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마르크스 입문서' 라고 쓰여 있다. 솔직히 '재미'까지는 보장하지 못하더라도 색다른 '입문서'라는 점에선 고개끄덕여진다. 사실 마르크스 사상을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 이 책을 읽을때 이해하기 쉽기는 하다. 하지만 마르크스 사상을 모르더라도 이 책의 반박논리들을 보면 그 사상이 궁금해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색다른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 사상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반박문장 열가지로 이 책은 소제목을 짖고 있어서 차례만 봐도 일단 그 주장들이 무엇인지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각 챕터별로 소제목 아래에 그 반대 논리를 개략적으로 요약해놓고 있어서, 아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려는 내용이 이 챕터의 줄거리구나 라는 것도 빠르게 알 수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는 도그마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는 결정론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는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환원론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었다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강박증이 없다
마르크스주의는 폭력 혁명을 옹호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는 급진적 운동에 기여했다
소제목들만 봐도 왠지 상식적수준으로만 알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흥미를 끄는 열개의 문장 아닌가!
마르크스주의가 왜 여전히 유효한지,
마르크스주의가 어떻게 소련에서의 사회주의와 다른지,
마르크스주의가 역사를 결정론적으로 인식한 것이 왜 아니고,
마르크스주의가 유토피아적 몽상이 왜 아닌지,
마르크스주의가 경제를 넘어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지,
마르크스주의에서 계급론이 얼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론을 재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지,
마르크스주의보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더 폭력적이고 착취적이었는지,
마르크스주의가 독재자에 의한 권위주의 국가를 세울 것이라는 상식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마르크스주의가 다양한 급진적 운동(페미니즘, 환경주의, 반세계화, 평화운동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저자는 아주 열심히 열렬하게 논증에 논증을 거듭한다.
비판에 대한 재비판이라 학문적으로 이해하려 들자면 어렵겠지만 저자는 문화비평가이고 문학비평가라그런지 문장이 학술적이지 않아 내용의 무게를 문장이 조금은 가볍게 해주고 있어 읽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토록 흥미롭고 여전히 유효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비판으로서만 유용할 뿐 그 대안으로 소환되지 않는 우리 시대의 마르크스(주의)란 무슨 의미란 말인가? '마르크스는 분명히 옳았다. 그런데 왜, 자본주의 모순이 극에 달한 이 시대에 소환되지 않는가?' ' (p. 338 -옮긴이의 말 中-) 라는 역자의 물음은 묵직한 의미심장함을 남긴다. 그렇다. 마르크스가 옳았다는 이론은 분명 논리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분단국가인 한국사회에서 마르크스 라는 이름과 그 이론은 여전히 거론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파건 좌파건 포퓰리즘이 극성인 이 시대에 사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상'에 대한 토대는 좀더 넓어지고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아쉽지만 바래본다. 프로메테우스가 꿈이 좌절되어 고통에 묶였을지라도 포기하진 않았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사상적 토론이 좌절된 것처럼 보이는 시대같아도 포기되진 않고 토론과 합의가 더디게라도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재해석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