌어들이는 개 사료를 뿌려놓았을 때 암컷이 모래성을 쌓은 수컷과 쌓지 않은 수컷 중 어느 쪽의 구애를 받아들이는지 관찰했다. 게들은 새가 공격을 하면 모래성 뒤로 숨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실험 결과 한 지역에서 모래성을 가진 수컷이 암컷을 끌어들이는 ‘구애(求愛) 성공률’은 평소엔 79%였다. 그러나 개 사료에 새들이 모여들어 위험도가 증가하자 그 비율이 92%까지 상승했다. 반면 모래성이 없는 수컷은 구애 성공률이 60%에서 50%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암컷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일단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직접적 이익’을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 ‘뉴사이언티스(Newscientist)’지와 미국의 인터넷 과학뉴스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LiveScience)’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로 소개했다. 김 박사는 “암컷이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3. 여성의 배우자 선택은 ‘같기도’

      인간 역시 상황에 따라 배우자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1998년 영국 성앤드루대의 데이비드 페렛(Perrett) 교수는 여성들에게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한 결과 난자가 나오는 배란기 때는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지만 평소엔 여성적인 얼굴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페렛 교수는 “임신이 가능한 배란기에는 건강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성적 외모를 선호하지만, 평소에는 긴밀하고 오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여성적 외모의 남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요즘 유행하는 개그처럼 여성의 선택 기준은 유전자를 위한 것만도 아니고, 자신을 위한 것만도 아닌 ‘…같기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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