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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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은, 우리가 읽을 모든 소설에게 바칩니다.

소설은 마치 졸음이 올때처럼

우리의 일상에 어떤 단어와 문장을 심어

무의식 속에서 뻗어나가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변화시키죠.

살금살금, 그러나 돌일킬 수 없는 방식으로.

 

 

 

서간체 소설인 이 책은 주고 받는 편지로 서사가 진행된다.

편지를 주로 쓰고 사건을 진행해나가는 '안느 리즈' 라는 여주인공의 통통튀는 문체와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되면서 하나의 인연으로 묶이게 되는 과정이

읽는 내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라는 소설을 생각나게 한다. 분위기와 구성이 굉장히 비슷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은 영국여성이 여주이고 여주의 직업이 작가이고 우연히 전달된 소설속의 주소를 인연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대상들이 모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시대적 배경이 세계2차대전중이라서 전쟁의 상처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128호실의 원고' 는 프랑스여성이 여주이고 여주의 직업이 출판계이며 우연히 전달된 소설속의 주소를 인연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대상들이 모두 소설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시대적 배경이 1983~2016 의 현대라서 삶의 상처를 운명적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랄까

영국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볼때 굉장히 경쟁적 관계라서 비슷한 구성을 한 두 작품이

영국작가가 영국여성을 화자로 한 소설과 프랑스작가가 프랑스여성을 화자로 한 소설로 비교가 될까 싶은 궁금증이 읽기전에 조금 있었지만

읽고나니 큰 차이는 없었다. 두 작품 모두 발랄하고 따뜻하며 유쾌하면서 운명적인 사랑으로 완벽한?! 해피엔딩을 하고 있는, 요즘 보기 드문 밝은 소설이라 읽기 편안하고 읽고나서도 편안했다.

특히 '128호실의 원고'는 원고를 완결한 작가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나름 흥미진진해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주는 힐링감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때마다 관계순서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나가며 읽어야 나중에 그 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을때 아~그때그사람 하고 반가워할 수 있다. 기억이 안나면 제일 앞에 있는 인물소개란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ㅎㅎ

안느 리즈 는 휴가동안 머문 호텔 서랍장에서 한 소설 원고를 발견한다.

그 소설을 읽고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소설속에 메모된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 편지는 작가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소설의 앞부분 반은 안느의 편지를 받은 작가가 쓴 것이 맞지만 뒷부분 반은 다른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한다. 30여년만에 돌려받은 자신의 원고를 보며 작가는 과거에 완성하지 못했던 소설을 마무리짓기로 결심하고, 안느는 소설의 후반부를 쓴 작가를 찾기로 결심한다.

실베스트르씨, 여기까지가 제 독후감입니다. 이 글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살면서 미완성으로 남겨놓은 것들은 진통제도 듣지 않는 만성 통증처럼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답니다. 당신의 글을 또 읽게 되기를 기대할게요. 출판은 언제라도 가능하니 꼭 마무리하세요. (p. 25)

호텔 128호실에서 발견된 소설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게될 때마다 그 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은 그 소설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삶의 변곡점을 가져다 주었는지 고백하며 안느의 추리에 기꺼이 동참한다.

지난번 말씀하시길 '우리에게 올 운명이 아니었던 사적이고 섬세한 작품'을 읽은 게 우리의 공통점이라고 하셨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저는 알고 있답니다. 이 작품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 소설은 제가 다시 길을 되찾고 좀 더 멀리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해주려고 그 해변까지 온 거에요. 때때로 서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책과 독자가 존재하잖아요. 그건 절대 우연일 리가 없어요. (p. 84)

전화와 이메일이 당연해진 시대이지만 128호실의 원고를 읽은 사람들은 편지를 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글로 쓰는 것에 대한 매력을 알고 있다. 직접 말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것보다 천천히 도착하고 생각하며 읽게하는 편지만의 매력, 그리고 소설이 얼마나 삶에 필요한 것인지 서로서로 공감하며 소설만의 매력을 편지에 녹여낸다. 이 매력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편지를 읽다보면 나도 잊고 있던 손편지 라는 전달수단에 대한 향수가 저절로 생겨난다. 손편지 참 좋아하는데... 글씨가 괴발개발이라;;; ㅠㅠ

소설이라는 배가 우리를 태우고 멀리까지 데려가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고 우리를 영원히 변화시킨다는 것도 알죠. 종이 속 인물들이 우리의 추억을 변화시키고,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는 것도 저는 알고 있어요. (p. 297)

소설이 삶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 '128호실의 원고' 는 책읽기를 사랑하고 소설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책장마다 테두리에 무늬가 있어서 책장이 편지지 같은 느낌이 드니 매 페이지마다 편지를 읽는 기분이 더해져 그또한 좋았다.

원고의 여행은

안느 리즈 호텔 128호실 - 나이마 레자 해변 - 로메오 도서관 - 빅토르 클레데르 축구연습장 - 앨런 안톤 독서모임 - 윌리엄 그랜트 부모님댁 - 다비드 재활시설 - 앨비르 아버지의 서재 - 로랑 막드랄

로 연결연결되면서 프랑스와 캐나다와 벨기에를 넘나들고

청춘의 첫사랑과 중년의 새로운 사랑과 노년의 마지막 사랑을 연결시킨다.

무엇보다 이 원고의 진정한 작가 실베스트르 파메 가 소설을 다시 쓰게 되면서 그의 삶을 되돌려 놓는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흩어지고 듣는이의 기억속에서 변형되어 남을 수 있지만

글은 종이게 써지는 순간 기록되고 읽는이의 기억속에서 재해석된 의미와 변형되지 않은 문자를 남긴다.

같은 글자를 읽어도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이지만 한번 기록된 글자는 고정된 문자이므로 글자에 대한 감흥은 서로 공유하며 공감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읽는 다는 것은 말과 다른 생각을 주고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삶이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준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은 내가 책을 읽고 소설 읽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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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2 - 세계사, 한국사, 미술, 음악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 교과서 2
김정화.김혜경 지음, 서원초등학교 교사연구회 감수, 박현주 기획 / 소울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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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물어볼까 봐 불안한 지식에 대한 명쾌한 해답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학교에서 배웠다!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교과서 Ⅰ 국어·수학·사회·과학> 을 정말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던지라 Ⅱ 권이 나왔다고 했을때에도 기대했었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Ⅱ 에 더 많았다. 그렇게 읽고나니... 일단, 이 책을 만드신 분들께 박수부터!

정말, 정리를 너~~~무 잘해놓으셨다!!!

교과서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아니면 교과서들을 이 책으로 몰아서 간략하게 핵심만 쏙쏙 읽다보니 재미있어진건가? 여하튼, 이 책도 역시나 즐겁게 유익하게 읽었다. 게다가 예전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들이 지금 어떻게 바뀌어 설명되고 있는지 알게 되는 부분들도 흥미롭고, 이렇게 변한 내용들을 알아야 지금 학교 다니는 자녀들과 더 소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또 좋았다. 역시 친.절.한. 교과서가 맞다. ㅎㅎ

Ⅱ 권에 나오는 과목인 세계사·한국사·미술·음악 은 사실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는게 중고교학교교과에서의 비중은 다했다 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입시경쟁중심의 고교교육에서 이 과목들은 휴식과목에 가까워져있지 않을까;;; 그래서 중2과정까지만 다루었음에도 교과서에서 배워야할 중요 내용들은 다 들어가 있는듯 했다. 게다가 세계사와 한국사를 접목한 연표도 보기 좋았고, 미술과 음악에선 주요 ~주의들과 인물들을 끝부분에 간략하게 정리해놓아서 이몇페이지들만 훑어보아도 유용할 듯 싶었다.

지적대화를위한넓고얕은지식책들은 참 많다. 하지만 살다보면 사실 지.대.넓.얕 지식이 사용되는 지적대화를 딱히 자주 하지 않는다^^;;; 정말 실질적인 지적대화는 자녀들과의 대화에서 부모입장에서 뭐라도 하나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대화에 있어서 이 책은 정말 아~주 필요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꼭 자녀들과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이 책정도의 지식수준을 기억하고 사는 것이 쉽지않다;;; 어른들을 위해서도 정말 교과서가 필요했나보다. 이 책이 이렇게 친절하게 고맙게 읽혀지는 것을 보면 ㅎㅎ

재미있게 읽히면서 유익하기까지 한 <어른을 위한 친절한 지식교과서> 정말 칭찬합니다~~~ ^^

대충 알았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고, 배웠는데 까먹었거나 배우는내용이 달라졌거나 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중 기억해놓고 싶은 것들만 추려보았는데 그래도 좀 많다;;;)


춘추 전국 시대의 혼란을 잠재우고 넓은 중국을 통일한 것은 전국 시대 서쪽에 위치했던 진나라의 왕 '정'이었다. 그는 전설 속의 어진 임금들인 3황5제에서 따온 '황제'라는 명칭응로 자신을 칭했으며, 최초의 황제라는 뜻으로 자신을 '시황제'라 부르게 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통일 왕조의 왕은 황제가 되었다.(p. 40)

>>> 황제가 황제의 명칭이 된것이 결국 카이사르가 카이사르라는 직책명이 된 것가 같은 기원이었다니!

불교는 크게 상좌부 불교와 대승 불교로 나눌 수 있다. 쿠샨 왕조에 이르러 상좌부 불교는 소수의 '승려(상좌부)'만을 위한 것이라 비판받으며 '큰 수레(대승)에 중생을 싣고 극락으로 간다' 라는 의미의 대승 불교가 득세하였다. 그러면서 기존 상좌부 불교는 '소승(작은 수레)불교'라고 불리게 되었다. (p. 52)

>>> 상좌부! 처음 들어본다. 수레!! 아~!!!

'힌두교'라는 말은 '인도의 종교'라는 뜻으로, 다른 종교와는 달리 창시자나 체계적인 교리가 없다. 원래 인도의 국교라 할 만한 종교는 브르만교였으나 마우리아 왕조 이후 불교가 성행했고, 굽타 왕조 시기에 이르러 브라만교와 인도의 민간 신앙, 그리고 불교 등이 융합되면서 힌두교가 성립되었다. 즉 여러 종교를 통합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강화하여 발달한 종교인 것이다. (p. 54)

>>> 그랬구나... 힌두교가 그랬구나!

'흉노, 갈, 저, 강, 선비' 이렇게 5개 유목 민족을 '5호'라고 하는데, 이들이 양쯔강 북쪽 지역인 화북에 16개의 나라를 세워 이 시기를 '5호16국시대'라고 한다. (p. 56)

>>> 5호16국 은 알면서 그 뜻은 몰랐다. ㅋ

모스크는 이슬람교의 사원으로, '이마를 땅에 대고 절하는 곳'이라는 뜻의 아랍어 '마스지드'가 영어로 변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다른 종교의 사원이 신을 모시는 곳인데 비해 모스크는 공동으로 기도하는 장소로 지어졌기에 신상이나 제단등이 없이 실내가 단순한 대신 높은 첨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p. 60)

>>> 모스크 가 마스지드 의 영어식 표현이었구나... 신상이 없구나!

몽골의 영토가 넓어지자 몽골, 중국, 만주 지역은 칸이 직접 다스렸지만, 서쪽의 중앙아시아와 유럽 영토는 몽골 왕족들이 각각 사한국(四汗國)으로 나누어 다스렸다. 여기에서 한(汗)은 칸(汗, Khan)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남러시아에는 킵차크한국, 서아시아에는 일한국, 중앙아시아에는 차가타이한국, 서북 몽골에는 오고타이한국이 세워졌다. 이후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는 대칸이 되어 원을 세웠다. (p. 72)

>>> 몽고역사에서 왜 00한국 이 자꾸 나오나 했더니 한자가 달랐다! 대칸 이라는 말 드라마에 나왔었는데 ㅎ 그 작가 역사공부 많이 한듯

오스만 제국이 동서 무역로를 점령하면서 이들을 통해 동양의 여러 가지 문화와 상품이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그중에는 커피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카웨'라고 하는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교를 나눴는데, 여기에서 오늘날 유럽의 카페 문화가 비롯되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도 터키의 야생 튤립에서 온 것이다. (p. 82)

>>> 카웨! 카페!!!

빗술무늬 토기와 민무늬 토기 중 빗살무늬 토기가 먼저 만들어졌다. 빗살무늬 토기의 탄생은 여러 차례 토기를 굽다보니 토기에 음각으로 줄무늬를 넣으면 토기가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다 청동기 시대에 들어서 소성기술, 즉 토기를 굽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보다 고온에서 토기를 구울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토기에 흙을 덧대거나 줄을 긋지 않아도 충분히 튼튼한 토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무늬가 없는 진정한 '민무늬 토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p. 138)

>>> 무늬가 있는게 더 후기 기술인줄 알았다. 아니었다!!!

위만을 중국 연나라 사람으로 보는 견해와 연나라에 살던 고조선계 사람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중국의 역사서 <사기>는 위만이 고조선으로 망명할 당시 상투를 틀고 조선 옷을 입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위만이 순수한 연나라 사람이 아니라 고조선 계통의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였던 위만의 출신지 논란과는 별개로 당시 고조선의 토착민들이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국호와 통치 방법 역시 고조선의 틀을 그대로 계승하였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p. 145)

>>> 위만조선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없다. 위만이라는 이름에 대해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교과서에서는 위만조선을 이렇게 배우는구나 싶어서 흥미로웠다.

1909년 청과 일본이 '간도협약'을 맺으면서 간도가 중국 땅이 되고 만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외교권을 빼앗겨 협약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협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 (p. 155)

>>> 남북이 갈라지지만 않았다면 지금 조선족이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의 영토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중국의 동북공정 이야기를 읽으며 그나마 두만강과 압록강의 자연경계가 없었다면 북한땅도 다 먹혔겠구나 싶어서 아찔

당시 사비성의 인구가 불과 5만 명이었는데 궁녀가 3천 명이나 되진 않았을 터이다. 삼천궁녀는 중국 역사서에서 으레 수많은 궁녀를 지칭할 때 쓰던 표현이다. 그러니 의자왕의 삼천궁녀도 실제로 숫자를 헤아려 3천 명이 아니라, 많은 수의 궁녀가 낙화암에서 뛰어내려 죽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p. 167)

>>> 의자왕의 삼천궁녀 설은 일제의 역사왜곡으로 퍼트린 이야기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몇년전 낙화암을 지나는 유람선을 탔을때 관광안내로 여전히 삼천궁녀 이야기가 나와서 안타까웠다. 그 당시 백제인구가 그럴수가 없었다고요! 게다가 몇명이 돼었건 궁녀들이 왜구에 잡히지 않으려 낙화암에 간 것은 충절로 봐야지 의자왕의 향락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신라 경덕왕 10년인 751년에 만들어져 불국사 석가탑안에 봉인되었다.

금속활자로 인쇄한 최초의 책은 1234년에 만들어진 <상정고금예문>이지만 전해지지 않았기에 현재까지 전해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 인쇄본은 1377년 고려 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직지심체요절>이다. (p. 190, 191)

>>> 목판인쇄물도 금속 활자본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가장 오래되었다! 하지만 외국교과서에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를 굳이 가르치지 않을테니 우리라도 잘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직지심체요절>은 프랑스에 있다. 역사적 가치가 크지만 프랑스 국립도서관 창고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음에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직지> 가 생각난다. 정말 아쉬운 현실이다...

세종의 천문학 업적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조선실정에 맞는 역법서인 <칠정산>을 제작한 것이다. 서운관 학자들이 1442년에 만든 <칠정산>은 한양의 동짓날 낮의 길이가 베이징보다 14분 이상 긴 것을 밝혀낼 정도로 세밀하고 정확했다. 이로써 조선을 기준으로 한 독자적이고 정확한 달력을 만들 수 있었다. (p. 197)

>>> 세종은 정말 천재셨나 보다. 농사를 기반으로 삼은 나라에서 역법은 정말 중요하다. <칠정산> 기억해야지!!

훈구라는 말 자체가 '공로가 있는 사람이나 집안'이라는 뜻이다. '사림'은 '선비사(士)'자와 '수풀 림(林)'자를 써서 '속세에서 벗어난 선비'를 뜻하는 말이다. 사람에는 생육신의 후학들이 많았는데 재야의 유학자들이었다. 훈구 세력은 사림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몄는데 이것을 '사림이 화를 입는다' 는 의미로 '사화'라고 한다. (p. 200)

>>> 사화 가 이런 뜻이었구나;;; 그럼 결국 기존 권력가들은 계속 있고 새로운 선비들만 계속 당했다는 건가;;;

2017년에 이보다 더 오래된 벽화가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술라웨시 동굴벽화'이다. 이 벽화는 저어도 4만 3900년 전에 그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동물 외에솓 반인반수 등이 그려져 있다. (p. 251)

>>> 알타미라, 라스코까진 알았는데 더 오래된 동굴벽화가 나타났구나! 역시 고고학은 새로운 것이 계속 밝혀지는 은근 미래학이다. ㅎ

로마시대 건축물은 어떻게 오래 보존될 수 있었을까? - 콘크리트와 아치, 볼트를 이용했다. (p. 255)

>>> 이탈리아는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화산재나 석회가 많았고, 화산재나 석회로 이루어진 시멘트는 물과 만나면 단단히 굳어져서 튼튼하고 가공하기 쉬웠고 오래갔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이다. 나무가 많다. 화산재 같은거 구경도 못했을 것이다. 나무는 타버리면 남는게 없다. 거대한 건축물이 많이 있는 곳이 더 훌륭한 문화유산인 것은 아니다. 다 터전에 많은 재료를 활용했을 뿐이다. 그저 다른 것이다. 틀린것이 아니라 다른것이다 라는 관점은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태도이다.

'팝아트 popart'는 글자 그대로 'popular' 와 'art'가 결합하여 탄생한 새로운 미술 흐름으로 1960년대 미국 대중문화가 낳은 예술의 한 장르이다. (p. 272)

>>> 대중문화에서 pop 이라는 접두어를 그렇게 많이 쓰면서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사냥 그림은 우리나라 울산에 있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대략 7000년 전 신석이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암각화가 발견됨으로써 이전까지 10~11세기로 여겼던 인간의 포경활동 역사가 수천년 앞당겨졌다. (p. 286)

>>> 이렇게 가치 높고 교과서마다 우리나라 역사책 마다 등장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보존에 있어서 그닥 존중받지 못하여 풍화되고 물결에 퇴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고려청자에 무늬를 넣는 기법은 양각, 음각, 투각, 상감 등이 있다. 상감기법은 무늬를 새긴 자리에 다른 색의 흙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우리나라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p. 291)

>>> 고유한 것 우리만 할 수 있었던 것 자랑스러워해야지

이집트 문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금속악기의 등장이다. 이집트는 장신구, 무기 등을 만들며 발달한 금속 가공 기술로 금속 악기를 만들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안에서 여러 고대 악기가 출토되었는데, 그중 소년 왕 투탕카멘의 묘에서 발굴된 트럼펫은 지금도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정교하다. (p. 315)

>>> 이집트 유물 꽤 많이 봤다면 봤는데... 투탕카멘 이름 자주 들었는데... 트럼펫이 나왔었구나! 와우 놀랍다!!

발달했던 그리스의 음악을 지금도 들을 수 있을까? 터키에서 발견된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그리스 시대 악보가 새겨진 덕분에 가능하다. 세이킬로스의 비문은 기원전 1~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기에 새겨진 악보를 해석해 오선지에 옮긴 악보를 보면 8마디 정도의 짧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p. 316)

>>> 기원전 고대그리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헐. 정말 궁금하다. 들어보고 싶다!!

베토벤은 표제음악이 나오기 전부터 자신의 음악에 이르믈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6번 '전원교향곡'이 그 예이다. 그러나 5번 '운명교향곡'은 베토벤이 지은 제목이 아니다. 그의 비서가 제1악장 서두에 나오는 주제의 뜻이 뭐냐고 물었을 때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듣고 일본의 누군가가 지은 제목으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표제이다. (p. 327)

>>> 또 일본이네.. 이런

슈베르트는 평생 1,000개가 넘는 곡을 만들었지만 죽기 1년 전에야 피아노를 샀다. 즉 기타만으로 그 많은 곡을 작곡한 것이다. (p. 328)

>>> 옛날 음악가들은 다 피아노로 작곡한 줄 알았다. 슈베르타가 기타로?!

절대음악의 경우, 작곡가의 음악을 연구하고 정리한 사람의 이름 약자를 쓰고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 모차르트의 곡은 오스트리아의 음악연구가인 쾨헬이 작품을 수집, 정리하여 작품의 일변번호를 붙였기 때문에 쾨헬 번호, 즉 K 를 붙여서 부른다. 바흐의 작품에는 BWV, 하이든은 Hob, 슈베르트는 D, 비발디는 RV, 리스트에는 S가 붙는데 이는 모두 각 음악가의 작품을 정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p. 335)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무지했던 영역은 역시나 음악이었다. ^^;;;

오케스트라와 같은 관현악단의 음악회를 감상할때는 1층 객석 중앙보다는 2층 가운데 앞줄이 좋다. 소리는 떠오르는 성질이 있어서 1층보다 2층에서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중심인 2층 가운데 앞줄은 소리가 생성된 후에 남아 있는 소리, 즉 잔향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길기 때문에 소리가 도착하는 시간에 차이가 나서 입체감과 방향감을 느낄 수 있다. (p. 346)

>>> 음악회를 가본적은 없지만 간다면 꼭 2층가운데앞에!!!

장구는 허리를 중심으로 오른쪽은 얇은 말가죽이나 개가죽을 씌우고, 왼쪽은 조금 더 두꺼운 소가죽이나 말가죽을 씌워서 양쪽의 소리가 다르다. (p. 365)

>>> 장구의 양쪽 소리가 달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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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9 과학이슈 11 9
이상규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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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명 과학 저널리스트와 연구자들의 명쾌한 해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최신 과학의 쟁점 11가지

 

 

일반 도서 크기가 아니라 청소년 학교 교과서 크기의 큼직한 이 책은 잡지인지 도서인지 외형적으로 구분은 잘 되지 않는다. 이 책이 시즌9 이고 앞선 시리즈들을 살짝 검색해 보니 나오는 주기가 일정한 것 같진 않아서 정기 간행물 같진 않고 비정기적 기획도서인가;;; 여하튼 이 책은 2019년에 주목됐던 과학이슈 11가지를 담고 있다. 크기도 큼직하고 올컬러판의 반질반질한 잡지재질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과학잡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긴 한다. 하지만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라 겉핡기식 잡지와는 수준이 다른 책이다.

이 책에서 이번에 선정한 2019년 한 해의 과학이슈들은 다음과 같다.

1[건강·의학] 게임중독도 질병? - 세계보건기구, '게임사용장애' 질병코드 부여

2[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 - 백신없는 치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에 상륙하다

3[환경오염] 일본 방사능 오염수 논란 - 일본 방사능 오염수 얼마나 위험할까?

4[산업] 일본 수출 규제의 시작 - 일본은 왜 3가지 소재를 규제했을까?

5[생명공학] 인보사 사태 -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몰락

6[신종 환경 문제] 미세플라스틱의 습격 - 미세플라스틱 얼마나 위험한가?

7[도시공학] 스마트시티 - 4차산업혁명 기술로 만드는, 모두가 행복한 도시

8[지구과학] 아마존 대형 산불 - 전 세계 대형 산불은 지구이 경고인가?

9[식품과학] 다시 부는 매운맛 열풍 - 한국인은 왜 매운맛에 빠질까?

10[천문학] 블랙홀 그림자 촬영 - 블랙홀 그림자, 어떻게 촬영했나?

11[기초과학] 2019 노벨 과학상 - 2019 노벨 과학상, 세상을 바꾼 남다른 생각!

게임중독 관련 해서는 질병코드로 분류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게임중독 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여전히 분분한 찬반론 의견 사이에서 나도 섣불리 어느 한쪽으로 판단을 내리기엔 이른 것 같아서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에서는 백신이 물론 필요하긴 하겠지만 현재의 과도한 축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와야 하지 않나 싶었고,

일본방사능오염수 에서는 일본이 태평양에 방사능 오염수들을 뿌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태평양의 해류운동상 미국쪽으로 먼저 갔다가 한국쪽으로는 1년뒤에나 오는걸 보고 함부로 태평양에 버리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제징용관련 문제 때문에 한국과의 수출입에 제동을 걸어놓고 그것때문이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한국에 꼭 필요햔 3가지 소재만 콕 집어 규제하고 그 소재들이 어떤 소재들인지 읽고 나니 이참에 자체생산능력이 어서 높아졌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가 될 뻔 했던 인보사 라는 약의 신약개발 이 무산된 과정을 읽으면서 기초연구과 신약개발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한번 절감했다. 며칠전에 읽었던 '슈퍼버그' 라는 책도 생각나고...

미세플라스틱이 문제라는 것은 알았지만 사람이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볼펜 하나정도 된다는 것을 읽고나니 뱃속에 볼펜 한자루가 굴러다니는 것만 같아서 참 씁쓸했다.

스마트시티 관련해서 세계 곳곳의 도시 사례들이 나오는데, 대도시들이 스마트해 지는 것도 좋지만 점점 더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을 스마트하게 해결할 순 없는 걸까 싶어서 아쉽기도 했다.

아마존대형산불은 결국 경제문제였다. 브라질도 개발도상국이 되서 소 많이 키우고 농사 많이 지어서 수출해서 돈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언제까지 선진국들의 지원금으로 그 욕망을 누를수 있을지...

한국인이 고추맛을 알게 된지는 역사적으로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인만큼 고추의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맛에 대한 음식에 대한 변화는 문화와 현실에 대한 반응으로 읽었을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블랙홀그림자 사진을 보면서도 어려운 과학적 용어들을 읽으면서도 사실 천문학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학문이다. 어쩌면 멀고 먼 별을 연구하는 학문이니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별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코스모스의 칼 세이건 생각이 난다. 그의 열정이 새삼 떠오른다.

노벨상 에 대한 소식은 늘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생각하게 한다.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 안정적이면서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있을때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노벨상 이야기보다도 뒤에 부록처럼 붙은 이그노벨상의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이런 상이 있었네 ㅎㅎ

과학전문기자와 저술가들이 쓴 책이니만큼 믿을만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흥미로운 다양한 주제로 과학에 관심있는 청소년 및 성인에게 유익할 만한 책이었다.

어제 빙하관련 책을 읽어서인지 다음 시즌엔 빙하 관련 연구내용도 실렸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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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반격 - 이미 시작한 인류 재앙의 현장
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 지음, 심진하 옮김 / 유아이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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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한 인류 재앙의 현장

인간만 모르는 운명의 시계가 빨라진다

 

 

표지에 커다란 빙하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빙산의 일각' 을 생각나게 한다.

빙하가 녹고 있다고 인류 재앙이 시작됐다고 하는 표지의 문구들과 빙하의 사진이 어울려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문제를 거론하는 책인가 예상했었다. 빙하의 반격을 액면그대로 빙하의 녹음으로 인한 인류재양으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의 내용들이 나의 식상한 예상들을 뒤엎었다.

저자는 '노르웨이의 빌 브라이슨'으로 불릴만큼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연구자이자 저널리스트라고 한다.

노르웨이는 지도의 위치상 빙하와 겨울과 친숙한 나라이다. 그만큼 더 잘 알고 더 깊이 체험하고 있을 것이었다.

1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고 온도가 0도 가까이 떨어지지도 않는 위도상 남쪽 지역으로 처음으로 가게 돼서야, 나는 눈, 얼음 혹은 영구동토의 형태로 얼어있는 지구의 부분인, 빙권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인구 밀도가 높고 태양이 작렬하는 인도 북부와 방글라데시의 갠지스 고원에서 40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땀에 흠뻑 젖게 돼서야 나는 얼마나 빙권이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1년 중 가장 무덥고 건조한 시기 동안 이 지역의 사람들을 생존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그를이 갠지스 고원에서는 보이지도 않았을 바로 저 멀리 히말라야 높은 곳에 있는 산 속 얼음과 눈이었다. 몬순이 오기 전 몇 달 동안 서서히 메말라가는 강들을 호우가 채워주지 못할 때, 지구의 지붕에서 녹아 흐르는 눈과 빙하가 강이 완전히 메말라 갈라지지 않도록 돌봐주고 있었다. (p. 17)

빙하의 곁에서 일년의 반이상이 겨울인 곳에서 사는 저자가 눈도 내리지 않는 일년의 반이상이 여름인 나라에 가서야 새삼스럽게 빙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사람은 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 자기가 아는 것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다른 생각을 하려면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운 나라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우기다. 하지만 그 다음은 건기다. 그 많던 빗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빗물이 강물이 되어 인간에게 필요한 물을 대준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었다. 사람들의 생존에 직결된 물을 제공해 주는 것은 얼음과 눈과 빙하였다.

빙권이 기후에 그렇게나 중요한 이유는 빙권이 하얀색이기 때문인데 라틴어로는 알베도라고 한다. 알베도라는 용어는 태양빛이 지표면에서 얼마나 반사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태양으로부터복사된 에너지는 파장 길이, 지표면의 특징, 어떤 각도로 지표면에서 반사되는지에 따라 달려있따.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은 온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p. 36)

알베도 효과는 얼마나 중요한 걸까? 오늘날 지귀의 평균온도는 섭씨15도 정도이다. 계산식에 의하면 만약 지구가 완전히 바다로만 덮여 있다면 알베도는 0.06으로 굉장히 낮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27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지구의 온도가 현재보다 12도 높아진다면 지구의 대다수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다. 만약 지구가 완전히 하얀빛으로 뒤덮인다면 알베도는 1에 가까워질 것이고 평균온도는 대략 영햐 40도 정도로 떨어질 것이다. (p. 37)

 

산위의 눈이 녹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하얀 면적이 줄어들 수록 알베도는 높아지고 그렇게 온도가 올라가면 또 눈이 녹고 빙하가 녹는다. 온실가스도 문제겠지만 알베도 효과 측면에서 바라본 온도 상승은 또다른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겨울의 왕국을 향한 긍정적인 경험들을 가진 나에게는 안데르센과 루이스가 그랬듯이 겨울의 왕국을 무섭고 위험하고 악의 기운이 머무는 곳으로 묘사하는 동화나 이야기가 이상하다. 안데르센의 책에서는 악랄한 눈의 여왕이... 루이스의 나니아연대기에서는 하얀 마녀가... 오늘날의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이런 이야기는 분명 겨울이 주는 긍정적인 면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채 겨울을 짜증 난다고 여기는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썼을 것이다. 눈이 길가에 쌓이고 사람들이 얼음 위에 넘어져서 팔과 다리가 부러지는 그런 겨울만 본 사람들 말이다. (p. 46)

저자가 자라온 노르웨이의 겨울환경에 대해서 한참을 풀어놓길래 왠 추억담이 이렇게 긴걸까 싶었는데 괜한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저자의 성장속 계절은 대부분 겨울이었고 그 겨울은 결코 위험하거나 부정적이기만한 계절이 아니었다. 겨울, 추위의 중요성이 동화에서조차 왜곡되고 있는 것에 아쉬워 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을 다 읽고 덮을 즈음 나에게 전달되었다. 심지어 추위를 너무나 못견뎌하는 나이지만, 추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빙권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약 250만년 전)에 인류의 친척인 호모-계열의 종만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속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도 극도의 추위와 건조의 시절에 등장했다. 북극은 무자비한 추위에 휩싸였고 유렵, 시베리아, 북아메리카의 대부분 지역이 얼음으로 뒤덮였던 빙하기였다. (p. 159)

우리의 선조들에게는 참 생존하기 어려웠을 시절이었음은 분명한데, 바로 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변종이 승자가 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다른 종은 종 전체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변종이 분화되어 틈새를 찾아 나서며 생존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인류의 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한 가지 경향은 새로운 종류의 기술의 도움으로 생존 능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p. 160)

인류는 정착해 거주 생활을 시작하고, 농업으로 생계 수단을 바꿔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발전으로 이어졌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 극적인 변화는 빙권의 변화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연이은 기후 전환이 발생하는 빙권에 의해 초래되었을지도 모른다. (p. 162)

 

책의 절반을 넘어가도록 '빙하의 반격' 무엇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원제를 보니 'Frostens Rike' 노르웨이어 번역을 해보니 '서리의 왕국' 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서리의 왕국' 이 왜 '빙하의 반격' 이 됐단 말인가? 그런데 위 챕터를 읽고서 비로서 깨달았다. '서리의 왕국' 도 '빙하의 반격' 도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변천사에 대한 관점을 바꾼 의미라는 것을. 저자는 지구와 인류의 역사에서 빙하의 역할을 주체적 기둥으로 세워놓고 이야기들을 풀고 있었던 것이다. 왜 '노르웨이의 빌 브라이슨' 이라고 불렸는지, 책을 절반이상 읽고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1만2800년 전에 갑자기 기후가 변하게 된다. 생명을 촉촉이 적셔주던 소나기는 사라지고 기후도 건조해지고 추워졌으며 숲은 더 이상 예전처럼 자애롭지 못했다.

온도는 몇 도가 내려갔고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치 빙하기가 돌아온 듯 했다. 몇천년간이나 온난하고 습도가 있는 기후 덕분에 동물과 식물이 성장하기엔 최적의 환경이었던, 어쩌면 인류 역사에서 가장 풍족하게 살았을지도 모르는 시절이 갑작스러운 식량부족 사태에 부딪힌 것이다. 숲이 주던 달콤한 열매에 익숙하던 사람들은 먹을 만한 다른 식량을 찾아내야만 했다. 누군가는 굶주림으로 아사에 이르렀지만 조금 더 운이 좋았거나 조금 더 현명했던 사람들은 인류를 새로운 생활양식, 농업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1000년 넘게 지속된 건조한 시절인 영거 드라이아스기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인류 최초의 농부를 탄생시켰다. 1000년이 지난 후 기후가 차츰 나아지자 인류는 새로운 농업 방식을 도입하여 다른 종들도 경작이 가능하도록 발전시켰다. 인류는 여러모로 더 건강에 좋고 노동력이 덜 드는 일일 수 있는 수렵채집사회로는 돌아가지 않았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운그레이드'하여 발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쨌든 농업은 더 많은 인류에게 식량을 배분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인구집중은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시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농업을 함에 따라 함께 사는 일이 가능해졌다.

문명으로 가는 도약의 단계에 북극의 빙권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는 어려운 시기를 만들어 남쪽에 기후위기를 초래했다.

홀로세 시기에 우리 인류가 선택한 건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가 아니었다. 진화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인류 종은 등장 이후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내지도 못했으니 진화할 수도 없었다. 그 대신 전혀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를 이루어냈는데 행동양식을 변화하며 적응해 가는 문화적, 사회적 진화이다. 인류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새로운 거주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p. 164~170)

 

진화에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식물과 동물들에게서 진화의 흔적을 발견한다. 나는 인류도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인류는 아니 인류만 진화를 멈춘 것이다. 인간외의 다른 생명체들이 온몸으로 부딪혀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를 바꾸는 진화를 해나갈때, 인류는 어느 순간 스스로를 변화시켜 적응하는 것이 아닌 도구를 사용한 적응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도구의 사용이 인류의 발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구가 발달할수록 인류 자체는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고대 인류 문명의 발달 수준이 발견될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는데, 그럴 일이 아니었다. 인류는 진화하지 않았기에 변하지 않았기에 예나 지금이나 고도로 발달된 문명이라고 부르는 사회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외계인이 갑자가 지구에 인류를 뚝 떨어뜨리고 간 것처럼 갑작스럽게 진보된 인류의 문명이 늘 의아했는데 갑자기 묘하게 다 설명받은 느낌이었다.

빙하가 환경과 특히 건조한 계절에 물 공급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빙하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p. 206)

영구동토층이 녹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장 큰 위험은 엄청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불가역적인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거라는 점이다. (p. 218)

인류가 등장하여 초식동물의 개체 수를 전멸시켰을 때 지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풀이 있던 곳은 오늘날엔 모기, 관목, 이끼가 자라는 숲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유일한 변화가 아니었다. 눈이 덮인 지역도 변화했다. 동물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눈을 파헤치면 한기가 땅에 스며들어 여름에 녹았던 영구동토층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었다. 동물들이 사라지면 눈은 평화를 누리지만 땅은 전처럼 깊은 곳까지 얼 수 없다. (p. 226~227)

 

빙하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산위의 눈이나 암석빙하의 해빙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 것은 더 큰문제로 보였다. 지구엔 겨울이 필요하다. 이러한 겨울을 돌려주는 데 초식동물의 도움이 무척 중요한 것을 처음 알았다. 자연엔 동물들이 뛰어다녀야 한다. 겨울엔 눈이 와야 하고 극지방엔 빙하가 있어야 한다.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을 기후환경문제로만 이해했을 때와, 이 책을 통해 지구형성과 인류변천에서 빙하의 그리고 겨울의 영향력을 깨닫고 이해했을 때 생각보다 큰 격차가 느껴졌다. 기후적문제가 오히려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빙하가 이렇게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 있었다니 그야말로 제대로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인류가 어떤 적절한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는 다른 방식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빙하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지구를 다시 서리의 왕국으로 변모시켜줘야 할 때다.

겨울의 왕국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역사에서 수차례 그래 왔던 것처럼. (p.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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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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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를 완역한 동양 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가 가려뽑은

[사기]의 핵심어록

 

 

[사기]는 '본기' '세가' '표' '서' '열전' 으로 구성되어 있는 중국고전으로, ‘본기’는 연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업적을 기술하고 있고, ‘세가’는 제후국의 흥망성쇠와 영웅들의 업적을 기술하였으며, ‘표’는 연대별로 각 시기의 중대 사건을 기록하였고, ‘서’는 각종 제도의 연혁을 기록하였으며, ‘열전’은 다양한 대표적 인물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사마천은 창조적으로 이 다섯 가지 부분을 종합하여 하나의 완전한 통일체계를 완성시켰는데 [사기] 전체는 총130편으로, 사실 지나치게 방대하여 읽어볼 엄두를 내기가 좀처럼 힘든 고전이었다.

이 책이 비록 원전번역서는 아니지만, 원전번역을 했던 저자가 가려뽑은 어록이라고 해서 믿음도 가고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은 구성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볼 수 있었던 책이다. 무엇보다 검정의 하드커버 책 자체가 멋짐을 풍기고 책장 한장한장 검정테두리 쳐진 분위기가 또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책이라 디자인적으로도 고전의 품격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BC 145? ~ BC 86?)은 전한시대의 역사가로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다. BC 91년에 완성한 [사기]를 펴내기까지 인생이 순탄치많은 않았다. 어린시절부터 고전문헌을 구해 읽도록 가르친 아버지덕에 지적 기반이 탄탄했고 성장후 아버지에 이어 천문역법과 도서를 관장하는 태사령이 되었기에 황실 도서에서 다양한 자료수집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황제인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BC99년 사마천의 나이 48세 되던 해에 궁형(거세)을 받고 투옥되었음에도 저술을 계속했다고 한다. BC95년 황제의 신임을 회복하여 환관의 최고직인 중서령이 되어 계속 문서를 다룰 수 있었기에 [사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기]완성 2년 후에 사망하였다. 그야말로 역작이 아닐 수 없다.

전설상의 황제시대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 무제 때까지 2000여 년을 다룬 [사기] 는 중국고대사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역사서를 읽는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 [사기] 일텐데, 그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열전' 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연상시켜서 [사기]를 읽게 된다면 아마 '열전' 부터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사기]는 사마천의 시선이 굉장히 많이 투영된 역사서라고 한다.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사마천 자신의 평가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기에 그러한 사마천의 글속에서 이 책의 어록들이 뽑힐 수 있었다. 책은 읽기에 굉장히 편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왼쪽 페이지에 어록 오른쪽 페이지에 관련해설이라 펼쳐진 페이지에서 어록하나하나 마다 완독가능하다 보니 언제 어느때 어느 부분을 읽어도 괜찮다.

 

 

오른쪽 페이지의 내용은 때로는 해설이고 때로는 역사적 배경이며 때로는 옮긴이의 평가가 들어있기도 하다. 대부분이 옛이야기처럼 어느시대 누구에게 이런일이 있었는데~ 하는 서술이 많아서, 때로는 왼쪽 페이지의 촌철살인에 때로는 오른쪽 페이지의 옛이야기에 마음이 오가다 보면 어느새 책한권을 쓰윽 다 읽게 된다. 이 양쪽 페이지의 핵심주제는 소제목으로 써있어서 매 페이지마다 이 소제목들에 대해서만 잠깐씩 생각해보아도 다양한 성찰을 할 수 있기도 하다.

읽다보니 중국 역사에 대한 상식도 조금 알게 되는 게 있었는데 로마역사를 읽고 있어서인지 묘하게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서 신기했다.

"오제(五帝)란 중국 고대의 전설에 나오는 다섯 명의 제왕이다. 황제, 전욱, 제곡, 요, 순 이 그들이다. [사기]의 방대한 세계는 [오제본기]에서 시작된다." (p. 47)

로마의 태평성대 시절도 오현시대라 일컫는데, 중국고대사의 태평성대는 오제시대 이다. 고대시대 평화는 오황제로 완벽해지는 것일까? ㅎ

그리고 권세가의 집에는 늘 많은 식객들이 머물렀고 그 식객들 중 유능한 인재가 뽑히는 경우도 꽤 많았다. 공자도 누군가의 식객이 되어 자신을 알아줄 권세가를 찾아 평생 떠돌아 다녔다. 이런 지식인들은 항상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유능함을 알려줄만한 '유세' 를 해야 했는데, 지금의 선거유세가 여기서 유래했다. 그런데 로마에도 클리엔테스 라고 해서 자유민들이 귀족에게 다양한 지원과 보호를 받는 신의적 관계가 있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을때는 귀족으로부터 식량지원도 받았다. 그리고 이 클리엔테스는 당연히 귀족의 정치적 지지세력이자 측근 인재가 되기도 했다. 이또한 왠지 고대중국의 식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고대에서의 상하관계는 이런식으로 완성되는 것일까? ㅎㅎ

그런데 고대중국과 고대그리스로마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예란 법보다 우선 - 근본은 예이고 법은 그 하위 개념이다" (p. 281)

고대비극 [안티고네]가 생각났다. [안티고네]는 오빠의 장례문제를 두고 현재 인간왕이 정한 금지법과 인간으로 살아오며 전해내려온 관습법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는 비극이다. 고대서양에서는 인간이 만든 법과 옛부터 전해오는 법 사이에 안티고네와 같은 갈등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사서인 [사기]에서 사마천은 '예가 법도다 우선' 이라고 못박는다. 이것은 문화의 차이인것일까?... 흐음... 뭔가 비교해본다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는 것인데, 동서양 비교는 자칫 개인적 편견에 빠지기 쉬우므로 더 많은 객관적 근거들을 찾아보고 해야할 것이니 여기서 패~쓰.

여하튼 이 책은 명언집을 읽는 느낌도 들고 역사서를 읽는 기분도 들고 옛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는, 다양한 면에서 짧고 굵은?! 책이었다.

어록이다 보니 아무래도 명언들이 많았는데 몇 가지 옮겨 놓아본다.

작은 예절에 얽매인 사람은 영화로운 이름을 이룰 수 없고, 작은 치욕을 마다하는 사람은 큰 공을 세울 수 없다고 합니다. [노중련·추양열전] (p. 32)

조량은 "돌이켜 자기 마음 속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총(聰)이라 하고, 마음 속으로 성찰할 수 있는 것을 명(明)이라고 하며,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疆)이라고 합니다." (p. 63)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의 실수가 있으며,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은 얻는 것이 있습니다. [회음후열전] (p. 104)

나라가 장차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나고, 군자는 쓰이고 소인은 배격당한다. 나라가 장차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어지럽히는 신하들이 귀하게 된다. [초원왕세가] (p. 110)

천하에 재해가 없으면 성인이 있다 해도 그 재능을 펼 데가 없으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합하고 뜻을 모으면 어진 사람이 있어도 공을 세울 수 없다. [골계열전] (p. 238)

거처할 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살피고, 부귀할 때는 그와 함께하는 사람을 살피며, 영달할 때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궁핍할때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며, 가난할 때는 그가 갖지 않으려 하는 것을 살펴보십시오. [위세가] (p. 242)

영달할때 그가 천거하는 사람을 보라는 것은 자기 사람을 심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보라는 것이다. 궁핍할 때 하지 않는 일은 진짜 싫어하는 혹은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며 그 사람의 사정이 나아져도 그 일은 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p. 243)

사마천은 자신의 작업을 공자가 저술한 것만큼 위대한 차원으로 했으며 자신의 불운과 공자의 불운을 동일시하여 기록하고자 한 것이다. (p. 319)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춘춘 말기부터 한나라 초기까지 상공업으로 치부한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시기의 상공업 발전의 면모를 볼 수 있어 '화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화'는 재산, '식'은 불어난다 는 뜻으로, 재산을 늘리는 방법이다. 사마천은 상업이야말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원류이며 이들 직업 모두를 함께 중시하는 진보적 면모를 보였다. 사실상 '중농억상'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벗어난 것이다. (p. 373)

속담에 '책으로 말을 모는 자는 말의 뜻을 다 이해할 수 없고, 옛날 법도로 지금을 다시르닌 자는 일의 변화에 도달할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법도만을 따르는 공으로는 세속을 초월하기 어렵고, 옛날을 본받는 학문으로는 지금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오. [조세가] (p. 386)

온고지신도 좋고 옛 성현의 말씀도 좋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이 시대와 영합할 뿐 뛰어넘고 다스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이다. (p.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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