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2권

스완의 사랑


2권은 마치 종교모임처럼 베르뒤렝 부부를 추종하는 '신도'들의 면면으로 시작한다. 그중에는 스완이 사랑하게 되는 오데트가 있다. 화류계출신인 오데트에 대해 스완은 이런 저런 소문을 듣지만 크게 주목하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스완은 보티첼리 그림에 대한 어떤 인상과 뱅퇴유 소나타 소악절에 대한 감동의 영향으로 결국 오데트를 사랑하게 된다. 


p.47 그는 자기 앞에 이미 순수 음악이 아닌 데셍이나 건축, 사상과도 흡사한 그런것을 보았다. 이제야 그는 음향의 파도 위로 잠시 솟아오른 악절을 뚜렷이 식별할 수 있었다. 악절은 금방 그에게 특별한 쾌락을, 그것을 듣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쾌락을 줬는데, 악절 외 다른어떤 것도 그런 쾌락을 맛보게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악절에 대해 미지의 사랑과도 같은 그 무엇을 느꼈다.


재미있는 부분은 분명 먼저 스완에게 관심을 보였던 것은 오데트였다는 점이다. 오데트는 자신이 속해있는 베르뒤렝 모임에 함께 가기를 스완에게 청하고 그에 대한 호감과 떨리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냈다. 


p.227 "사랑하는 분이여. 손이 너무 떨려 글을 쓸 수가 없군요."그때 스완은 그녀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단지 자신을 위해서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몸을 떠는 법이다. 우리 행복이 이미 사랑하는 사람 손에 달려 있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 곁에서 얼마나 침착하고 편안하며 또 대담하게 행동하는가!


이랬던 오데트가! 스완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매일같이 만나기 위해 노력하자 오데트는 돌연 태도를 바꾼다. 이때부터 스완의 비극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오데트는 점점 대담하게 스완을 무시하기에 이른다. 


p.214 사교계 인사들에게는 방문하지 못해서 사과해야 했다면,오데트에게는 그녀를 방문했기 때문에 사과해야 했다. 게다가 방문을 위해 돈까지 써야 했고(그녀의 인내심을 남용하여 너무 자주 보러 간 것 같으면 월말에는 4000프랑을 보내면 충분할까 자문해 보았다.)* 방문할 때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이나 그녀가필요로 하는 정보를 가져 왔다든가, 그녀 집으로 가는 샤를뤼스 씨를 길에서 만나 같이 가자고 해서 왔다든가 하는 구실을 찾아내곤 했다. 


스완은 진행하던 연구와 자신이 몸 담던 사교계와도 점점 멀어지고 오로지 오데트에게만 몰입하면서 점차 피폐해져만 간다.애초에 자신의 이상형과도 멀었던 오데트를 사랑하게 된 스완은 너무 고통스러워 그녀 혹은 그 스스로가 죽음에 이르기를 바라게 된다. 


p.224 휴식도 변화도 성과도없는 이런 행동의 필연성이 너무도 잔인하게 느껴져, 어느 날인가는 배에 종기가 난 것을 보고 어쩌면 그 종기가 그의 목숨을 앗아 갈지도 모르며, 자기는 이제 아무것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이 병이 임박한 죽음의 순간까지 그를 지배하고 노리개로 삼을 거라고 생각하자 진정한 기쁨이 느껴졌다. 그리고사실 그는 이 시기에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가끔 죽음을 원했는데, 그의 격심한 고통보다는 그 단조로운 노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아마도 연인이나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상대의 거짓말과 상처주는 말들로 인해 슬픔의 바닥까지 가 닿았는지도. 하지만 사랑의 달콤함과 환희만큼 상처와 슬픔의 극한도 당사자와 그 상황을 읽어내는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그것은 예술작품의 이해에서 오는 감동에 견주어도 결코 작지 않다. 프루스트는 맹목적인 사랑으로 인한 감정의 고양을 미술의 강렬하고 섬세한 표현처럼, 음악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움직임처럼 문자로 표현한다. 


p.274 바이올린 소리에는ㅡ 만일 악기를 보면서 그 음을 꾸미는이미지와 소리를 연결하지만 않는다면 ㅡ콘트랄토 노래를 부르는 어떤 목소리와 매우 비슷한 억양이 있어, 마치 한여자 가수가 연주에 낀 듯한 착각을 준다. 눈을 들면 보이는것은 중국 상자처럼 귀중한 바이올린 케이스뿐이지만, 그래도 이따금 사람 마음을 호리는 세이렌 ** 소리에 속아 넘어가는것 같다. 때로는 흔들리는 마술 지혜 상자 밑바닥에서, 마치 성수반에 빠진 악마처럼 포로가 된 정령이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얼마전 난티나무님에게 약속한 서점 이미지 몇 컷ㅋㅋ

드라마를 다시 보고 사진을 찍어 보려다 저작권이 겁이나서 웹에서 찾은 스틸컷으로 올림.

넷***에서 본 미드 <너의 모든 것>시즌 1에서 눈길을 끈 것은 스토킹이라는 끔찍한 주제를 잊게 만드는 주인공의 지적인 이미지와 서점에서 일한다는 부차적인 이미지였다. 뭐 잘생긴건 덤이고.

비열하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스토킹이라는 만행을 이렇게 미화하면 쓰나 싶다가도 이런 변태적인 행위가 허용되는 문학과 예술이라는 도구의 장점을 무시할 수가 없다. 


완벽하게 도덕적인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은 나쁜 생각도 하고 거짓말은 생각보다 훨 많이 한다고 하고 누군가 미우면 '죽이고 싶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범죄자와 일반인의 차이는 실행여부에 있다. ㅡ영화 '마이너리포트'의 공포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ㅡ<너의 모든 것>에서 주인공 조는 서점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나름 책도 좀 읽었는지 몇 마디 나눠보고 이런저런 책을 추천한다. 여기까지는 참 로멘틱하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착한다. 그는 스마트폰과 구글링을 이용하여 벡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그녀의 친구들을 경계한다. 

결국 사랑을 지키려다 '살인'까지 하게 되는데...


다들 거짓말을 나쁘다고 배신은 안된다고 좋은 것을 추구하자고 말하지만 문학과 예술, 미디어는 그런 경계를 마구 넘어간다. 나도 어릴땐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러다 '죄와 벌'을 읽었는데 극도로 불안해 하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가 도끼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혼란은 정점에 이르른다. 이후 그는 자신의 죄를 통해 스스로 올가미를 만들고 자신의 목을 죄는 듯 괴로워한다. 문학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햄릿과 오이디푸스, 돈키호테,보봐리,롤리타 등 유명한 작품일수록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감정을 가진 인물들이 말도 안되는 일들과 말도 안되는 부도덕한 일들을 저지른다.


왜 우리는 실제로는 추구하지 않는 이런 인물들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문학 속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넘어가선 안되는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실패를 경험하게 해 주고 경계를 넘으면 어떤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ㅡ일상에서 끝없는 경쟁에 시달리고 하지 않아야 할 사회적,윤리적 법망에 둘러싸인 우리에게ㅡ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즉 우리는 현실에서 하기 힘든 문학적 체험(대리)을 쌓아(우리보다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인물들,더 어리석어 보이는 갈등속 관계들로)주어진 현실 반경에서 얻기 힘든 감동과 성찰, 위안을 얻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 "소설은 윤리적 판단이 정지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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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30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청아 2021-07-30 16:21   좋아요 5 | URL
🙆‍♀️ 스콧님~♡

scott 2021-07-30 22:00   좋아요 5 | URL
우와 미미님 이 페이퍼는 잃-시-찾 페어퍼 중 최고의 감동!!
인용 하신 문장, 문구 모두 스완의 사랑(질투 호기심,불안, 연민,동정이 뒤섞임)이 담겨 있네요

스완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또 다른 자아 이면서 질투의 상대로 스완이 사랑하고 이별 하고 고통 받는 걸 거울 처럼 자신의 무의식 속에 투영 시키기도 하고 반사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베르틴느를 향한 사랑, 고통을 경험 하면서 스완의 겪었던 감정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러 모든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 켜켜히 쌓여 가다가 예술(음악, 미술, 건축,)의 형식으로 되살려 놓죠
결국 마지막 11권에는 그렇게 쌓여간 모든 감정을 하나의 작품, 자신이 쓰고 있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라는 작품으로 종결 됩니다.

미미님은 1권 읽지 않으셔도 이미 다 완독 하신 거임

뽈만 빨간 플친이 씀
(๑>ᴗ<๑)

청아 2021-07-30 22:13   좋아요 5 | URL
아 스콧님! 민음사 <잃.시.찾> 읽으며 가장 좋은점은 주석인데 스콧님은 마치 주석처럼 귀한 정보를 댓글에도 마구 쏟아내주시니 역시 북플의 다이아몬드입니다!!! 감동감동~♡
(/∇\*)♡♡♡

반유행열반인 2021-07-30 16: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 미미님 결국 저랑 1권에서 만나시겠네요 흑흑(생각난 김에 1권 꺼내보니 84쪽에 거의 한해를 머무르고 있네요 ㅋㅋㅋㅋ)

청아 2021-07-30 16:55   좋아요 6 | URL
아유 감사합니다~♡ 한 번 거꾸로 읽어보세요ㅋㅋㅋ저도 1권에서 여러번 실패해 이제 다시 읽을 건데 두렵네요ㅋㅋㅋㅋ😅

scott 2021-07-30 21:51   좋아요 4 | URL
우리 모두 1권에서 !!(*˙︶˙*)☆*°

청아 2021-07-30 21:55   좋아요 3 | URL
♡(b˙◁˙ )b♡

난티나무 2021-07-30 17: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책들보다 저 남자 눈빛!! 넘나 무서워요! ㅠㅠ
밀란 쿤데라의 말은… 음… 물음표 찍히네요.^^

청아 2021-07-30 17:07   좋아요 5 | URL
아ㅋㅋㅋㅋ<가십걸>에 나왔던 배우이고 연기는 좋아요ㅋㅋ이번에 3도 나온다는데 점점 막장분위기ㅠ1시즌때 서점에서 모습이 가장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1-07-30 17: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에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이 아주 극적이고 흥미롭게 그려져 있어 이 책의 그 부분을 읽고 싶더라고요^^
이제 드디어 <거.잃.사.찾> 1권만 남아있네요~~
역시👍👍👏👏

청아 2021-07-30 18:20   좋아요 6 | URL
차프스키 알라딘 장바구니에 있는데 다시 맨 위로 올렸어요~♡ 스완이 너무 가여운데 사랑에 빠지면 이렇게 바보가되고 그 바보는 사랑의 상징이기도 해서 문학에선 주인공이 되어 즐겨 읽히나봐요ㅋㅋㅋ

mini74 2021-07-30 18: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유재하의 곡을 볼빨간으로 들으니 또 다르네요 선을 넘은 생각을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지요. 문학 속 등장인물들이 그런 행동들을 하고 감정의 혼란과 고통과 불안 속에 초초해하는 걸 보면 대신 경험하고 살아내는 느낌과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도끼로 누굴 찍어버리는 생각은 ㅠㅠ ㅎㅎㅎ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가물가물하네요 ㅎㅎㅎ

청아 2021-07-30 18:22   좋아요 6 | URL
미니님은 다리미로 살포시ㅋㅋㅋㅋㅋㅋ아 저번에 그 댓글 읽고 저 숨넘어갈뻔 했어요. 그런걸 보면 미니님도 문학적재능이 풍부하신듯 해요~♡

붕붕툐툐 2021-07-30 22: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미님, 벌써 2권 완독을!!! 하마터면 1권에서 만날 뻔 했네용~ 저 다 읽고 제대로 읽으러 올게용~ 댓글만 봐선 리뷰가 ㅎㄷㄷ한가 봅니당~👍👍👍

청아 2021-07-30 23:25   좋아요 5 | URL
아니예요ㅋㅋㅋ그냥 좋았던 문장이 많아 사이사이 몇마디 적은게 전부입니다. 발췌문이 다했습니다~ ♡♡ 프루스트는 사랑입니다~😊

새파랑 2021-07-30 22: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늘 너무 늦게 글을 읽었네요 ㅜㅜ
미미님 리뷰보니 2권의 내용이 떠오르네요. 오데트를 향한 스완의 감정이 공감이 가면서도 안타까웠는데 ㅎㅎ 완독 파티 해야 겠네요 ^^

저는 유재하 1집에서 ‘가리워진 길‘이 제일 좋더라구요. 볼빨간 사춘기 버젼도 완전 👍

청아 2021-07-30 23:27   좋아요 5 | URL
오데트 다른 남자와 여행갈꺼라고 당당하게 인정하고 사진 찍어온다던ㅋㅋ아 비극인데 코미디고 울다 웃게 만드는 희비극의 장인 프루스트땜 멘붕입니다ㅋㅋㅋㅋ😳

가필드 2021-07-30 23: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6권 까지 읽고 멈추고 있는데 미미님 글 보고 7권으로 가야 할듯여 ‘너의 모든것’재밌게 봤었는데 역시 2보다 저도 1이 나은듯여 3은 더 사이키델릭 할듯한 예감이 듭니다 😅

청아 2021-07-30 23:31   좋아요 5 | URL
<너의 모든 것 >보셨군요!!😆너무x100반갑네요ㅋㅋㅋㅋ시즌 1에서 서점 예쁘죠! 그런 서점 갖고싶어요~♡♡

가필드 2021-07-30 2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서점 기억이 많이 납니다 너무 이뻤어요 ^^

청아 2021-07-30 23:40   좋아요 4 | URL
제가 다시 보게 됨 몇장 찍어 올려보겠습니다 ~😎

가필드 2021-07-30 23: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면 다시 또 볼듯한 예감이 듭니다 😄

청아 2021-07-30 23:4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계속 그 서점 배경이었음 얼마나 좋았을까요!

가필드 2021-07-30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백퍼 공감요 😊

청아 2021-07-31 00:00   좋아요 4 | URL
😉😆

바람돌이 2021-07-31 0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은 평범한 인간들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어두운 면들의 극단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본질을 알려주는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추리소설을 꽤 좋아해요. ^^
오늘 미미님 올려주신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서 읽으면서 처음으로 아 이 책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가능하면 실현을 안한는 쪽으로..... 저거 읽다가는 다른 보고싶은 책들 너무 오랫동안 못볼듯.... ㅎㅎ

청아 2021-07-31 02:08   좋아요 3 | URL
아 동감입니다~♡ 저도 추리소설 너무 좋아하고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영화도 좋아한답니다~♡
제 부족한 리뷰 보시고 읽어보고 픈 생각드셨다는것 만으로도 너무 기쁘네요!😊 이 책과 언젠가 인연이 닿으심 좋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