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차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茶전문가 최정해씨가 추천하는 “이럴땐 이런차”

“찜질방 가서 땀 푹 내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 몸속 오장도 가끔은 뜨끈하게 샤워해 주세요. 한방차에는 태양의 기운, 땅의 기운이 모두 들어 있어 한겨울을 거뜬하게 나도록 도와줍니다.” ‘초당’이란 간판을 걸고 서울 인사동 후미진 골목에서 20년간 전통 차(茶)를 끓여온 최정해씨. “얼굴 창백한 여자가 무심코 내 집에 들어왔다가 전통차 네댓 잔 마신 뒤 두 볼이 발그레해져 돌아갈 때 기분이 좋다”는 그녀는 “초겨울 마시는 한방차의 효험은 보약에 버금간다”고 말한다. 탁자 세 개뿐인 작은 공간엔 그녀가 직접 고안한 무쇠화로와 맥반석 주전자, 그리고 갖가지 차 원료와 다기가 빼곡하다. 김지하·신경림·고두심·이호신씨 등 문화계 인사들이 단골. 맛과 효험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최씨가 20년간 자기만의 방식으로 개발해온 이색 전통차들을 소개한다.

◆추위도 스트레스도 거뜬히! ‘솔바람차’

보통은 ‘솔잎차’라고 해서 솔잎만을 우려내는데, 최씨는 솔잎에 표고버섯 볶은 것, 감초 한 쪽을 함께 우려낸다. 이름하여 솔바람차. 우선 솔잎은 숲에 들어선 듯 상쾌한 향과 함께 체내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씻어내고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소나무는 일출의 기운, 양기가 강한 식물이라 우리 몸의 피로를 빨리 회복시켜 주지요. 간에 좋고, 뭉친 혈을 풀어 내려가게 하고요.” 기름 두르지 않은 팬을 올려 센 불에서 재빨리 볶은 버섯을 넣는 이유는 향기와 해독 작용 때문. 송이가 가장 좋지만 표고나 양송이를 볶아 넣어도 상관없다. 중화제 역할을 하는 감초는 따스한 성질뿐 아니라 솔잎의 떫은 맛을 부드럽게 해준다. 솔잎을 큰 주먹으로 하나 넣을 때 버섯은 한 개 정도 잘게 잘라 볶아 넣고, 감초는 반쪽 정도 넣는다. 주전자에서 물이 펄펄 끓을 때 함께 넣고 3~5분 우려내 마신다. 스트레스 많은 직장인, 추위 많이 타는 여성들이 마시면 효과적. 고혈압 환자들은 탕으로 더 오래 끓여 마셔도 좋다.



▲ 찻집‘초당’에 가면 4~5종류의 차가‘코스’로 나온다. “내 몸에 잘 맞는 한방차를 골라 꾸준히 마시면 한끼를 굶어도 거뜬하다”며 최정해씨가 웃는다. 왼쪽부터 최씨가 끓여낸 쌍화차, 백련잎차, 오미자차, 솔바람차, 댓잎차.
◆술 마신 다음날, ‘홍삼말차’ 드세요

4~5가지 종류의 차를 ‘코스’로 끓여내는 초당 메뉴에서 메인을 차지하는 차다. 열을 내리는 성질을 갖고 있는 녹차(말차)와 열을 올려주는 속성을 지닌 홍삼의 조화가 절묘한 맛과 향을 낸다. 홍삼가루와 녹차가루의 비율은 보통 1 대 2이지만, 평소 술을 많이 마시거나 몸이 허한 사람이라면 홍삼 2, 녹차 1의 비율로 한다. 일단 가루를 섞은 뒤 약간 되직한 느낌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차선(대나무 거품기)으로 거품을 낸 뒤 마시는 차. 연둣빛 걸쭉한 질감에 쌉쌀한 맛이 도는 홍삼말차를 한 사발 들이켜면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쓴맛이 싫으면 아카시아 꿀을 타서 마셔도 괜찮다. 초당 단골들은 이른바 해장술이라고 부른다. “위와 간을 씻어내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비타민 E와 C가 풍부하니까요. 어떤 분은 술 마시기 전에 홍삼말차를 미리 마시고 가면 몸이 덜 상한다고 하더군요.”

◆거칠어진 피부를 보드랍게 ‘백련잎차’

한마디로 ‘산소’를 제공하는 차다. “진흙에서 살아온 연꽃이라 잎사귀에 산소가 풍부하다”는 게 최씨의 설명. “뜨거운 물에 연둣빛이 안 나올 때까지 마냥 우려먹어도 좋은 게 백련잎차”라고 말한다. 잎사귀에 함유된 알칼로이드와 플라보노이드, 타닌, 비타민 B1·B2·C 등의 작용으로 피를 맑게 하고 술독을 풀어주며, 구취와 니코틴 제거, 갈증과 산후 목마름, 피부미용에 효과적. 페트병 한 병 분량의 물을 팔팔 끓이다가 연잎 1~2 작은술을 수북이 넣어 우려내 마시면 되는데, 약성을 살리기 위해 1분 정도 식혀 마셔도 좋다. 맑은 잔에 따르면 색과 향을 함께 음미할 수 있어 좋다.



◆목감기, 기관지염엔 ‘오미자차’

폐를 비롯해 기관지에 좋은 차가 오미자차다. 특히 겨울감기로 몸이 아프고 편도선이 부었을 때 따뜻하게 마시면 효과적이다. 최씨에 따르면 “폐의 기운을 붇돋워 주고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 주는 오미자차는 감기에 걸렸을 때 쌍화차보다도 빨리 열을 내릴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특징이라고. 최씨는 오미자만 우려내지 않는다. 감초를 먼저 15분쯤 끓는 물에 우려낸 다음 오미자를 넣고 다시 끓인다. 약재의 해독작용을 위해서라고. 붉은색이 우러나올 때까지 진액으로 끓여 놓은 뒤 수시로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효험이 있다.


◆으슬으슬 몸살 기운, 여섯 번 끓인 ‘황제쌍화차’

“쌍화차는 옛날 임금이 궁녀들과 노닐고 난 다음날 아침 제일 먼저 상에 올라왔을 만큼 보약 취급을 받았다”는 게 최씨의 설명. 몸살 기운이 있거나 기혈이 허할 때 보하는 약으로 ‘남녀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 보약’이라 이름도 쌍화차(雙和茶)란다. 보통 백작약을 주재료로 하여 당귀, 숙지황, 생강, 감초, 대추, 황기, 천궁, 계피를 함께 넣어 끓이는데, 최씨는 여기에 정향과 복분자, 구기자와 진피(귤껍질)까지 넣어 탕처럼 끓여낸다. “정향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서 넣고요, 진피와 구기자는 기운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모든 약이 대보탕(大補湯)이 되려면 정성이 기본이듯, 최씨는 “쌍화차는 여섯 번 정도 재탕해야 약효를 발휘한다”고 조언했다. 글=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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