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발매되기 전 티저북을 읽었다. 가끔 출판사에선 홍보용으로 티저북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으로 안다. 그것이 그 책의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을 사 보기 전에 맛보기용으로는 꽤 괜찮은 방법 같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든다. 얼핏 보면 미국이나 영국스럽긴 하다만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작가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먼나라 이웃나라로선 그게 그것 아닌가?ㅋ

 

단편 모음집이고 표제작이 그러한지라 받은 티저북도 동일한 제목의 작품인 줄 알았더니 수록된 작품중 '자식들은 안 보내'이다.

 

 

나는 이 작품을 두 번 읽었다. 잘쓴 작품이긴 한데 단편이라고 만만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작품으로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처음 접해 보는 것 같다.(노벨 문학상 작품은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앨리스 먼로는 문체가 좋다기 보단 묘사가 좋은 작가는 아닐까 싶다. 

 

문체가 좋았다면 기억하고 싶고, 밑줄치고 싶은 문장이 있었을텐데 딱히 그런 건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해를 돕고자 친 문장이 간혹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 작가가 대가스럽긴 하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풍경 묘사나 상황,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꽉찬 느낌이고, 한 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내용도 흔히 겪을 수 있는 결혼한 사람들의 부조리한 면들을 그럴싸하게 다뤘다. 송곳같이 날카롭고 비판적으로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작가의 노련한 글 솜씨는 이렇다할 갈등이나 사건없이 어느새 주인공 폴린을 이혼녀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이혼녀라는 것도 상대적 개념 아닌가? 돌싱 또는 독신녀라고 표현해야 적절한 표현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폴린은 결혼 생활을 하다 다른 사람과 눈이 맞아 잠시 동거를 했지만 맨끝에 보면 그와도 헤어진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혼한 전 남편은 폴린에게 얘들이 아니라 자식들은 안 보낸다고 단호히 말한다. 즉 아이들은 전 아내 폴린에게 보내지 않겠다는 거다. 폴린은 이것에 대해 판자로 세게 얻어 맞은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이혼했다는 것을 가장 뼈져리게 느끼는 게 바로 이 지점은 아닐까 싶다.

 

그런 것으로 볼 때 작가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서양 사람들이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이거야 말로 조금은 놀라운 표현은 아닌가 싶다. 이혼한 사람이라면 자녀 양육을 누가 맡던지간에 자식을 맡지 않은 전 배우자에게 일정 기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건 당연한 거고, 그것에 쿨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이 하도 잦은 사회라 이혼하고도 전 배우자와 친구처럼 잘 지낸다는 말도 들었는데 역시 사람 마음은 동서양이 똑같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냥 친구처럼 잘 지내려고 할 뿐 한때 같이 산 세월을 무시할 수 없는가 보다.

 

오히려 쿨한 쪽은 폴린의 두 아이다. 옛날 같으면 자신들을 포기한 엄마에 대해 분노를 가질 법도 한데 엄마는 그저 엄마의 인생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있지 않는가? 물론 거기엔 어떠한 비난도 없지만 대신 사랑이나 끈끈한 유대 관계는 없다. 그게 아쉬운 요소긴 한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떠한 선택에 결과고 감수해야할 부분이지. 

 

이혼한 가정의 쿨한 풍경은 바로 이런 것일게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라, 받아 들일 건 받아들이고, 봉합할 건 봉합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래도 작가가 보수적이건, 서양 사회가 의외로 보수적인데가 있건 간에 이왕 보수적인 관점에서 소설을 썼다면 그래도 이혼만큼은 하지 않는 것으로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없진 않다. 이혼해서 홀로 남겨진 삶도 별로 행복해 보이진 않으니까. 물론 행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위해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결혼 생활을 하다 잠시 외도할 수 있는 건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책임이 남자쪽에 있던, 여자쪽에 있던 말이다. 왜 남자는 외도를 해도 되고, 여자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거기에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차이 때문에 여자가 외도를 하면 아예 이혼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작가의 글은 섬세하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땐 다소 지루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 다시 읽게되면 정말 많은 것들은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제고 작가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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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5: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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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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