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가레가 직접 언급하는 페미니스트는 시몬 드 보부아르 정도인 데 비해, 남성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적 독해는 그 폭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니체와 하이데거에 대해서는 별도의 단행본으로 다루고 있다.('바다의 연인;프리드리히 니체에 대하여Amante marine:De Fridrich Nietzsh',마르틴 하이데거에서의 공기의 망각(L‘oubli de ㅣ'air: chez Martin Heidegger)]. 또한 여러 저서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모리스 메를로퐁티, 에마뉘엘 레비나스 등을 직접 비판하며, 특히 '반사경'은 여성적 관점에서 철학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2


여성적 관점에서 철학사를 다시 썼다니 '반사경'이 어떤 내용일지 더 궁금해진다. 대학과 학회에서 축출당했음에도 오히려 페미니스트로는 드물게 '이리가레 학회'가 만들어졌다.(The Irigaray Circle) 자신의 연구학회가 생겼다는 것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게다가 그녀는 현존해 있는 철학자다.


  
어제 저녁에 공원을 걸으며 간만에 실용서를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기본적으로는 뻔한 내용이지만 알던 것이라도 환기하는 차원에서 듣기에 좋았다. 마침 요즘 생각하던 문제들을 콕콕 찝어주어 시원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내가 원하는걸 막연하게 상상하지 말고 성취했을 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그 단계까지 이르는 과정을 성취시점부터 거꾸로 짚어보라는 거였다. 해당 목표를 이루려면 얼마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지도 추측해보고 과정에서 단계별로 해야 할 일들, 장애가 될 문제들도 생각해보는거다. 이번 생에는 힘들것같던 목표를 막상 내가 이루었다고 생각해보고 거꾸로 뭘 해야 할지 대충 짐작만 해봤는데도 최근에 나를 사로잡던 이런저런 문제들이 무척 하찮게 여겨졌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마르셸 프루스트
 




가끔 뭔가로 골머리를 앓다가 정신을 차리면서 생각한다.'이게 이렇게 중요해? 나한테 정말 중요한 문제야?' 처음엔 그런 고민들로 부터 벗어나려고 조금 극단적으로 당장 다음주에 내가 죽는다면 과연 그때도 이걸로 고민하고 있을건지 내 안의 나에게 물어보곤 했다. 그러다가 죽음이란 걸 그런식으로 적용하고 싶지 않아서 '당장 다음주에 우주의 어느별로 이사하고 다신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래도 이걸로 씨름할 건가?'로 바꿔 물었다. 세상에는 멋진 일들이 너무 많은데 -게다가 읽을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니 발목을 잡는 문제 앞에서 그런 조바심이 든다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화가난 크리스탈



처음에는 애정하는 매즈 미캘슨의 영화 '더 헌트'를 보려고 검색했다가 이 영화를 알게 됐다. 너튜브에 검색해보니 영화 평으로 봤을 때 완전 내 스타일이다 싶었고 바로 결제해 보니 역시나! 전반적으로 좀 많이 잔인하긴 했지만 그래도 볼만했다. 다 보고 나서 영화 분석을 좀 더 찾아보니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암시하는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 '왜 난 몰랐지?' 심지어 돼지도 나온다. 이제 어디가서 조지 오웰 좋아한다는 말을 좀 삼가해야겠다 다짐하며 마저 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장치들을 발견 못한 건 여주인공이 너무 카리스마 있어서 거기에 정신이 팔린 탓인 듯 하다. 베티 길핀~♡ 이 영화의 줄거리는 어떤 엘리트 집단이ㅡ 아마도 정부 고위층에서 일을 하던 이들 ㅡ해마다 사람들을 납치해 어딘가에서 그들끼리 인간사냥을 한다고 채팅에서 농담을 한 데서 시작된다. 해당 채팅은 외부로 유출되어 그들은 모두 불명예로 퇴사하게 되는데 분노한 이들은 재력을 활용해 자신을 온라인등에서 비난한 사람들12명을 잡아다가 '그 농담'을 실행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엘리트들이 모두 이른바 진보주의자들이란 점인데, 환경을 생각하고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등 이타심을 가진 이들이 정작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런면에서 스릴러이자 일종의 블랙코미디였다. 게다가 주인공 크리스탈은 동명이인으로 이들이 착각해 잘못 데려온 것이었고 하필이면 그들을 다 죽일만큼 쎈케였다.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던 것 외에는 그녀에 대해 많은 설명이 나오진 않는데 베일에 가려져 있어서 나혼자 후속작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아무튼 썩 괜찮은 킬링타임용이고 트럼프 재임시절 문제가 되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자기를 비판하는 영화라고 느낀 트럼프는 상영을 금지시키려고 했었다는 후문이 있다. 여주인 베티 길핀 보면서 조디 코머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생각한게 아니었다. 아무튼 쎈 언니들이 좋다. 열심히 살자!


조디코머와 베티 길핀 https://m.blog.naver.com/ys78nv/222508314019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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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3 17: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이 많은데, 미미님 소개해주시는 영화는 실행하는 자들이 참신하네요 ㅎㅎ 미미님 글 읽으니 이리가레작가를 영접해야 하나 싶네요 ㅎㅎㅎ 저 또 팔렁팔랑.
근데 이 분 이름 보면 자꾸 ㅎㅎ
엄마가 저한테 심부름시킬때면 ~ 꼭! 이리가래. 이 길이 지름길이대이 ~ 하던 말씀이 따올라서 ㅎㅎ 이 작가분 이름은 절대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어쩌면 어렵지만 여성철학 등과 관련된 길을 가르쳐 주는 작가?! 란 생각도 들어서 또 팔렁팔랑. *^^* 합니다.

청아 2021-12-03 17:45   좋아요 5 | URL
아앗! 이리가레 어쩜 미니님의 운명아닐까 짐작해봅니다ㅎㅎ만약 읽어보신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심 어떨까해요. 개괄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어요. 기본적인 여성학공부도 ‘이래저래‘ 되구요😉

그레이스 2021-12-03 19:13   좋아요 3 | URL
ㅎㅎ

오거서 2021-12-03 19:30   좋아요 2 | URL
저도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04 08:40   좋아요 3 | URL
작가이름 한 번씩 헷갈렸었는데 이리가레이...ㅋㅋㅋ
뭔가 잘 안외워질땐 미니님을 찾아가야겠어요^^

새파랑 2021-12-03 1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늘 바빠서 이제 들어왔는데 미미님 글이 딱! 오디오북 산책 괜찮은거 같아요 ^^ 쎈언니들에 미미님도 포함될듯 합니다~!!
베티 길핀은 그냥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네요 😆

청아 2021-12-03 17:47   좋아요 3 | URL
그쵸?이 언니(멋지면 다 내언니ㅋ)카리스마 넘쳐요! 종이책이 쵝오지만 가끔은 오디오북도 괜찮더라구요😆

얄라알라 2021-12-03 17: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매즈의 팬이시란말이죠?^^저 아틱....극장에 사람 저포함 4명인데도 메즈님 보러갔잖아요^^

청아 2021-12-03 17:50   좋아요 4 | URL
아틱 극장서 보셨군요ㅋㅋㅋ👍야하긴 한데 ‘폴라‘도 괜찮아요 007때부터 반함요😁

오거서 2021-12-03 19:31   좋아요 2 | URL
폴라…요? 받아적어야지 ㅋㅋㅋ

청아 2021-12-03 19:46   좋아요 1 | URL
은퇴앞둔 킬러이야기예요🤭👍

얄라알라 2021-12-03 1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헌트 도 봐야겠습니다!^^

청아 2021-12-03 17:52   좋아요 4 | URL
메즈의 헌트는 볼수있는 곳이 없더라구요. 거의 내렸나봐요ㅠ

페넬로페 2021-12-03 18: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쎈 언니들에 대해 여성주의로, 철학으로, 영화로 점점 범위를 넓혀 가시는 미미님, 멋져요~~
쎈언니의 다른 말은 남들이 포기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언니들 같아요^^

청아 2021-12-03 18:31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댓글에 제 기분이 핫핑크가 되었습니다~♡♡ ㅎㅎ쎈언니는 그래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나봐요😊

서니데이 2021-12-03 1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정말 닮았네요. 자매간 닮은 사람도 있지만, 형제간에도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을 때가 많은데요.
잘읽었습니다. 미미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청아 2021-12-03 19:44   좋아요 3 | URL
닮은데다 두 사람 모두 연기도 잘해서 신기해요!
이런 여성 쎈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주인공 발목잡는 이미지말구요😆 행복한 불금되세요!!

coolcat329 2021-12-04 0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걸으면서 오디오북 괜찮네요~
정말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너무너무 빨리 가서 조바심도 나고 슬프고 우울하고 뭐 그렇습니다.ㅠ
우울할 시간도 아까운 나이 실행이 답!
미미님 즐겁고 알찬 주말되세요~

청아 2021-12-04 09:45   좋아요 2 | URL
저도요ㅠㅜ 들으면서 마음을 좀 다잡을 수 있었어요. 쿨캣님도 유쾌하고 평온한 주말되세요🙋‍♀️

책읽는나무 2021-12-04 0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영화를 참 안본다는 걸 알라디너님들 글을 통해 많이 깨달아요ㅋㅋㅋ
대신 책 안읽힐 땐 드라마나 예능은 한 번씩 보곤 하는데...미미님의 쎈 캐릭터 언니들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씀 듣고 보니 저도 드라마나 예능 중에서도 여성들이 주인공이거나 MC를 맡아 주도하는 그런 예능을 좋아하고 있었네요..이렇게라도 하나로 연결되고픈 저입니다ㅋㅋㅋ

안그래도 저도 오디오북을 신청해 볼까?그런 생각 했었는데 괜찮나요?
산책하거나 설거지 하거나 집안일 할때 누군가 책을 읽어 주면 들으면서 하면 괜찮겠다..싶더라구요?
헌데 예전에 팟빵으로 ‘책읽아웃‘이랑, ‘책 이게 뭐라고‘한참 다운받아 듣다가...거기서도 김숙 송은이의 비밀보장으로 어느새 넘어가 그거 하루종일 들으면서 낄낄거렸었던 때가 떠오르네요.ㅋㅋㅋ
책 이야기를 듣고 싶어 듣다가 내 스타일 아닌 책 얘기 한참 듣다 보면 그것도 시간이 어느새???? 시간 배분이 잘 안되던데...미미님은 어떠신지??^^

청아 2021-12-04 09:57   좋아요 2 | URL
저도 김숙 좋아해요!ㅎㅎ 따로 오디오북 가입하진 않았고 할인 많이 할때 대여로 하나 들은거예요.😅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성우분들 연기가 좋아서 구매해 들었는데 잘한것 같아요. 오디오북 집안일 할땐 집중이 잘 안되고 조용한데서 산책할때가 더 낫더라구요 저도 나무님처럼 늘 시간과의 싸움중입니다^^;연말이면 뭐든 흐지부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