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동맹의 풍경'을 읽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는 이 책은 주석도 읽을만하다. 어쩌다 보니(전혀 조화가 되지 않는 듯한) '소돔의 120일'도 함께 읽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읽기 힘들어하는지 깨닫고 있다. 중고로 작년즈음 구입했었는데  이제 보니 책 중앙에 끼워진 갸름 끈이 전혀 손대지 않은 느낌이다. 중고로 책을 판 사람도 이 책의 유명세에 도전하려고 사두었다가 악명 높은 머리글을 읽고 되팔았나보다. 주요 등장 인물들을 설명하는 머리글을 읽는 중인데 아직은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음탕한 죄악을 삶의 목표로 삼은 네 인물이 큰 일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제 친애하는 이웃 열반인님의 글을 읽다가 이 책에 눈길이 갔다. 묵혀두었던 책장에서 꺼내 먼지를 후 불어 펼쳐봤는데 뭐지 이거? 영화로는 재현할 수 없는 그런 그림이 이어진다. 이번 달에는 소설을 좀 더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몇 권의 책들을 이미 꺼내두었었다. 이게 다 사사키 아타루의 글을 읽고 난 뒤 독서에 대한 열망이 조금씩 되살아났기 때문인데. 어쨌건 사드의 이 책을 꺼냈을 땐,당장 본격적으로 읽을 마음은 없었고 그저 호기심에 몇 줄이라도 읽어보려던 거였다. 두께가 상당하여 당장 읽기에는 부담스러웠으니까. 그런데 내용의 경악과 거북함과는 별개로 글 자체로는 가독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몇명 끊기려나... 그래도 나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서 알라딘 책 소개 밑에 리뷰를 몇 개 훑어봤다. 12년에는 금서로 지정되었었군. 이명박때였나? 하고 당시 대통령이 누구였나 확인차 검색해본다. 그 인간이 맞았다. 읽고 난 뒤 정신병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이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람도 있다. 글쎄... 소설이어서 안전하지 않을까? 오히려 소설로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끔찍하다면서 절반의 절반도 완독하지 못한 책에 별 하나를 던지고 비난 한다면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이들과 뭐가 다른거지?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이나 표지, 그 외 얻어지는 사전 정보들로 해당 책이 어떤 내용일지 추측한다. 사람에 대해서 그렇듯이.



사람은 대부분 위선적인 측면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위선'만큼 정확도 높은 방법은 아마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을 이해하는 데도 마찬가지. 그래서 사람 수 만큼의 다양한 위선을 경험하며 자기 위선을 돌아보는 용기를 갖는건 인식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넓히는 좋은 방법이다. 반면 개개인을 들여다보지 않고 비슷한 유형들을 어떤 프레임에 가둬두는 건 쉽고 위험한 방식이다. 남을 가두는 동시에 자신도 갇히는데 이걸 깨닫기는 쉽지 않다.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처음 활용한, 미군의 폭력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 대중적 프레임은 결국 한국 시민이 일상에서 미군과 만나며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대체해버린다. 서울에서 밤낮으로 벌어지는 군인과 일반인의 만남은 관련 행위자가 다양한 만큼 그 형태도 다양하다. 비범하든 평범하든, 적대적이든 순조롭든 , 성적이든 무감하든, 질서정연하든 자유롭든, 순식간이든 그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다. p.43







원서읽기는 지난 달에 '빌레뜨'1권을 잘 마무리하고 2권을 시작했다. 1권부터 뽈 선생이 나오는 대목만 내내 기다렸다. 이래서 재독을 해야 하는 건가? 존과 뽈은 많은 면에서 극과 극이다. 독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존에게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을텐데 나는 뽈이 더 궁금했고 신경쓰였다. 예측할 수 없음, 첫 인상 나쁨 같은 조건들이 나의 흥미를 돋우는 것 같다. 나는 MBTI에서도 좀비월드가 되면 호기심 때문에 죽는다고 나온다. '저기까지 가는데 뒤돌아보면 죽는다' 라는 경고를 듣는다면 ? 난 거울이라도 들어서 뒤을 확인하겠지.



  





기이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떠올랐다, 몹시도 비판적이고 냉담한 미소가! 그는 와스디와 같은 성격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몇마디 짤막한 말로 그는 여배우에 대한 의견과 감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녀를 예술가가 아니라 여자로 판단했다. 그것은 낙인을 찍는 판단이었다. P.19 ㅡ빌레뜨 2권


다른 장점들보다 존 선생의 성격에 가까운 건 이런 면모가 아닐까...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7-04 14: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돔 120일>은 펠리니의 <살로 소돔 120일>
과 아마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요.

오래 전, 할리우드 키드의 꿈을 꾸던 시절
그 영화를 보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동맹의 풍경> 검색해 보니 일단 땡기네요.
콘텐츠는 반미주의의 원류를 찾아서인가요.
시리즈인 ‘메두사의 시선‘ 왤케 멋지나요.

위선과 톨레랑스의 경계가 문득 궁금해지네요.

청아 2023-07-04 14:46   좋아요 4 | URL
<살로 소돔 120일>검색해보니 사드의 소설을 영화로
재현했네요. 영상으로 이걸 만들다니...

<동맹의 풍경> 초반부를 읽는 중인데
미국의 군사주의 확장에 있어서
한국의 조금 독특한 양상을 다루는 듯 합니다.

‘메두사의 시선‘1,2권 읽어봤는데 이 책보다는 훨
어렵지만 관점이 신선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5:45   좋아요 2 | URL
저는 실례지만 살로 소돔 영화도 소설 읽은 후 보았고 영화는 소설보다 한술 더 뜬 지라 우리 모두 곱고 예쁜 것만 보기로 해요. 안 본 눈 지켜드리러 왔습니다…그리고 소돔120일 읽은 지 십 년 된 실험체가 여기 있으니 잘들 관찰해 보시면 유해성 판독이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우리 책 좀 영화 좀 본다고 망가지는 최약체들 아니잖아요? ㅋㅋㅋㅋㅋ

청아 2023-07-04 18:0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판독결과에 대한 믿음으로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악덕의 번영>도 도전하겠습니다.ㅋㅋㅋ 검색해 보니 영화는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유리할 듯 합니다. 감독도 출연 배우에게 살해 당했다고 나오네요?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8:22   좋아요 2 | URL
출연 배우는 아니고 감독의 동성의 연인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미덕의 불운이 먼저에요…악덕의 번영은 자매시리즈…그리고 저는 일단 오늘 한 권 보고 햐…나 혼자만 당할 순 없는데 말리고 싶고…

청아 2023-07-04 18:45   좋아요 2 | URL
음...연인이었다면 또 무슨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지!
미덕의 불운이 먼저군요? 그 책도 담아두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이 고통에 엮고 싶은 그런 힘이 있네요. 이 작가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7-04 18:50   좋아요 2 | URL
그런데 또 글과 삶이 보기 드물게 일치하던 반항적인 인간이라…제가 또 반항적인 인간들한테는 관심이 많아가지고…근데 제가 처음에 댓글을 따로 단다는 게 잘못달아가지고 레삭매냐 님 댓글에다가 대댓글로 민폐가 많습니다…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3-07-04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한 알라디너분께서 다른 건 모르겠는데 똥이야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읽기 힘들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다 큰 성인들 자리인데 뭐라 하는 사람 있겠어요???

청아 2023-07-04 14:50   좋아요 3 | URL
뒷 부분 궁금해서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똥...나오더군요.ㅎㅎ
저는 아직은 이게 끔찍하다기보다 기괴하면서 웃겨요.
찾아보니 어느 정도 사드의 개인적 경험도 있어 보이긴 합니다만
권력의 횡포가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는건지
상징적인 측면에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우끼 2023-07-04 15: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ㅜㅜ 왜들 소돔 120일 읽고 그러세요..(그러는 저도 집에 한 권 애물단지처럼 있는데요..) 이놈 창피해서 못팔겠고 펼치면 읽기싫고 ㅋㅋ ㅠㅠ
미미님의 탐구와 리뷰쓰기를 응원합니다..

청아 2023-07-04 15:3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우끼님도 갖고 계시군요!
저도 이렇게 써놓고 완독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ㅋㅋ
응원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3-07-04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빌레뜨 원서 읽기!! 고전인데 어렵지 않나요? 전 엄두가 안 나네요;; 응원합니다.
사드, 똥….. ㅋㅋㅋㅋ 전 안 읽었고 안 갖고 있는데, 현실보다 끔찍할지 의문입니다. 소설이니까 뉴스에 나오는 기사들보다 덜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 지레짐작해 봅니다. 미미님 화이팅!
“자기 위선을 돌아보는 용기를 갖는 건 인식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넓히는 좋은 방법이다“ 라는 말씀 좋네요.

청아 2023-07-04 18:14   좋아요 1 | URL
어려워요ㅋㅋㅋㅋ 좋아하는 문장들이 꽤 많았기에 도전했는데 어렵네요.
다음엔 조금 더 쉬운 걸로 읽으려고요.
제가 예전에 순진하다는 말을 들은 게 좀 한이라 이런 거에 도전의식?이 있어요.
네! 우리가 모르는 현실은 더 잔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잔인함도 각자의 위치와 상황,시각에 따라 다르게 정의 내릴 수 있겠구요.
응원 고맙습니다 괭님!

건수하 2023-07-04 1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폰으로 대충 읽다가 이게 ‘동맹의 풍경‘ 이라고? 하며 처음부터 다시 읽었어요 ...

친구가 끊길 것 같지는 않고... 다들 궁금해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


청아 2023-07-04 18:16   좋아요 2 | URL
역시 예리하신 수하님!ㅋㅋㅋㅋ
<동맹의 풍경>올려놓고 다른 책 얘기!
제가 종종 이럽니다. 왜 자꾸 다른 책하고 버무리고 싶은지ㅋㅋ


페넬로페 2023-07-04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돔의 120일‘
내용이 도대체 어떤건지 엄청 궁금해요.
그래도 저는 계속 친구로 남겠어요.
독서열정 뿜뿜!
환영합니다^^

청아 2023-07-04 18:25   좋아요 2 | URL
비위가 좀 좋아야 읽을 수 있는 추한 내용 가득이에요.^^;;
선한 것이 자연의 일부이듯 악한 것도 섭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추천하기는 몹시 망설여지는
그런 책. 근친상간은 약해보일 지경이니 말다했죠.
풍자가 가미되어 아직은 웃으며 읽고 있는데 음...완독은 모르겠어요ㅋㅋㅋ

새파랑 2023-07-04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제는 어려운 책들에 도전하시는군요~!! ㅋ 모두 완독하실거라 믿습니다~!!

청아 2023-07-04 18:27   좋아요 1 | URL
글 자체는 잘 읽히고 글밥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파시즘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새파랑님이 믿어주시니 완독하도록 해보겠습니다^^

Yeagene 2023-07-04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뭘 모르고 파졸리니의 <살로 소돔의 120 일 >보다가 꺼버렸던 기억이 나네요.제대로 보기 힘든 영화였습니다;;;;

청아 2023-07-04 18:31   좋아요 1 | URL
검색해서 이미지 몇 개를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참 거시기 하더라고요.
저는 읽으면서 ‘이걸 영화로 만드는 인간은 없었겠지?‘ 했습니다ㅋㅋㅋㅋ
충격이에요. 이미지는 글과 달리 여과장치가 없다고 믿는 편이에요.

은오 2023-07-05 0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전 소돔 읽기 싫으니까 미미님 리뷰만 기다리겠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