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모든문학의 모태요, 원형인 신화나 전설, 민담 등의 설화를 연구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지는 근본적인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다만 구비 문학계라는 진부하고 침체된 우물 안에서 논문을 쓸 때 재탕, 삼탕하며 서로의 논문을 인용하여 출처를 밝히는 데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설화분석 방식이나 이론만이 최고임을 내세우지만 대중들은 그들의 설화 분석이나 풀이로부터 아무런 지적 감동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구비 문학적 권위에 도전하려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당나귀 귀처럼 비평은 듣지 않고, 침실에 살모사를 잔뜩 풀어놓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감히, 누가 나의 존귀하고 위엄에 찬 구비 문학적 권위를 더럽히려고 하는가?
인문학이 살 길은 인간 정신의 어머니요, 뿌리라 할 수 있는 설화에 대한 전확한 연구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경문왕의 침실과 흉측한 당나귀 귀를 제거하고, 설화를 잘 요리된 영양 만점의 상태로 대중의 식탁에 올려놓아야 한다. -259~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