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가해자가 1인이라고 하더라도 유포되고 소비되는 동안 가해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게 된다. 파생 범죄로 피해 촬영물이 있다고 협박하여 성매매를 강요하기도 하고, 다시 물리적 강간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 괴로움으로 고통받다가 여성 피해자가 자살한 후에 그 영상은 "유작"으로 명명되어 웹하드등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된다. P.323
최근 모 대학 축제기간 한 학과의 주점 메뉴판에 선정적인 동영상을 연상하게 하는 문구가 버젓이 담겨 논란이 되었다. 몇몇 문구는 성범죄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비단 이번에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대학축제에서 비슷한 일들이 잊을만하면 문제가 되어 뉴스에 올랐고 대학생들의 성인지감수성에 의문을 낳곤했다. 메뉴판을 작성한 학생은 자신의 재치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을까? 해당 주점을 찾은 학생들은 불법 음란 영상을 상징하는 메뉴를 주문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것이 희화화 되어 대학 축제에 사용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메뉴마다 붙은 영상파일을 가리키는 용어인avi와 해당 영상의 크기를 표기하는 GB는 일상화된 디지털 불법영상 다운로드와 소비를 전재한 희화화고 여성혐오다.
피해자가 있어서 해당 영상을 찾던 중에 어떤 대형 웹하드 사이트에서 게시물을 찾앗는데 저작권이 있는, 그게 제휴 컨텐츠라는 거예요. 저작권이 있을 수 없죠. 그게 불법 영상물인데 누군가가 저작권 등록을 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거죠.(D)P.324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기억인 불법 영상물이 온라인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소유가 된 뒤 반복적으로 거래되며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오늘 지상파의 한 뉴스에서 보니 불법 영상물은 주로 코인으로 거래된다는데 때때로 영상 속 피해자의 신상정보도 거래대상이라고 하니 너무 잔인하다. 불법 영상물은 P2P나 웹하드 등에서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고 피해자들의 신고로 해당 영상을 찾아 지우는 등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지만 이미 공유된 영상까지 모두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지우는 속도가 퍼지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고한다. 전담반도 꾸려지고 여러가지 대책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비할 뿐더러 근절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 때늦은 후속 조치보다는 불법영상을 소비하는것에 대한 인식개선이 절실하다.
신체에는 항상 공적인 차원이 있다. 공적 영역에서 사회적 현상으로 구성되는 나의 신체는 나의 것이며 또 나의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타자들의 세계에 배당된 신체는 타자들의 자국을 지니고 있고 사회적 삶의 도가니 안에서 형성된다.(P.121주디스 버틀러.위태로운 삶)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은 11명의 필자들이 트위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1인 방송, 유튜브, 메신저, 팟캐스트 등의 디지털 미디어에서 오랜 젠더 불평등이 어떤 식으로 재현되고있고 또 어떤 가능성을 드러내는지 살피고 새로운 담론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ASMR을 통해 본 감각화된 친밀성과 섹슈얼리티, 웹툰의 재매개 과정에서 사회성을 반영한 서사변화와 여성재현, 맘스타그램을 통해 본 변화된 모성실천, 먹스타그램 현상과 음식 이미지, 사이버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셜 미디어 세계의 현상을 탐구해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공간에서도 소비 자본주의는 명맥을 굳건히 유지해 나가고 있다. 모성 이데올로기조차 자본에 의해 규정되며 새로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 사생활의 상업화, 디지털시대 감정노동자의 증가도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디지털 미디어라는 새로운 커뮤니티공간, 사회에서 재구성되는 젠더 문제와 여러 가능성은 한계와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우리에게 건낸다. 여기 담긴 생생한 이론적 논의들이 더 많은 여성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담론을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만족시킬 수단이나 복합적 지배의 기반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관계,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여싱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P.86. 도나 해러웨이, 해러웨이 선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