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프롤로그 속 말들이다.
읽는 동안 자꾸 나도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림태주 시인을 내가 왜 여태 몰랐지?
내가 모르는 대단한 분들이 물론 넘쳐나겠지만..
중학교때 좋아하던 국어 쌤 이름하고 비슷하다.ㅎ
몇년전 내가 다니던 중학교 인근에서 선생님과 마주쳤는데 꾸벅 인사하자
아직도 내 눈에 너무나 근사한 아우라를 뿜던
선생님은 네가 누구냐 물으셨다. 나는 선생님도 기억하실만한 우리반 인기스타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선생님은 우리의 담임이셨다. 조금씩 기억난다며 활짝 웃으셨다. 시험에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를
‘목마른 사람이 숭늉찾는다‘로 적어내 교실을 발칵뒤집어 놓던 친구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내 절친이었다. 선생님은 잘 지내느냐고 이런저런 안부를 물어봐주셨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날은 추운 겨울이었는데 선생님 품이 너무 따뜻해서, 여러 기억들이 그 안에서 몰아쳐 왈칵 눈물을 쏟을뻔했다. 임태*선생님! 그당시 선생님이 시를 읽어주실때 소설을 읽어주실때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어버렸다.

"시인 한 사람이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별자리에 특이한 움직임이 있다는말은 사실인 것 같다. 독일 시인 노발리스의 말이다. 시인들은 말수가 적으면서도 은유하는 말로 가장 많은 말을 하는 종족이다. 별은 무선조종장치 같은 걸로 사람의 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 P5
별이 말의 무덤, 혹은 말의 영혼이라는 증거는 또 있다. 알퐁스 도데의 『별』 첫 문장은 외로움이 짙게 묻어난다. "뤼브롱산에서 양치기를 하던 시절, 나는 몇 주 동안이나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지 못한 채 나의 개 라브리와 양들을 데리고 목장에서 혼자 지냈다." 작가가 제목으로 내세운 ‘별‘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고립된 말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아닐까. 별과말은 분명 하나의 운명이다. - P5
나는 어쩌다 시인이 되어 고독에 세 들어살고 있다. - P6
일상의 언어로 나긋나긋 자분자분 쓰려고 마음을 기울였다. 물론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산다는 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언어로 삶을 정의하는 일이라서, 나는 나의 생각과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정의를 내렸을 따름이다. - P8
줄 긋기는 인간의 오랜 습벽이다. 별들을 가만두지 못하고 줄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신화를 지어낸다. 그뿐인가. 이 개념과 저 개념에 줄을 그어 없던 학문을 만들어내고 진보를 거듭한다. 전 지구인을 ‘랜선‘으로 연결해 새로운 국경,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낸다. 인생이란 어떤 사람에게 선을 잇고 어떤 언어에 줄을 그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말들 중에 내가 밑줄을 그은 말들이 나의 언어가 된다. 이 책 안에 쓸모 있는 문장들이 있어서 단 몇 줄이라도 그대의 것이 된다면, 나는 메밀꽃처럼 환히 흐드러지겠다. - P8
정말 사랑한다면 그에게 일 순위로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그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분산되지 않는 목숨의 몰입이 있어야 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해서 그에게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가 알아주는 몰라주는 나의 진심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 마음만큼 진짜가 없고, 그 시간만큼 정말인 것은 없다. 시간이 진심이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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