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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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지구 밖 정착지, 아르테미스에서 벌어지는 인생 대역전기

"난 영웅이 아니라, 우주 최고의 부자가 되고 싶을 뿐이야"

영화 <마션> 을 무척 재미있게 봤었다. 인류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스토리를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극한 상황임에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는 방식이 좋았었다. 기발하다고만 생각했던 장면들이 나름의 과학적 토대가 탄탄하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 원작소설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아르테미스>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의 지도가 상세히 표현되어 있다. 이런 치밀함이라니! 마음에 든다. ㅎㅎ

나는 달의 첫 번째(그리고 지금까지는 유일한) 도시 아르테미스에 산다. 아르테미스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어 아르테미스는 옛날 SF 소설에서 묘사했던 달 도시의 모습을 정확히 닮아 있다. 바로 여러 개의 돔으로 이루어진 모습. 단지 월면 아랫부분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p. 17)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아르테미스'는 인간이 정착한 달 도시의 이름이다. 도시 전체라 해도 지름 500미터 정도인 이곳에는 지구와 다른 중력 만큼 지구와 다른 법칙들이 준수된다. 하지만 이곳도 빈부격차는 지구와 비슷하다. '재즈' 라고 불리는 여성이 주인공인데, 재즈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건 연착륙, 즉, 소프트랜디드 그램(soft-landed grams)을 줄인 거예요. S.L.G. 슬럭(Slug)죠. 1 슬러그면 KSC를 통해 지구에서 아르테미스까지 1그램의 화물을 옮길 수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화폐는 아니네"

"여긴 나라가 아니니까 화폐를 가질 수 없지. 슬러그는 KSC에서 발행하는 선불 서비스 신용점수야. 달러나 유로, 엔, 어떤 돈이든 지불하고 그 대가로 아르테미스로 오는 화물의 중량 허가를 받는 거지. 한꺼번에 모두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각자의 잔액을 기록하고 있고" (p. 31)

소설을 구성하는 배경요소들은 과학적 지식들 뿐만 아니라 다른 요건들도 탄탄하다. SF 소설의 재미는 '탄탄함' 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초반부터 무척 매력적으로 읽히는 작품이었다. 재즈는 6살때부터 아르테미스에서 살아왔다. 재즈의 아버지는 용접공이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던 재즈는 그 잠재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포터'로 일하고 있다. 일종의 배달원 이다.

피델리스 응구기는 한마디로 아르테미스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그녀는 케냐의 재무장관으로 있을 때 국가적 우주산업을 맨땅에서 일구어냈다. 케냐는 우주 기업들에 제공할 단 하나의 유일한 자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적도다. 적도에서 발사되는 우주선은 연료 절약을 위해 지구의 자전이라는 이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p. 59)

재즈는 아르테미스에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지구에 가서 살 생각은 1도 없다. 시작은 허술했지만 이제 나름대로 포터로서의 기반을 잡았고 부업으로 하는 '밀수'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재즈는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중이다. 그런 재즈에게 유혹의 손길이 다가온다.

"재즈, 난 사업가야. 내가 하는 일이 활용도 낮은 자원을 개발하는 거라고. 그리고 넌 엄청나게 활용이 안 되고 있는 자원이야"

"넌 뭐든 될 수 있었어. 용접공이 되기 싫다고? 괜찮아. 과학자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엔지니어, 정치가, 성공한 사업가, 뭐든. 하지만 넌 포터가 됐지"

"평가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분석하는 거지. 넌 정말로 똑똑하고 돈을 원해. 나는 정말로 똑똑한 누군가가 필요하고 돈이 있어. 관심있나?" (p. 70)

재즈의 밀수 단골 중에 억만장자가 있었다. 그가 밀수 그 이상의 제안을 했을때 재즈는 거절했다. 하지만

"100만 슬러그를 주지"

"하죠!" (p. 71)

일은 저질러졌고 재즈는 갖고 있는 능력과 자원을 총동원해서 거의 성공에 다다랐었다.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성공할 뻔 했다. 그런데 재즈에게 이 일을 의뢰한 억만장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누군가 재즈를 뒤쫓기 시작한다. 이제 소설은 SF에서 스릴러로 넘어간다.

이제 나는 살인자를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였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마지막 남은 수확기를 해치운다 해도 100만 슬러그는 절대로 받지 못할 것이다. 트론과 내가 계약서를 작성하 것도 아니고. 아무 대가도 없이 그런 짓을 저지른 셈이었다. (p. 205)

SF 소설로서도 달의 생활 모습과 시스템이 너무나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는데 중반부터 스릴러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더니 또다른 분위기를 맛보게 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 읽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들이 무겁지 않아 좋았다. 마션에서도 그렇고 작가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으니까. 문명을 건설하는 일은 원래 추하단다. 재스민. 하지만 다른 길로 간다면 아예 문명이 사라지겠지"

"그럼 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내 알 바 아니지. 하지만 얼른 시작하는 게 좋겠구나" (p. 275)

사람이 사는 곳은 지구가 됐던 달이 됐던 권력과 음모와 돈이 얼키고 설키게 마련인가 보다. 부담스럽지만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의뢰는 알고보니 거대조직과 도시전체의 경제가 엮여 있는 엄청난 계획의 일부였다. 돈도 못받고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 재즈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탄탄한 과학과 정확한 수학을 바탕으로 하는 SF에서 살인사건과 폭력조직이라는 스릴러를 지나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인류애까지 확장되는 이 소설의 거대한 스케일을 젊고 통통 튀는 매력적인 주인공 단 한명에게 집중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읽다보면 무슨 사건이 벌어졌었건간에 일단 저절로 생기발랄해지는 유쾌한 기분이 된다. 그럴법하다는 SF적 상상력도 쫓고쫓기는 스릴러적 쫄깃함도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휴머니즘적 동지애도 모두 한번에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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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의 쓸모 -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 쓸모 시리즈 2
한화택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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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기후변화, 인공지능, 의료진단, 디즈니까지

미적분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가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

작년에 <수학의 쓸모> 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 책은 그 뒤를 이은 책이다. <수학의 쓸모> 라는 책이 사실상 '통계학의 쓸모' 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었기에 <통계학의 쓸모> 라고 부른다면, '미적분의 쓸모' 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이 책은 '수학의 쓸모' 시리즈 2탄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최고난이도가 미적분일텐데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언어(p. 5)' 가 미적분 이라니 '미적분의 쓸모'를 제대로 알고 나면 수포자가 조금은 줄어들 수 있으려나~

수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변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과학 저술가인 칼 세이건은 수학이란 우주 어디에나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미적분은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는 언어다. 특히 미적분의 시각으로 보면 첨단 과학기술의 원리부터 자연현상, 사회의 변화까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분을 통해서 세상의 순간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분을 통해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p. 5)

미적분을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다시 읽어봐도 참 멋진 문장이다. 왠지 미적분에 호감이 급상하는 기분 ㅎㅎ

미분을 간단하게 한 단어로 정의하면 '변화'다. (p. 20)

어떤 선택이 최적의 선택인지 수학 공식을 이용해 알아내는 것을 최적화 라고 한다. (중략) 최적화 문제는 결국 함수의 극댓값 또는 극솟값을 구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p. 56)

인공신경망의 알고리즘은 손실함수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미분의 개념을 사용한다. (중략) 인공신경망을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데 미분의 개념은 필수불가분의 관계다. (p. 74)

살면서 미적분만큼 일상과 멀리 떨어진 수학이 또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저자는 미적분이 얼마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다양한 실례들를 수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우리는 정지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세상의 모든 '변화'들을 측정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러한 '변화'들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미분' 이었다. 사과가 떨어지는 힘에 대해 고심하던 물리학자 뉴턴이 라이프니츠와 거의 동시에 생각해낸 '미분'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최적화 문제에 적용되었고 지금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방법에도 활용되는 등 끊임없이 다방면에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미분에서 '상태량'과 '변화량'을 구별하는 것처럼 적분에서는 '합쳐지는 양'과 '합쳐진 결과량'을 구별해야 한다. (p. 100)

미분할 때 어떤 변수로 미분하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적분할 때도 무엇으로 적분하느냐가 중요하다. (p. 102)

고등학교 때 미적분에 대해서 배우지만 미적분항이 들어가 있는 미분방정식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분하는 법이나 적분하는 법을 배울 뿐이다. 미분방정식은 대학교에서 배우는데, 자연과학이나 공학은 물론이고 경제학이나 사회학에서 미분방정식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미분방정식은 과학법칙에 따라 자연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경제 모델을 만들어 경제 전망을 하는 등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학 도구이기 때문이다. (p. 132)

책은 얇은 편이고 설명도 비교적 쉽게 풀이되어 있긴 하지만 때론 수학책으로 때론 물리학책으로 읽히는 이 책을 편하게 읽으려면 책에 나와있는 함수나 도표들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개념적으로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미적분의 방법을 배울때는 이걸 왜 배우나 뭐에 쓸모있나 싶겠지만 원리만 확실이 깨달아 두면 나중에 어떤 분야에서든 발상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기초 풀이방법을 고등학교 때 배우는 것이지만 풀이방법을 잊어버리더라도 괜찮다. 어차피 나중에 정말 어려운 계산은 컴퓨터들이 다 할 것이므로.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다. 이러한 욕구 위에 학문들이 탄생했다. 모든 학문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도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로서 남들보다 먼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역사학자는 과거의 일을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경제학자는 경제 모델을 세워 국가적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과학자는 자연을 관찰하면서 지구의 환경 변화를 예고하고, 공학자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제품을 내놓는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 예측이라는 욕망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략) 미적분은 당신의 결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훌륭한 수학 도구다. (p. 163)

시간은 쉼없이 흘러가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현재가 만들어낼 수 있기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려 현재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코로나환자수를 분석하고 재난지원금을 최적으로 지급하는데 미적분이 활용된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자연현상을 예측하는 것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경제를 전망하는데 미적분을 알아야 한다고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하지만 미적분은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 이고 '예측'한다는 것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적분의 쓸모'는 저자의 말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로서의 활용이다. 교과서 속 미적분 문제를 풀지 못해도 괜찮고 이 책에 나오는 수식들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자괴감에 빠질 필요 없다. 미적분이 세상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따라서 그 개념을 왜 알아두어야 하는지만 깨닫는다면 이 책의 쓸모는 충분히 활용한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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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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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닥친 자동화와 로봇으로 인한 노동시장, 직업의 변화

세계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로봇이 어느새 일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산업현장일 것이다. 컨베이어밸트가 인간을 단순노동직으로 내몬지 이제 백년이 되었을 뿐인데 어느새 그 자리는 로봇팔이 차지해가고 있다. 자동화시스템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직업은 로봇에게 위협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사람들은 자동화와 로봇에 관한 논쟁에서 로보칼립스 혹은 로보토피아와 같이 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적 미래로 축소해서 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본적인 것들에 있다. 즉, 우리가 노동, 교육, 세금 정책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p. 26)

로봇과 직업을 단순연결하는 것은 전체 시스템적 변화의 흐름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로봇에 의한 직업의 대체는 로보칼립스 든 로보토피아든 여하튼 인간에게 박탈과 좌절감을 주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면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스미스 라는 성이 흔해졌을만큼 대장장이가 많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스미스들은 대장장이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

자동화의 로봇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이 규모와 그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마 이것은 우리가 마주할 그 어떤 일보다 더 큰 변화가 될 것이다. (p. 34)

저자는 '빠르게 다가오지만 예측 가능한 미래(p. 34)' 라는 점을 강조한다. 로봇은 인간을 불시에 습격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에 의해 발명되고 발전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로봇에 의한 변화는 인간이 예측할 수 있다.

자동화로 인해 노동시장은 교육과 기술을 축으로 두 갈래로 나뉘는 상항이 올 가능성이 크다. <자료3-1>에서 보듯, 제조업, 운송업과 같은 일부 업종은 자동화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교육, 관리, 전문가, 정보, 의료와 같은 업종은 자동화되기 힘들다. 즉, 교육받은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로보칼립스의 위험이 낮아진다. (p. 68)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분석한다. 비록 미국내에서의 상황을 표시하고 있는 자료들이긴 하나 미국식 자본주의사회인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영향이 끼칠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많았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은 직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p. 135)' 라며 자동화 시스템이 가져올 한계도 설명한다.

사람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활동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사회에 위협이 될 것이다. 이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위협이며,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p. 165)

로봇이 점점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기본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여유로워질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든 상태에서 인간의 활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급여'의 문제만은 아니었기에 저자는 좀더 크게 관망해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학교에 있었다. '로봇이 점차 우리 삶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안전한 장소는 벙커나 무인도가 아니라 바로 학교가 될 것이다. (p. 186)'

로봇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프로세스들이 자동화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가이드 없이 이것들을 수해할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다. 로봇이 모든 작업을 수행한다고 했을 때 인간은 이러한 프로젝트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로봇을 관리해야 하는 건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p. 192)

로봇이니 자동화니 말할때 우리는 로봇이 만능일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로봇은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로봇은 인간의 지시를 따를 뿐이다.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방식의 자동화로 대체되고 로봇으로 대체되면 그에 따르는 다양한 방식의 관리능력과 유지능력이 필요해진다. 저자는 지금의 일자리들에서 긍정적 미래와 부정적 미래를 모두 예측해보면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어려운 미래학을 장황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짧고 쉽게 '일자리'에 집중해서 말하고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막연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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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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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대, 두 인종, 두 가족

한 발의 총성으로 깨어나는 도시의 암울한 역사

증오에 의해 잿더미로 변한 아메리칸 드림

폭력의 근저에 흐르는 인종적 딜레마의 본질을 꿰뚫는 책

세상이 살만해졌다고 느끼게 하는 책들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시간들이 내가 겪지 않은 시간들이라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책들이 있다.

누군가는 옛날이 좋았다고 그리워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지금이 더 살기 좋다고 그리고 앞으로 더 살기 좋아질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작품들이 과거에 비해 자주 눈에 띈다. 각종 차별에 대한 글들이 예전에 비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무시당하지 않고 눈에 띄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인종구성이 다양하지 않은 나라에 살면서 잘 몰랐던 인종차별에 대해 미국사회에서 한인사회와 흑인사회의 갈등을 체감하게 해줌으로써 문제적 시야를 넓혀주는 이 소설은 그런 '발전'에 분명 큰 보탬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가 취소댔대" 남자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무서우냐, 흑인이 열 명만 모이면 갱단인 줄 아느냐고"

"우린 표가 잇어요. 돈도 다 냈다니까요"

"그래 봤자야"

"그건 불공평하잖아요" (p. 20)

1991년 3월 이었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을 뿐인데 상영이 갑자기 취소됐다. 로드니 킹 구타 사건으로 흑인사회에서 백인경찰에 대한 소문이 흉흉하던 때였다. 그 뒤로 2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크게 변한건 없었다. 2019년6월 그레이스는 알폰소 쿠리얼 추모 집회에서 언니 미리엄을 만났다. 알폰소는 백인 경찰의 총에 죽은 십대 흑인 소년이었다.

레이는 고등학생 시절 이후로 제대로 된 일을 한 적 없었다. 숀도 매니가 기회를 주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배링 크로스 일원들과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말썽을 부리며 돈이 필요하면 마약을 나르고 불법을 저질렀다. 올바로 살고 싶어져도 일거리를 찾기 어려웠다. 마지막에 레이는 대릴에게 사준 장난감 권총을 가지고 은행을 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p. 68)

레이는 십년만에 감옥에서 나왔다. 사촌인 숀에게 그는 친형이나 다름없었다. 숀은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적게 벌더라도 합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레이의 가족을 보살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친누나 에이바는 1991년 열여섯의 나이에 누군가의 총으로 살해당했다.

미리엄이 이본과 말을 안 한 이후로, 아마 잘은 모르지만 그한참 전부터도 흑인, 인종, 인종차별을 조금이라도 암시하면 그레이스의 집은 긴장했다. 다른 가족들도 그러는지 궁금했다. 친구들과 그 부모도 섹스 이야기를 피하듯이 이 화제를 피하는지. (p. 87)

미리엄이 부모와 인연을 끊고 집을 나간 이유를 그레이스는 알지 못했다. 아버지 폴은 무뚝뚝했지만 성실했고 어머니 이본은 딸들에게 희생적이었다. 각별한 자매사이였지만 그레이스는 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일하는 약국문을 닫고 여느날처럼 퇴근하려던 주차장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어머니가 쓰러지고 나서야 그레이스는 가족들이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에 직면하게 된다.

"에이바 매슈스는 사우스센트럴에 사는 열여섯 살 흑인 여자애였어. 폭도들이 한국인을 공격한 건 그 애 때문이기도 했어" 미리엄은 끊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어느 날, 그 애가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주인이 그 애가 우유를 한 병 훔쳤다고 했어. 싸움이 벌어졌고, 주인이 그 애 뒤통수에 총을 쐈어. 경찰이 와선 그 애가 2달러를 쥐고 있는 걸 발견했고" (중략) "주인이 한국인 아저씨였어?" 미리엄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동생을 봤다. "한국인 여자였어" (p. 124)

이본 박이 갑작스런 총격사건으로 사경을 헤맬때 28년 전의 흑인소녀피살 사건이 수면위에 떠올랐다. 누가 한국인 중년 여성을 저격했는가? 왜?

출소한지 얼마 안된 레이와 사촌 숀은 소식을 듣고 술잔을 부딪혔다. 하지만 숀은 기쁘지 않았다.

에이바는 성인도 천사도 아니었다. 나쁜 일들을 겪었고, 그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좋은 일들도 겪었지만, 에이바는 당연히 받아들였다. 욕도 하고 말대꾸도 했다. 맞서 싸우기도 했다. 사람들 말과 달리, 에이바는 물건도 훔쳤다. (p. 169)

아무에게도 상처주지 않았는데 누가 못마땅히 여긴다고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았다. 그건 예전, 교회에 다니고, 가게를 운영하고, 가족을 양육하며, 잘 가꾼 정원 같은 삶을 사는 조용하고 근면한 한국인 부부의 2세대 딸이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제 그녀는 모든 걸 알아 버렸다. 그들은 모래 위에 집을 지었고, 비가 내리고 물이 불어나자 세상의 냉혹한 홍수에 휩쓸려 버린 것을. (p. 193)

숀은 가족과 가정을 지키고 싶었지만 흑인사회는 술렁거렸다. 그레이스는 가족의 화목과 평안을 원했지만 비밀이었던 진실은 가족을 산산이 부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구부러지다 보면, 넌 다른 사람이 될 거야, 더 나쁜 사람 (p. 200)' 이라고 말하는 미리엄도 '법정을 가득 채운 한국인들 (p. 222)' '사람들에겐 항상 배상할 수가 없거든. 신께 사죄하는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p. 226)' 라는 아버지 폴도 그레이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레이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경찰에게 구속되었다. 그레이스는 숀을 찾아가기로 한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속이 좁고 결점을 가진 사람들, 죄를 지으면서 남을 쉽게 판단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이니 한 몸이 되어 서로를 껴안았다. 부모가 여기 오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인자한 표정을 보니 이 힘든 한 주를 겪은 그레이스에게는 그들의 선의가 힘이 됐고 가슴이 뭉클했다. 용서받은 느낌이었다. (p. 286)

어렸을때 다니다 말던 교회에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갔을때 그레이스는 부모님이 왜그토록 교회에 열심히 나갔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인사회에도 교회가 있고 흑인사회에도 교회가 있었지만 그들이 믿는 신은 하나임에도 같아 보이지 않았다.

"LA경찰이 우리 이야기를 고른 거다. 큰 기자회견을 소집했지. 정의니 뭐니 연설을 하고. 네 엄마를 일급 살인죄로 기소하겠다고 약속했어. 흑인 애가 죽을 때마다 그랬을 거 같아?" (p. 308)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 있은 지 2주도 안 되어서 항상 뉴스에서 얻어터지고 있었으니까. 날마다 경찰 넷이 무기도 없는 흑인을 때리는 영상이 나왔거든. 2주 동안 매일. 그때 네 엄마가 그앨 쏜 거야" (중략) "영웅이 되려고 네 엄마를 악당으로 만든 거다" (p. 309)

이용당했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다. 하지만 겉모습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그런 배후적 의미는 다가가지지 않았다. 그레이스와 숀은 각자의 위치에서 점점 더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죽었다. 흑인사회에서 레이를 석방시키기 위한 집회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범이 누군지 숀은 알아버렸고 그레이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폭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이건 아뭣도 아니에요. 당신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위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죠. 뭔가 바꾸고 싶다면, 우린 놔두고 정말로 '뭔가' 해 봐요" (p. 394)

1991년 3월 15세의 라타샤 할린스가 오렌지주스를 사러 엠파이어 주류마켓 엔드델리에 가서 주스값을 내려고 했을 때, 두순자라는 이름의 가게 주인이 주스를 훔쳐 간다고 하더니 시비가 붙었고 두순자는 총을 꺼내 소녀를 쏘았다. 소녀는 왼손에 2달러를 쥔 채 사망했고 당시 차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팽배했던 흑인사회는 LA폭동을 일으켰을때 한인마켓을 집중 타격했다. 이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은 생생하게 읽히는 동시에 인물들의 내면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두 시대, 두 인종, 두 가족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것처럼 시작됐지만 그들이 서로 멱살잡고 싸울때 뒤에서 팔짱끼고 웃는 이들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작가는 분노의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밀도높은 공감으로 적시하고 있었다. 그 방향으로 제대로 향해가지 못할때 누가 대가를 치루게 될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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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뿜뿜 솟는 50가지 방법
쓰카모토 료 지음, 박재영 옮김 / 이지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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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는 거의 안 읽는 편이다.

나를 의욕적으로 계발할 만큼의 의욕이 없는 편이라.

더구나 일본 저자의 책은 문학외엔 안 읽는 편이다. 역사는 왜곡이 심하고 에세이는 정서에 안맞는데다가 문학도 사실 일본문학엔 공감이 안되서 거의 안 읽는다. 그런데 일본 저자의 자기계발서라니.

자음과모음 서포터즈 활동을 하게 되서 받은 책인데... 문학 이외의 책을 그것도 이런류의 책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은 소설책들이라 너무 좋았는데.... ㅠㅠ) 여하튼, 받은 책이니까 감사히 읽긴 읽었다.

'의욕이 인생을 바꾼다! 무기력, 무열정, 노답 문제아를 케임브리지에 입학시킨 궁극의 솔루션!' 이라는 홍보문구가 알려주듯이

저자는 공부천재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때 뒤늦게 공부에 열의를 갖고 명문대를 이어 케임브리지 대학원까지 수료한 의욕맨이다.

'케임브리지, 하버드, 스탠퍼드... 세계 21개 명문대의 심리학,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법칙' 이라는 수식어가 알려주듯이

저자는 자신이 지금의 성과를 얻기까지 스스로 깨달았던 방법들을 독자들이 알면 독자들도 의욕이 뿜뿜할거라면서 활기차게 이런저런 방법들을 법칙이라며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욕이 생기게끔 하는 '구조'를 강조하면서 무분별한 의욕이나 의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자처럼 의욕이 뿜뿜 하는 에너지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할 만한 '과학적 법칙'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자기계발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철저한 내 개인적 감상이자 결론이다.

누군가에겐

'일잘러가 되기 위한 자기관리법' 이나 '합격을 위한 의욕 공부법' 이나 '다이어트를 위한 자신과의 대화법' 이나 '제대로 쉬기 위한 의욕적 휴식법' 들일 정말 의욕을 솟구치게 하는 50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일단 책은 한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로 휘리릭 잘 읽히는 장점이 있는 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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