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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마리아, 마틸다 ㅣ 한국문화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775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한국문화사 / 2018년 3월
평점 :
개인적으로 이 책의 3번째 소설<마틸다>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프랑캔슈타인>의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여기서도 그 장기를 발휘한다.<마틸다>란 이름은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한 여인의 이름을 빌어 만들어 진 듯 하다. <마틸다>는 메리 셸리의 자전적 요소를 일부 담고 있다. 다이애나가 마틸다를 낳은 뒤 죽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는 이름까지 바꾼뒤 먼 이국의 나라로 떠난다. 16년을 떠돌던 아버지가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오고 엄마의 죽음과 아버지의 부재로 외롭게 살았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비극이 그녀의 삶을 지옥으로 이끈다.
P.344 조용히 우울하기만 한 날은 드물었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피신할 곳을 찾는 작은 배처럼 나를 밀어붙이는 격렬한 감정의 광풍에 그처럼 조용히 우울한 날의 평화는 자주 깨어졌다. 그바람은 내 고향 항구에서 불어오는 것이고, 나는 점점 더 멀리 밀려나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바다가 겉보기에 잔잔해졌을 무렵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P.361 내 영혼 전체가 그 눈물 속에 녹아버린 것 같았다. 손을 맞잡지도,
머리카락을 뜯지도, 한탄을 내뱉지도 않았지만, 보카치오가 지스카르도의 마음을 놓고 시기스문다가 느낀 강렬하면서도 소리 없는 비탄을 묘사하듯이,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앉아서 소리 없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매번 그런것은 아니지만 작품해설을 읽어보면 놓칠 수 있었던 작품의 가치와 마주할 때도 더러 있다.
이 작품을 읽고 있거나 읽을 분들에게 마지막에 담긴 작품 해설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마리아>에서 다수 발견한 비문으로 살망감에 별4개를 주었다가 그 부분을 읽고 별5개로 수정했다. 작품해설을 번역자가 쓴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작품이해에 도움을 꽤 받았다. 각각의 작품속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주인공의 관점과 행동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대 다른 작품과 비교할때 주인공들은 독자적인 길을 걸었고 이것은 파격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귀족출신으로 어느정도 재산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모든 여인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여성들은 얼마나 더 참담한 현실과 싸웠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재산을 가진 여성이라도 남편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으며(또 그런이유로 남편의 착취에 무력할 수 밖에 없던 현실도 있다.), 남편의 외도나 모욕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세 작품에는 그러한 현실을 마주한 여인들의 나름의 분투가 담겨있다. 비록 각 결말은 그녀들의 고충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지만 작품으로 남아 뒷날 여성작가들과 여성운동가들에게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