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친구와 학교앞 문구점을 갔다. 당시 인기있던 연예인 굿즈를 구경하러 들어갔는데 문구점 사장이 변태라는 말이 돌던 때였다. 잠시 구경하고 나왔는데 한참 걷다가 친구가 말했다. 문구점 사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기를 만졌다고. 그때 우린 아무 조치도 취하질 못했다.
20대에 내 친구는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함께 갔던 나는 방에 돌아온 친구가 내게 그 이야기를 하자마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취해 발뺌하는 그놈을 우리는 경찰에게 고발했는데 동행한 그 나쁜놈의 여자사람 친구는 내친구에게 남의인생 망칠 생각이냐며 욕을 했다. 순간 나는 그동안 세상에 살며 배우고 주워들은 모든 욕과 분노를 그 여자에게 쏟아내 주었다. 그 여자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학때는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이동하던 중에 내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손으로 내 아랫도리를 건드렸다. 순간 그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그 녀석의 허리띠를 잡아서 경찰서로 향했다. 도망치는 남자를 잡으려면 벨트를 잡으라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어 나도 모르게 반응한 것이었다. 아무일도 없었는데 되려 당한듯 도망치려하고 반발하던 그놈은 경찰서 코앞까지 가서야 내게 제대로 사과를 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 후에도 내가 전해들은 친구들, 내 주변 여성들의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연대를 못마땅해한다. 걸핏하면 싸잡아 비난하고 페미를 혐오 용어로 둔갑시킨다. 여성 연예인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들은 단지 불쾌하고 못마땅하겠지만 여성들은 불쾌하고 못마땅한것을 넘어 분노하고 두려워한다. 폭력에 목숨을 잃고 성폭력에 사라져가는 수많은 여성들을 반복해서 보고 들으며 우리들은 다음 희생자가 되지않길, 그런 일들로 부터 안전하길 바라고 숨죽인다.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때로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남자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중요하다.
ㅡ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든다,리베카 솔닛 - P118
검색해봤다.술집의 이름과 화장실을 넣고, 그러자 역시나 누군가 포스팅 해놓았더라.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고, 그 글을 보노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한결같은 고민을, 항상 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남자들이 혹여 술집 포스팅을 쓴다면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다‘는 글을 쓸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여성 전용 화장실, 여성 전용 주차장, 여성 전용 휴게소를 두고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안다. 그것들이 왜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걸까? - P118
리지 엄마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 일이 자기 인생에 어떻게스며드는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게하려면 할 일이 꽤 많다. 결정을 내려야 하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려는 용기를 내야 하고, 기죽지 말아야 하고, 반격도 각오해야 한다.
ㅡ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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