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캡틴 마이 캡틴!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의 '키팅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책상 위에 올라서는 저 장면을 분명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로빈 윌리암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을 읽었을 것이다.
p.37 갑자기 교수가 책상 위로 올라서자 학생들도 따라 일어섰고, 그가 높은 곳에서 마치 올가미로 사로잡듯, 말로써 학생들을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서 있도록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그의 강의에서 나오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에 자석처럼 이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지요!
P.44 우선 여러분들은 시인들의 언어를 들어야 합니다. 언어를 창조하고 완성하는 시인들 말입니다! 우리는 문학을 해부하듯분석하기 전에 일단 호흡해야 하며 가슴으로 따뜻하게 느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신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 것입니다. 잉글랜드는 엘리자베스이고, 셰익스피어이며,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그 모든 것들은그 준비에 불과하고, 후에 활기없이 뒤따른 모든 것들은 무한함 속으로 무모하게 뛰어든 시도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통해서였다. 이 책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들, 뒷얘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남극에 도착한 최초의 기록으로 남고 싶었던 두 번째 도착한 사람들의 가슴아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읽기 힘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 내용을 읽을 때 마치 눈보라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참혹한 그 현장을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소설인<감정의 혼란>역시 마찬가지였다. 작가가 그려내는 공간 속 분위기와 그 안에 있는 화자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해 독자가 함께 그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p.88 연구에 열중한 그는 가끔 내가 노크하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그 분 앞에 부끄럽고 당황한 채로 서게 되면, 그가 마치 온 몸에 가면을 쓰고 파우스트의 의복을 입고 앉아있는 바그너처럼 보였습니다. 그의 정신은 수수께끼의 절벽과 소름끼치는 '발 푸르기스의 밤'(중부 유럽과 북유럽에서 4월 30일이나 5월 1일에 행하는 봄의 축제로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묘사됨 - 옮긴이)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 그의 감각은 완전히 폐쇄되어 있어서, 다가오는발자국 소리도, 조심스럽게 인사하는
"네 작가님 저 부르셨어요? 저도 여기 당신 옆에 있어요!!"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 읽고 난 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소설의 생명력을 생각했다. 종이위의 글자라는 특별할 것 없는 매개체로 독자로 하여금 시공간을 뛰어넘게 만드는 강한 생명력을. 그런 작품을 써내는 소설가의 능력과 영향력.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다 그만 이야기속에 푹 빠져 밥 먹는 것도 잊을 그대들에게
책을 읽기전에 식사를 꼭 마칠 것을 권유합니다!
p.52그날 저녁,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밥 먹는 것도, 담배 피우는 것도 잊었습니다. 트렁크에서 우연히 챙겨 놓았던 셰익스피어를 얼른 꺼내 들고는(몇 년 만에 처음으로)초조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의 강의가 나의 호기심에 정열의 불을 붙여 놓았으며,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시적 언어를 읽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돌연 셰익스피어의 문장 속에서 또 다른 세계가 내게 달려왔고, 그의 언어가 마치 수백 년 동안 나를 찾고 있었던 것처럼 오로지 내게만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제의 세계>와 <초조한 마음>도 꼭 읽어야겠다.
감히 장담하건데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 사진처럼 소설의 더 높은 경지를 보는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캡틴 마이 캡틴! 츠바이크!!
<감정의 혼란>에 있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모습
드잡이 당한채로 끌려가듯 앉은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이 책을 다 읽은 뒤 내모습은 이랬을 것이다.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의 그림
이 소설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