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무 생각없이 웃자고 보는 영화라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하지만 좀 소모적이 아닌가? 아니 때로는 많이.

도대체 이 나라에서 조폭을  소재로한 영화는 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젠 식상하다. 물론 그것이 가장 다루기 쉬운 코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세계를 너무 희화화해서 마치 그 세계를 다루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게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더 많이 노력해야하고 기왕 노력하는 거 좀 더 시야가 넓어져 좀 더 생산적이 되어야 한다. 사실 내용은 별 보일이 없다. 얼마나 무식함을 최대한 많이 최고로 진하게 보여주느냐 였다.

정준호가 친구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깨어나보니 370만원이란 엄청난 돈을 내야한다고 했을 때, 결국 자신의 처남될 사람을 불러와 패싸움을 벌이는 건 그나마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조폭의 세계를 인정하고 신뢰한다는 또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힘이면 모든 것이 인정이 되는 세상을 보여주려 했을까?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또다시 패싸움을 벌이는 라스트씬은 좀 그 설정이 모호하다. 

또한 조폭이 그토록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산다면 그런 류의 영화를 보는 관객은 착각을 일으킬 법도 하다. 힘 쓰면 돈 벌고 잘 산다?

그나마 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3형제가 뭉쳐서 여동생 시집 보내기 작전을 피는 에피소드들이었다. 사람이 사랑할 수 없는 건 논리와 이성과 편견이 많아서일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을 뛰어 넘어야 사랑도 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에선 힘과 무식함에서 표현이 되어서 아이러니였지만.

그래도 확실히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이정재나 정우성의 아성에 가려 빛을 못보던 정준호가 난 늘 안타까웠는데 확실한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유동근의 카리스마는 웃기는 역할에서도 유감없이 빛났다. 영화적 디테일도 선명했기에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볼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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