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을때 '로앤오더'에피소드 중에서 떠올랐던 내용이 있어서 다시 찾아봤다. '이비'라는 대학 신입생이 학교에서 인기많은 남학생의 파티에 초대되어 가게된다. 거기서 주최자였던 그 남학생과 친구. 셋이 인사를 하는데 더 좋은 맥주는 욕실에 있다며 이비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거기서 이비는 두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이비가 싫다고 저항하지만 상대가 두 사람이라 막을수 없었고 그 와중에 괴로워하며 우는 모습이 그들이 찍은 영상에 그대로 찍힌것. 그날 밤 멍이 드는등 험한 몰골이 되어 돌아온 이비를 발견한 기숙사 조교가 이를 수상히 여겨 다음날 아침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정작 이비는 신고를 원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아버지가 아프셔서 등록금을 벌기위해 전에 포르노를 찍었던 것. 





이비는 충격에 공용샤워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던 참이어서 바로 응급실로 데리고가 증거를 입수하는 경찰. 포르노영상을 찍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자 경찰은 그 일과 폭행당한 일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즉 돈을 받고 포르노 영상을 찍었다고 해서 성폭행을 당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 남학생들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사건 발생 전 이들은 기숙사 방에서 포르노 영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친구가 포르노 영상을 찾아 보다가 익숙한 얼굴이라며 다른 친구에게 "얘 혹시 이비아니야?"하고 묻는다.




(자막은 이 학생이 보는 노트북 포르노영상 속 대화)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다른 친구가 자막처럼 특정 포르노영상을 언급한다. 이 학생들은 포르노를 꽤나 즐겨보는 축이었던것. 두 사람은 포르노 영상 속 인물이 같은 학교 여학생이라는 걸 알게되자 곧 있을 파티에 초대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들은 계획적으로 성폭행을 했다. 즉 이들은 영상에서 이비가 두 남자에게 강압적으로 일을 당하고 저항하지만 일이 끝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이비에게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 거다. 결국 이들은 법정까지 가게되는데 거기서도 이런 생각은 범행 합리화의 근거로 이용된다. 이들 편에선 변호사는 이비가 이전에도 여러차례 포르노를 찍었으니 가해자들이 그런 영상과 실제 이비의 성향을 혼동할만한 근거를 제공한 것이라고 이비탓을 한다. 배심원들은 이비의 손을 들어주지만 판사의 직권으로 판결이 뒤집어지고 이비는 이 일로 학교에서 퇴학까지 당한다. 집안사정으로 비싼 등록금을 직접 벌기위해 어쩔 수 없이 포르노 영상을 찍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이제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법정의 논쟁과정에서 미국의 경우 어떤 식으로 재판이 이루어지고 피해자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피해자 편에선 수사관들의 대응방식도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 에피소드는 포르노를 소비하는 남성들이 영상 속 여성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이 시리즈를 보다보면 실제 사건의 일부나 혹은 전부를 끌어다 인물들의 이름과 특정 상황만 바꾸어 만들기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사건 중심으로 실상을 많이 반영하는일이 드물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포르노랜드'에도 나오지만 어떤 전문가들은 포르노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현실과 포르노를 혼동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곤조 포르노와 같이 잔인하게 여성을 착취하는 영상을보고 그들이 여성들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지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주 접하는 것들에 욕망을 느낀다. 포르노 제작자들은 포르노 시청자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리고 곤조 포르노가 늘어가면서 유료 이용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은 경쟁적으로 강도를 높인다. 과연 이런것들이 일반 여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시각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을까? 



이 책은 포르노 산업이 펼쳐내는 여성의 지옥도를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동시에 이를 가동시키는 남성욕망경제를 폭로한다. 동시에 포르노그래피를 성적 입문서이자 욕망의 교본으로 간주하는 현대인들의 섹슈얼리티 문제를 긴급하게 들여다보기를 요청하는 목소리이다. -윤지선. 페미니스트 철학자『탈코르셋 선언』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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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8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왜 박유천 성폭행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유흥업소 종사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박유천이 인기 연예인이었다는 이유로 어떻게 그걸 강간이라고 말하느냐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강간이 일어나면 피해자는 고통스러운데 그것을 강간이 아니라고 말하는 제삼자가 왜그렇게 많은걸까요.

미미 2022-10-18 09:58   좋아요 3 | URL
그러게말입니다. 제삼자들의 그런 묵인과 비난이 이들에게 결국 힘을 실어주고 또 다른 범죄의 불씨가 되기도 하겠죠. 포르노의 높아지는 수위,폭력성은 그런 인식을 점점 강화하는 것같아 너무 답답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8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런 영화가 아니 저런 내용은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일텐데 결말이...ㅜㅜ
여주는 피해자인데 학교까지 퇴학!!
에휴...ㅜㅜ

미미 2022-10-18 10:17   좋아요 4 | URL
아웅...그니깐요. 피해자가 현실에 많이 절망합니다. 그래서 담당 경찰이 총장에게 찾아가 항의하기도 해요.
실제론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속에서 미국 경찰들이 피해자를 위해 체계적으로 협력하는데
끔찍한 범죄들이 많음에도 그런 부분들 덕분에 공부도되고 이 시리즈를 거의 다 볼 수 있었어요.

거리의화가 2022-10-18 1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피해자 편에 서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현실에서 이비 같은 상황이 어찌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러니 피해자들만 느는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듯합니다.

미미 2022-10-18 10:29   좋아요 3 | URL
네 그런 면에서 사회가 방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에피소드가 몇 년전 이야기인데 지금의 한국 사회보다도 더 인식적 측면에서 나아보이기도 했어요. 우린 가해자 입장에 치우친 사법체계의 문제를 다룬 뉴스들을 드물지 않게 보게 되니까요. 미국 상황도 답답한 경우가 적지 않지만 형량이 훨씬 높은 편이고 수사관들에게 피해자를 위한 메뉴얼이 비교적 잘 갖춰진것 같아 여러가지 우리에게 맞게 적용해봤음 좋겠어요.

얄라알라 2022-10-18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Law & Order 한 때 놓치지 않고 챙겼었는데 이 에피소드 가물가물합니다. [포르노랜드] 쉭쉭~~ 집중해서 어젯밤 읽었는데, 다른 레퍼런스 거리 연결지점을 못찾고 진도만 나갔거든요.

이렇게 드라마 소재 엮어서 풀어주시니, 왜 포르노랜드화가 무서운 건지 실감하게 됩니다

미미 2022-10-18 13:40   좋아요 1 | URL
많은 사람들이 이 심각성을 좀 더 이해하기에 수월할것 같아 찾아봤는데
얄라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넷에 국경이 없다보니
이런 곤조포르노가 전세계로 확산,n번방과 같은 성적 괴롭힘으로 연결되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mini74 2022-10-18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포르노 영상을 찍었다는 이유로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겠죠 ㅠㅠ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도 분노가 막 치밀어올라요. ㅠㅠ

미미 2022-10-18 13:49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성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다른 도구를 이용해 사람 여럿이 한 명에게 이런짓을 한다면 아마 법적으로도 처벌받고 비난을 받을것 같아요. 돈을 받는다면 더더욱이요. 그런데도 이게 용납되는 이유는 역시 성적인 행위이기 때문이고 돈을 받기 때문이겠죠. 그게 참 이상하고 기괴하다고 봐요. 누군가 죽어야 멈춰질지 사회적 시선이 뻔한데 그 여성들이 그걸 밝힐수나 있을지...

페넬로페 2022-10-18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내용이 있었군요 ㅠㅠ
미국이라서 조금은 다른 줄 알았더니 판결이 그렇게 나왔군요~~
더 이상 말이 안 나오네요^^

미미 2022-10-18 13:53   좋아요 3 | URL
배심원은 옳은 결정을 하는데요. 무슨 이유에선지 판사가 번복해버리는거죠. 피해자측의 검사도 담당 수사관들도 굉장이 놀라요. 검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판사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요. 이 드라마의 장점이 이런거예요. 늘 피해자에게 해피엔딩이 결코 아니예요. 피해자의 성격도 가지가지, 수사관들의 갈등,고민,시행착오,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일등 현실적이라서 배울점이 많았어요.^^

scott 2022-10-18 18:50   좋아요 2 | URL
미미님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판사는 자신이 내린 판결문에 자신이 제시한 법적 논리 타당성 주장 하며
권위를 내세웁니다
미국의 판사들 어마무시하게 권위적으로 군림해요

미미 2022-10-18 19:38   좋아요 2 | URL
네! 스콧님 말씀대로 한 시리즈에 적어도 몇번씩 그런 일들이 발생하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미심쩍은 게 있으면 검사가 판사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하기도하구요. 권위적인면은 우리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것같았어요.

2022-10-18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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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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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4: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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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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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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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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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8 14: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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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0-18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영화가 있군요. 어쨰서 피해자의 과거, 피해자의 언행,차림,성관계 등등만 물어보는 거냐고, 왜 피고인에게는 묻지 않느냐고 하는 호소가 <디어 마이 네임>에도 여러번 나옵니다 ㅠㅠ 영화속 피해자도 자신을 탓했을 것 같아요.. 포르노를 찍었다고 자기들과도 성행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다니, 어쩜 사고가 그렇게 돌아갈까요? 에휴.
미미님 잘 읽고 갑니다^^

미미 2022-10-18 15:00   좋아요 4 | URL
<디어 마이 네임>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군요? 이건 미국 드라마 시리즈인데요. ^^*
시즌23까지 오면서 많은 사건들을 다뤘어요. 성범죄의 양상도 달라지고 말씀하신 그런 피해자탓하는 인식면에서 개선할점이 (미국의 경우에도)아직 많구요. 법정은 물론 가해자들의 자기위주의 사고방식.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또 책으로도 점점 드러내고 말하고 있으니 계속 바뀌었음 좋겠습니다. 읽어봐주셔서 감사해요 괭님^^*

단발머리 2022-10-18 15: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될 만한 여자˝라는 판단을 남성들이 하니까요. 그것이 꼭 성범죄가 아니어도 법정에서는 항상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미님이 가져오신 사례가 이 책과 찰떡이라서... 우리 모두 슬프고 ㅠㅠㅠ 흐미....

미미 2022-10-18 15:34   좋아요 4 | URL
우리 사법계가 가해자 위주인 원인이 군사정부때의 영향이라는 의견이 있더라구요. 시대가 변했으니
바뀌어야 할텐데 사법부는 원래 가장 더디게 바뀌는 곳이기도 하고...답답합니다. 최재천 교수님같은 분
들이 가서 교육도 하고 그런다던데 아무래도 더 많이 해야할듯 하죠. 단발머리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찰떡인데 슬픈 찰떡이지요ㅠ.ㅠ

2022-10-19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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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2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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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23: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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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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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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