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잊히지 않는 추억의집이 있다.
그야말로 ‘마당깊은 집‘
을지로에 위치한 그 집은 막다른 길 안쪽 끝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오직 우리집 식구들 뿐이었다.

한옥집으로 옛 모습이 꽤나 잘 유지되어있어 듬직한 나무로된 대문에서 부터 옛 정취가
뭍어나는 근사한 곳이었다. 그 대문을 활짝 열어
들어가면 오른쪽에 구식이지만 깔끔한 화장실이 있었고 그 옆에 연달아 아담한 손님방, 더 안쪽에 큼직한 아궁이가 있는 높이가 낮게 들어간 부엌 그리고 안방과 작은방이 마루를 사이에 두고 입구를 향해 마주보고 있었다.

모든 창과 문도 창호지로 되어있어서 운치있고 옛날식 기와며 기둥이며 마루 곳곳 어디에도 신식 구조는 섞여있지 않았다. 평범한 주택에 살다가 그곳으로 이사하고 얼마나 좋았던지 나중에 아파트로 이사 가고도 그리워서 친구랑 찾아가 보기도했다. 그때 마침 대문이 활짝 열려있어 안쪽을 들여다보며 좋아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의 저자에게도 잊히지 않는 특별한 집이 있다. 그 집의 구조며 그 집에서의 기억들이 무척이나 그녀에게 선명한 것은 그만큼 그 기억이 그녀에게 의미를 주고 추억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이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지금 작가의 길에 들어서기 까지 좋은일, 때로 나쁜 일들로 그녀에게 나이테가 새겨지고 삶은 이어진다. 우리의 여정속에 집이 삶의 기억들을 담는 장소로 이정표처럼 곳곳에 그렇게 자리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모두 저마다의 잊히지 않는 옛 집을 떠올리게 될것이다.

책을 덮고나서 나만의 추억이 담긴 그동안의 집들을, 거기 얽힌 사람들을 생각했다.


<사진은 저자의 집으로 아버지의 사랑이 담겼다. 거실을 그녀의 서재로 꾸미게 해준 남편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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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2-27 2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첫머리까지 읽었는데 희한하게 안 읽히네요 ㅋㅋㅋ

미미 2021-02-27 20:13   좋아요 4 | URL
저도 그런 책 있어요ㅋㅋㅋㅋ남들은 좋다는데 도저히 안읽히는. 그런책은 그저 인연이 아닌걸로^^*

페넬로페 2021-02-27 2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옛집을 생각하면 항상 정겹고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아버지가 저희들 사진도 찍어주시고
언제나 바지런하셨던 엄마의 활기도 느껴지구요^^
저 거실사진~~좋네요^^

미미 2021-02-27 20:18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살아왔던,거쳐온 집들로 이야길 하는거 의미있는듯해요. 막판 거실 보고 깜놀요ㅋ 거실을 서재로ㅋ완전탐나요!

오거서 2021-02-27 20: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시 미미 님 집인 줄 알았어요. 왼손 엄지가 없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

미미 2021-02-27 20:24   좋아요 3 | URL
거실을 서재로 꾸몄다네요 ㅋㅋ 저도 저희집이었음 좋겠어요!
조만간 이사하는데 부탁좀 해봐야겠어요>.<

모나리자 2021-02-27 20: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근사한 저자의 집이네요!!ㅋㅋ

저는 고향이 시골이라 마루가 있었지요. 어렸을 때 그 마루에 누워 높고도 파아란 하늘을 쳐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결혼할 때쯤 동네에 입식개조 바람이 불어서 마루도 없어지고... 이제 추억속에서나 떠올려 보게 되었네요.

미미 2021-02-27 20:43   좋아요 4 | URL
추억속에는 여전히 그 집이 있죠? ^^* 전부 아파트로 다 바꾸지말고 살기좋게 개조해가며 옛 느낌도 살려두었음 좋겠어요!

scott 2021-02-27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서 이집 사진 보자마자 미미님 집인줄ㅋㅋ
미미님 사셨던 을지로 마당 깊은집 고즈넉한 공간의 한옥 창호지 문,,
완죤 친환경 건축!
얼마나 그리웠으면 미미님이 다른곳으로 이사 가고 난후에도 가보셨을까...
저희집도 아파트로 이사가기전에 살던곳이 정원이 집보다 큰(전에 살던 사람의 아버지가 조경사였음)
과일을 거의 사먹지 않아도 될정도로 과일 나무가 주렁 주렁
친구들 놀러올때마다 종류별로 챙겨 줬었는데 ㅋㅋ
사계절을 창문만 열면 느낄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책의 저자분이 사는 동네 어디지 알고 있음 ㅋㅋ
마루를 기꺼이 아내에게 양보한 남편도 멋지지만
저자의 아버지와 함께 손수 골동품점 돌아다니면서 대구에서 살았을때 갖고 있던 가구들 장식품들 거의 흡사한것들 찾아낸것도 대단한것 같아요.

사진속 의자가 탐나는 1人

미미 2021-02-27 21:2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글고 저자의 신혼때 집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짧은 독립영화에 그 집이 나왔었대요~ㅋ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결국 못찾음요ㅋㅋ역시 스콧님은 뭐든 나눔하는데 익숙하신듯 해요^^♡

행복한책읽기 2021-02-27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거실 서재. 넘 멋져요. 가구가 비싸 보입니다. ㅋ 미미님에겐 마음의 집이 있군요. 제겐 마음의 동네가 있어요. 나도 쓰고 싶다요. 친애하는 나의 동네에게 ㅋㅋㅋ

미미 2021-02-27 22:59   좋아요 0 | URL
오오 써주세요!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마음의 동네 있는데 써주심 저도 써보렵니다ㅋㅋㅋ

붕붕툐툐 2021-02-27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후기를 기다렸어요~!! 미미님도 추억 퐁퐁~😍😍
마지막 아버지와 함께 했다는 거실 사진 보고 너무 배아프고 질투가 났는데, 여기서 또 만나네요!ㅎㅎ

미미 2021-02-27 23:0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ㅋㅋ 저자의 아버지는 너무 완벽한 분인듯해요. 편지에 집까지..툐툐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어용!!이 책의 가치는 덮고나서도 이어지는 듯해요^^*♡

바람돌이 2021-02-28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마당깊은 집이 눈에 그려지는데요. 뭔가 향기가 있는 집이었을 것 같아요. 어릴 적 우리집 말고 뒷집도 생각나고요. ㅎㅎ

미미 2021-02-28 09:17   좋아요 1 | URL
항상 제 마음속에 간직했었나봐요 ㅋㅋ뒷집도 생각나신다니 인상적이었나보군요ㅋㅋ😆

cyrus 2021-02-2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잊지 못하는 추억의 집은 화장실이 밖에 있는 집이에요. 저희 가족은 1층 집이었고, 2층에 이웃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공용 화장실이었어요.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가면, 화장실 때문에 불편해서 못 살았을 거예요. ^^;;

미미 2021-02-28 10:56   좋아요 0 | URL
제가 살았던 한옥집도 대문옆에까지 나가야하고 좌변기도 아니었어요🥲화장실. 삶의질에 은근히 큰 영향을 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