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역설 -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혁신은 어떻게 가난을 물리치는가

 

 

The Prosperity Paradox 원제의 부제 How Innovation Can Lift Nations Out of Poverty 는 '어떻게 혁신이 국가들을 가난에서 구해줄 수 있는가' 로 번역된다. '왜 (어떤 국가들에서는 지속적인 국가적)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를 물었을때 '(그러한 국가들에서)혁신이 어떻게 가난을 물리치는지'를 알려주는 반어법적 질문이랄까. 미리 답을 말하자면, '혁신이 답'이다.

저자소개글을 보니 저자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경제학자였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론에서 한국은 훌륭한 성공사례로 등장한다. 본문에 한국이야기가 많아서 한국내 출판을 염두에 둔 책이었나 싶을 정도였지만 번역되어 들어온 책이 맞다. 신기했다. 이렇게 한국경제를 들여다본 책을 번역서로 읽는다는 것이.

나는 1970년대 초에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한국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2년을 보냈다. 그때 나는 가난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직접 목격했다. 그때의 경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나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로즈 장학금을 받았을 때 한국에 초점을 맞추어서 경제 개발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내가 취직하려던 바로 그해에 세계은행에서는 미국인을 더는 채용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내 인생의 운명이 바뀌었고, 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을 방문하면 예전의 가난하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나는 무척 마음이 가볍고 행복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극적인 전환이 수십 년 전 한국과 비슷한 정도로 가난에 찌들었던 다른 나라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래전 한국을 도우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 들었을 때 떠올렸던 질문, 이른바 '번영의 역설' 문제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끈덕지게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p. 16~17)

한국의 경제발달은 역사에서 기적으로 남았다. 단기간에 빠른 성장 그리고 유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사례인데다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저자로서는 자신의 경제학이론연구에서 한국의 경제발달이 내내 관심대상이었던 듯 하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의 탈바꿈은 경이로운 변화이긴 하다. '중공업 투자가 한국에서 엄청난 경제적 변화를 만들어 내고 또 뒤이어진 커다란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주장하기는 무리'(p. 455-주석17) 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이 불과 50년 만에 이룩한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는 국가주도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저자는 그 무언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1990년 35.5%이던 전 세계 극빈율은 2015년 9.6%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 이후 10억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극빈의 나락에서 구제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통계 수치는 극적이긴 하지만 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극빈층에서 벗어난 10억 명 대다수인 7억3천만명이 중국이라는 한 나라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에 66.6%이던 극빈층 비율을 현재 2%미만으로 줄였다. 실로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같은 몇몇 지역에서는 극빈층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것도 상당한 폭으로 말이다. (p. 18)

중국은 여러 면에서 참 예외적인 국가다. 역사와 정치도 그렇지만 경제 또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 극빈율 저하의 숨은 의미를 읽고 나니 역시 평균 수치는 함부로 믿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중국을 빼고 아프리카의 극빈층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아프리카에는 끊임없는 원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가난해지고 있다. 왜일까? 저자가 말하는 사례는 '원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에포사는 3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어렵게 모금했고, 우물을 설치할 마을 다섯 곳을 정했다. 에포사와 친구들이 우물을 처음으로 가동하기 위해 그 마을들을 방문하던 날, 에포사와 마을 주민들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맛보았다. 그런데 우물에 탈이 나고 말았다. 새 우물들이 마련되고 약 여섯 달 뒤였다. 우물들은 모두 시골 지역에 있었고, 부품을 마련해 우물에 문제가 생긴 마을로 갈 숙련공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우물 하나를 고치면 다른 우물이 또 말썽을 일으켰다. 에포사와 친구들은 그동안 물이 부족한 마을들을 돕겠다고 그렇게나 열심히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또 다른 마을에 우물을 설치하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 버린 상태이다. (p. 21~22)

이 사례는 특별한 사레가 아니라고 저자는 덧붙여 설명하기를, '국제환경 및 개발연구소'에 따르면 이렇게 고장 난 채 방치된 우물이 아프리카에만 5만개가 넘고 몇몇 지역에서는 전체 우물 가운데 80%가 고장난 채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에포사가 우물을 설치했던 한 마을에도 새 우물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방치된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국제 원조 기관이 예전에 설치했지만 고장이 난 뒤로 버려진 우물이었다' 고 한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라는 속담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국제원조의 이면이다.

이 책의 공저자이자 저자의 하버드대학교 제자인 에포사는 선의의 노력과 시도가 결국 실패하고 마는 아픔을 직접 겪어 봐서 잘 알게 되었는데, 에포사의 경험을 통해 피폐한 나라들에서 삶과 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마련된 여러 프로젝트들이 결국 좌절로 끝나 버리는 사례들이 알려주는 통찰은 바로 '가난을 누그러뜨리는 일은 번영을 창조하는 일과 똑같은 것이 아니다'(p. 23) 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 저자들은 당신이 이 책을 읽고 경제 발전 문제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기를, 제기하는 질문을 바꾸기를, 그리고 문제 해결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역들을 돕기 위해 개발하는 해결책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p. 23)

저자는 가난만 보지 말고 기회와 잠재력을 보라고 말한다. 명백해 보이는 해법 즉 직접 지원하는 해결책들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음을, 직접적인 지원이라는 방식으로는 가난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도 상황을 눈에 띄게 바꾸어 놓지 못함을 알아차리고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것을 제안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1998년 아프리카에 설립된 휴대전화회사 셀텔 의 성공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힘겨운 투쟁은 흔히 '비소비'라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비소비란 잠재적인 소비자가 자기 삶의 특정 측면에서 어떤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편하고 저렴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가장 단순하게만 대응한다. 해결책 없이 그냥 고통스럽게 살거나 차선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봤자 고통은 계속 이어진다. (p. 33)

우리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많은 나라들에서 지속적인 번영은 가난을 바로잡는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번영은 그 나라들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에 투자함으로써만 가능하다. 바로잡기만 하면 번영이 곧바로 뒤따를 것 같은 질 낮은 교육, 부족한 병원, 나쁜 통치, 빈약한 인프라를 비롯한 여러 빈곤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자원을 직접 쏟아붓는다고 해서 진정하고 지속적인 번영이 그 나라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확인했다. 많은 나라들에서 번영은 특정한 유형의 혁신, 즉 '시장창조혁신'에 투자할 때 전형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p. 35)

대부분의 경제투자는 소비할 능력이 없는 계층 즉 '비소비'계층을 제외한 소비능력이 있는 소비계층을 타깃으로 한다. 경제발달이 잘 이루어진 나라에서도 이러한 타깃투자가 당연시 되는데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더더욱 그나마 있는 소비계층을 타깃으로 할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경제투자는 성공신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비소비 계층을 소비계층으로 변화시키는 경제투자가 있을 때 국가적 성장에까지 닿을 수 있었다. 왜 어떤 나라는 가난을 탈피해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여전히 가난한가 라는 번영의 역설은 '비소비' 계층에서 해답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좋은 이론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틀을 잡아 줌으로써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리하여 가장 유용한 대답을 얻도록 이끄는, 내가 아는 최상의 길이다. 이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학문적인 온갖 시시콜콜함의 진창에 자신을 던져 넣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것은 '무엇이 무엇을 유발하는가?' 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질문에, 그리고 '왜?'라고 묻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 접근법이 이 책의 핵심이다. (p. 39)

그런데 분명히 해둘 점이 한 가지가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설명하는 발전 과정은 가난에서 벗어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모든 나라를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좋은 이론은 특정 조건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즉 좋은 이론도 특정한 환경에서만 유용하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나라는 면적, 인구, 문화, 리더십 그리고 역량 등이 제각기 다르다. 이런 환경 요소들이 그 나라의 운명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혁신에,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번영으로 이끄는 신뢰할 수 있는 경로라는 사실이 계속 입증되어 왔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이 책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설명한다. (p. 40)

내가 봤을 때 이 책의 핵심은 '1장' 이다. 1장에 이 책의 개략적인 내용이 전부 들어있다. 대표적 사례를 들어 분석하고 이론화 하고 그 이론의 중요성을 빠르고 쉽게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1장만 읽고 이 책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 뒤이어 연결되는 내용을 통해 보다 확실히 이해하고 구체적 사례들을 확인하면서 1장의 핵심들을 체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대표사례들 중에 한국의 경제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역지사지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비소비'에서 기회를 포착한 혁신 기업들의 사례는 흥미로웠다. 사파리콤, 톨라람, 셀텔, 갈란츠, 표도르바이오테크놀로지스, 포드자동차, 어스인에이블, 클리니카스델아수카르, 그루포빔보, 옵티카스베르데베르다, 마이크로인슈어 등의 성공사례는 가난한 나라에서건 부유한 나라에서건 어찌됐든 비소비계층에게서 소비를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례는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가난을 끝내고자 하는 노력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에는 빈곤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설이다'(p. 143) 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었다.

국가적인 사례로 들어가도 저자의 말은 여실히 증명되었다. 미국, 일본, 한국 에서의 혁신과 멕시코에서의 (잘못된) 혁신을 대조하면서 혁신이 번영의 유지를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혁신'의 성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하지만 여하튼 지금까지의 혁신은 한 개인에서 한 회사에서 비롯된 혁신이었다. 이러한 혁신들이 국가적 번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반들이 필요하다. 법률같은 제도, 부패와 정치권, 인프라우선주의 등을 실사례를 통해 분석하면서 인식에서의 혁신 또한 필요함을 강조한다. 부패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는데

부패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리더십이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비록 그런 이유도 일부 작용하지만 근본 요인은 따로 있다. 부패는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자신이 접근 가능한 가장 유익한 선택지로 보이는 것을 가장 편리한 해결책으로 '채용'하는 데서 발생한다. (p. 284)

발전이 흔힌 성공적인 반부패 프로그램들보다 '선행하지', 그 반대는 아니다. 사람들이 발전하도록 도울 대안이 별로 없을 때 부패는 가장 실행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로 대두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패보다 더 나은 해결책이 제시되면 투명성도 이어지는 발전이 시작된다. 이런 일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p. 293)

부패를 개인적인 비리문제로 생가하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부패는 해결책이었고 선택사항 중 하나일 수 있었다. 그리고 부패를 저지른 개인을 없애도 또다른 누군가가 부패를 저지르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그 사회에서 여전히 부패가 좋은 선택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패는 나쁜 선택지가 될 수 있고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로 저자는 다시 한국을 언급하고 있다.

1963년부터 1979년까지 한국을 다스렸던 독재 지도자 박정희 장군에게 딸 박근혜가 나중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더라도 그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딸이 나중에 부패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고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아마 박정희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실제로 한국에서 일어났다. 이 사건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려면 박정희 장군이 1979년 암살될 때까지 한국을 통치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그의 독재 아래에서 한국이 이룩한 경제 발전의 규모는 모든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였지만, 그동안 축적된 부패의 규모 역시 반론의 여지가 없이 거대했다. 적어도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는 그런 부패가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부패는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더 투명한 사회로 순조롭게 바뀌어 가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번영을 창조하는 혁신에 사회가 더 많은 투자를 할 때 부패와 맞서 싸우는 여러 체계는 비록 느린 속도이지만 뚜렷하게 개선된다.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투명성이 뿌리를 내려 온 과정이다. (p. 297~298)

한국은 참 시끄러운 나라다. 다른 나라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많은 의견과 오해가 난무하는 뉴스들을 보면 그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이 민주주의의 증거이기도 하다. 투명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말할 수 없는 침묵을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했던 시대는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부패의 시대였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노력끝에 탄생한 당당한 민주주의 사회인 것인지 새삼 상기해 본다.

번영의 역설을 증명하면서 쌓아진 것들로 이제 번영의 과정을 위한 것들을 정리하며 책은 마무리를 향해간다.

우리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번영을 창조하는 데서 혁신이 수행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번영의 역설'을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혁신이란 사회가 스스로를 고쳐 나가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그 사회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무엇이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고쳐 나가는 과정 그 자체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제시하는 시장 창조 혁신의 원리들은 가난과 발전 그리고 전 세계의 번영을 바라보는 관점과 거기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 힘을 지니고 있다. (p. 354)

이 책이 완벽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안다. 이 책은 결코 최종 완성품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이 전 세계 많은 곳에서 번영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일에서 혁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더 온전하게 이해하는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여정에 당신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모든 좋은 이론과 발상은, 그것들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가장 적합한 환경과 가장 부적합한 환경이 무엇인지 이해할 때 더 나아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에 소개된 이론들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당신이 이 이론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아가 이 이론들이 더 정교하게 다듬어 주기를, 그리하여 가장 올바른 해결책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p. 361)

저자의 의도가 참 좋아 보였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이런 표현을 잘 쓰지는 않지만, '선한 영향력' 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어려운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현실경제지침서 처럼 읽히면서도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 모두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관점의 전환은 경제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늘 머리가 새롭게 트이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번영의 역설은 개인에게는 기회의 포착을 국가에는 성장의 연결점을 국제기구에는 가난구제의 허실을 새로운 관점으로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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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쇼크 - 생존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을 멈추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팀 스메들리 지음, 남명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생존을 위협하는 대기오염을 멈추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재생 가능한 공기와 지속 가능한 일상을 위해

우리가 알고, 멈추고, 해야 할 것들

 

 

저자는 환경전문기자이자 자유기고가 라고 한다. 안개와 연기의 사이 그 어디쯤의 뿌연 런던에서 살면서 문제가 일상이 되면 문제로 여겨지지 않듯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는데, 딸아이가 태어나면서 대기오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자 특유의 심층탐구력을 발휘하여 다양한곳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며 지금 우리가 숨쉬고 있는 이 공기가 얼마나 '쇼크' 상태인지 책으로 정리해내게 되었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납과 범죄'에 관한 비슷한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대체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주요한 인구통계학적인 변수들을(나이, 교육정도, 수입 등)감안해 보정을 한 뒤에도 대기 중에 포함된 납은 폭력적 범죄에 대한 가장 결정적 요인이었다. (p. 16)

1980년대에는 도로에 다니는 모든 차랑은 납이 섞인 연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감정 조절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충동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공격적 행동이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사용된 납 첨가 휘발유 때문에 1976년부터 1980년까지 5세 미만 미국 아이들의 혈중 납 농도 중앙값은 정상 수치에 비해 거의 천 배가 높았고, 2005년 범죄 기록과 비교했을 때 폭력범죄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그 당시의 어릴때 들이마셨던 납이 섞이 배기가스가 폭력범죄와 유의미한 관계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 그저 숨만 쉬었을 뿐인데 납에 중독됐다니! 그리고 폭력적이 되었다니!!

위 연구결과는 그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저자는 1부 원인 과 2부 반격으로 나누어 대기오염의 문제와 해결점을 풀어낸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세계 대도시들을 예로 들어 심각성과 희망을 과거와 현재로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의 런던은 그레이트 스모그에서 교훈을 배우기는커녕 디젤 배기가스의 국제적 중심지가 되었고, NO₂와 미세먼지 오염의 가장 강력한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p. 36)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발전 과정을 겪고 있으며, 그런 상황은 많은 도시에서 대기오염의 주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2010년 현재 중국은 포괄적이고 전국적인 대기오염 및 건강 감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p. 39)

인도 델리는 최근 세계에서 주변 공기가 가장 오염이 심한 주요 도시로 뽑혔다. (p. 46)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12개 도시가 매년 오존 오염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LA는 최근 16번의 보고서 가운데 15번 '가장 오염된'도시의 위치를 차지했다. (p. 54)

2017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파리를 포함한 19곳의 대기유지구역에서 반복적으로 NO₂ 허용치를 위반한 사실에 대한 대처가 부실하다는 마지막 경고를 프랑스에 보냈다. (p. 59)

1952년의 런던은 그레이트 스모그를 경험했지만 2000년에도 대기의 질은 만만치 않게 안좋았다. 2013년 베이징의 에어포칼립스 는 대기재앙 수준이었다. 인도의 델리는 외교관들이 자녀와 함께 가지 않는 도시가 되었고 푸른바다가 있을 것 같은 캘리포니아도 문화와 유산의 중심인 파리도 숨쉬기 좋은 곳들은 아니었다. 대기오염은 열악한 위생과 오염된 식수를 추월해 세계에서 조기 사망을 끌어내는 환경적 요인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였다.

전 세계는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이 붙는 것이라면(그리고 특히 화석연료라면) 우리는 기꺼이 태울 것이다 그 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연기가 결국 어디로 가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 그럼 도대체 그 연기 속에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 연기는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 (p. 60)

세계 주요 도시들의 하늘이 잿빛인 것이 언제부터 당연하게 여겨져 왔을까? 원래 하늘은 파래야 하는데 잿빛이어도 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내왔을까? 지금 당장 베이고 쓸린 상처가 아니라고 해서 몸에 괜찮은 것은 아닌줄 알면서도... 저자는 공기를 나쁘게 만드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봄으로써 추상적이게 느껴지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구체화시켜주고 있다.

이산화질소, 암모니아, 오존,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메탄 ... 화학책은 아니지만 대기오염을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몇몇 화학기호들은 눈여겨 봐둬야 한다. 오래전 화학시간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그 화학물 보다 그 화학물이 일으키는 문제점에 초점을 둘 것이므로. 그리고 그 문제점들은 굉장히 일상 가까이에 있다. 먼저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이산화질소부터.

우리가 사는 도시와 마을에서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라고 불리면서(합쳐서 NOx라고 한다) 질소산화물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모든 자동차 엔진은 사실상 아주 작은 번개 생성기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모든 도로는 끝없는 폭풍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산화질소는 중대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그래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지만 일산화질소는 덜 해로운 대신 공기 중에서 빠른 반응 속도로 더 많은 이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p. 64)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문제의 원인을 공장굴뚝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더 심각한 원인이 자동차 배기가스 임을 강조한다.

2015년 기준 EU에서 암모니아 배출량의 94퍼센트가 농업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가운데 절반은 소를 키우면서, 4분의 1은 비료에서 생겼다. (p. 66)

오존층은 행성에 얼굴에 바르는 선크림 같은 존재다. 그러니까 위에 오존층이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는 단지 오존층이 지상에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오존층을 제외하고 남은 오존의 9퍼센트는 지상에서 만들어지는데, 대부분 우리가 배출하는 것이다. (p. 69)

공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보이는 질소 기반의 또 다른 가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세 개가 결합한 형태이다. 암모니아의 발생처는 농업이다. 오존은 이산화질소가 있는 상태에서 유기물에 비친 햇빛의 반응으로 공기 중에서 만들어진다. 오존이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프레온가스 금지 헤어스프레이 사용제한등 여러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존은 그냥 햇빛반응으로도 만들어진다. 배기가스가 내뿜는 이산화질소만 있으면.

대표적인 이 가스들 말고 다른 유해 가스들도 많지만 더 중요하고 더 심각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가스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를 앞서는 대기오염 물질이 있다. 그건 가스가 아니다. 고체인 미세먼지(PM)이다. PM은 도로 먼지부터 매연까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들로 우리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 과학자들은 PM을 생성원인(석탄 연기인지 농업 먼지인지 배기가스인지)이 아니라 크기로 정의한다. 그리고 대체로 크기가 작을수록 우리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파괴한다. (p. 90)

어쩌면 발생원인이 분명한 가스로 인한 연기로 인한 스모그가 더 나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먼지는 눈에 뿌옇게 보이지도 않는 그 먼지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보이지 않기에 체감하지 못하므로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나노먼지이며 우리가 들이마시는 전체 입자의 수가 우리 건강에 가장 큰 위험을 제기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 몸은 공기 중 약간의 소금과 모래는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30nm보다 작은 많은 양의 먼지입자, 우리의 동맥에서 헤엄쳐 다니고 콜레스테롤 주위에 뭉치는 입자들은 국경을 넘어온 오염물질이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 도로에서 나왔다. 더 명확히 말해 추진력을 위해 화석연료(썩은 생물학적 물질로 찬 오래된 호수)를 태우는 자동차를 포함한 탈 것들에서 나온다. (p. 115)

화학분자까지 분석해가며 미세먼지까지 왔지만 결국 문제는 처음에 언급한 베기가스다.

미세먼지 라고 하면 바람타고 다른나라에서 넘어온것이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니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더 많았다. 우리가 태우는 연료들로 인해 우리의 폐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석탄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들이 이제 모든 산업 도시의 중심이 되었고, 그 속에 있는 모든 가정도 석탄으로 난방을 했다. 런던은 검은 우산을 쓰는 도시로 유명해졌다. 시커먼 비가 눈에 띄지 않는 색깔은 검정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p. 134)

인간들이 뭔가를 태우는 한 대기오염은 살인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 방식이 더욱 발전하면서 나무 태운 연기는 뭔가 전혀 다른 것으로 변했다. 현대 경제는 점점 더 많은 화학물질을 찾아내 태우기 시작했고 연기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연료는 과거에 사용하던 연료에 비해 오염을 더 심화시킨다. 이번에 새로운 연료는 디젤이다. (p. 138)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비오는 런던 거리의 풍경을 분위기 있게 표현한 그림이 있었다. 모두 다 검정 우산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이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검정우산을 쓸수밖에 없었던거라니...

화합물도 가스도 미세먼지도 결국 무언가를 태움으로써 발생하고 따라서 그 연료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저자는 그 원흉을 디젤에서 찾았다.

2000년 이런 우대정책이 시작되었을때, 가장 효과적인 디젤 자동차도 킬로미터당 NO₂를 세배, PM을 10배 더 배출했다. 도로 위 대부분 자동차는 더 오래된 것들로 휘발유 차량보다 최소한 NO₂가 네 배 그리고 22배에서 백배의 PM을 더 배출했다. 그러니까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드른 우리가 사는 도시의 CO₂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기오염을 오히려 늘리고 그 결과로 건강이 나빠지는 걸 알면서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p. 145)

나도 기억이 난다. 오존층 파괴 문제로 전지구적 오존보호문제가 대두됐을때 친환경에너지 디젤이 각광받았었다. 그런데... 디젤이 친환경연료가 아님을 이 책을 읽고야 알았다;;;

유럽 전역의 모든 정부가 이 모든걸 무시했다. 디젤을 '환경친화적'인 대안으로 홍보하는 판촉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런 광풍에 약간의(너무 가볍지만)질서는 존재한다. 모든 신차가 EU에서 팔리기 전에 통과해야만 하는 유로 배기가스 기준은 좀 더 깨끗한 디젤이 곧 나온다고 약속하고 있다. (p. 147)

디젤로 CO₂를 줄인다던 계획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디젤 엔진의 블랙 카본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 효과는 CO₂ 감소 효과를 웃돌았다. 열을 흡수했다가 방출하는 블랙 카본의 능력 때문이었다. NOx 역시 아산화질소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아산화질소는 CO₂ 보다 온실효과를 더 낼 가능성이 있는 가스였고, 디젤은 휘발유보다 더 높은 농도의 NOx를 배출했다. 그것만이 아니고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많은 휘발유 자동차들은 이제 디젤과 같은 연료 효율과 킬로미터당 CO₂ 배출량을 달성했다. 유럽은 기후에 대한 이익도 얻어내지 못한 채 온통 건강만 해치고 말았다. (p. 150)

헐 좀 더 나은 대안적 연료 인줄 알았던 디젤은 전혀 대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휘발유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을 연료에서 찾기는 했으나 여기서 벽을 만난 듯 했다. 더 좋은 엔진을 만들고 더 나아진 후처리 시스템을 만들 수록 먼지입자의 크기는 작아졌고 건강엔 더 해로워졌다. 사람이 태어나 평생 하는 일이 숨쉬는 것인데, 숨쉬는 것으로 평생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뭔가 관점을 바꿔야 하는 걸까? 싶을때 저자의 2부 반격이 시작된다.

2015~2020 런던은 스모그로 인한 잠에서 천천히 깨어나 맞서 싸우고 있다. 노동당 후보였던 사디크 칸은 널리 알려진 2016년 5월 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다음 날 초저공해지역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또 전임자(보리스 존슨)가 묻어두려고 했던 대기오염 피해 학교 연구를 다시 시행했다. (p. 207, 208)

2014년 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대기오염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그때를 기준으로 상황은 변했다. (p. 217)

일상은 생각보다 많이 정치적이다. 정책의 결정은 일상에 바로 반영된다. 리더의 문제의식은 사회변혁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유럽보다 엄격한 규제 기준으로 배기가스를 없애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파리는 자동차 없는 날을 시행해보면서 방향성을 타진중이다. 안타깝게도 델리는 실효성있는 정책을 아직 찾지 못한듯 보였다. 여하튼 저자는 서서히 희망을 찾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내연 기관에 의존한 에너지 사용과 운송 수단은 이제 끝났다. 이제 전기로 움직이는 시대가 온 것이다. (p. 267)

휘발유와 디젤 차량을 전기 배터리 자동차로 바꾸는 것은 깨끗한 공기를 가진 도시가 되기 위한 청사진의 일부이다. (p. 276)

그러나 중심 전제는 깨끗한 공기를 원하는 모든 도시라면 이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바로 우리가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식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깨끗한 공기를 위한 청사진의 일부이다. 전기차는 훌륭하지만 차의 수가 적은 것이 더 좋다. (p. 309)

만일 배기가스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왜 차를 샀느냐고 물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동 방식을 어떻게 계획할 건지 패러다임을 차량을 소유하는 것에서 차량 운영자 또는 서비스 제공자를 갖는 것으로 바꾼다면, 전체 시스템이 바뀔 겁니다. (p. 312)

저자는 연료적인 문제에서는 전기차에서 희망을 보고, 시스템적인 문제에서는 자동차의 존재이유에 대한 패러다임에 주목한다. 작은 시도일 수도 있지만 실천가능한 방법들로 자전거 타기나 식물심는 것에도 다시한번 중요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그리고 델리에서 모든 정책들이 실패한 이유중 하나는 결국 경제적인 이유때문이었다. 대기오염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건 이제 많이들 알게 되었다. 하지만 먹고사는 경제문제는 끊임없이 삶에 직결된 문제였다. 이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의 경제적 영향은 순이익인가? 순손실인가? (p. 355)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으로 경제적 순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애초에 그런 기획과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들어갈 예산은 어디에서 얻어낼 수 있는가? (p. 362)

세계가 대기오염을 막으면 뭐가 좋은지 깨달아가고 있지만, 정치는 언제든 쉽게 일을 망칠 수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같은 대중영합주의의 여진이 과거의 장밋빛 산업사회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환경법에 맞서는 쪽으로 물길을 돌리려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것처럼 과거 산업사회는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p. 373)

일부 국가에서는 지키고 싶어 하는 문화적 금기가 있다. (델리)디왈리 축제일 밤에 불꽃놀이가 전혀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미국 독립기념일이나 영국의 가이 포크스 날에 축하 불꽃놀이가 없어도 될까?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바비큐를 포기하게 될까? (p. 382)

저자는 꼼꼼이 분석하면서 구체적인 예시들로 대기오염 문제를 읽는 내내 새롭게 환기시켜주고 있다. 봄마다 있던 황사를 넘어 이제 사계절 내내 찾아오는 미세먼지에 콜록거려본 사람이라면, 코로나가 끝나도 공기오염때문에 마스크를 일상화하며 살아야 하는 미래가 현실화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를 저자와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제안하는 우리의 할일을 기꺼이 맡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좀더 맑고 깨끗한 공기를 숨쉬며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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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
클레망틴 에르피쿰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뒤집히고 얽히고 버티는 신들의 요가, 그 안에서 삶의 균형을 배우다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

 

 

나는 번역된 외국서적을 볼 때마다 원제목에 늘 관심이 가곤 한다.

프랑스 요가강사가 쓴 이 책의 원제는 Le chien tête en bas, 45 recettes d'asanas 인데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보니 '아래쪽의 개는 45개의 파인애플 레시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나온다. 표지에 개의 그림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엔 45가지의 요가동작이 나온다. 원서의 제목센스가 남달라서 한국어판 제목이 고민됐을 것도 같은데, 한국어판 제목이 내용에 아주 적절하게 잘 붙여진 것 같다.

여하튼, 이 책은 요가관련 책이자 인도신화 관련 책이다.

이 책은 이야기의 모든 형태를 절충하는 데 목적을 둔 책은 아니다. 당신의 요가 경험을 확장시켜 줄 사유의 길을 제공하고자 한다. 요가 자세와 신화적 이야기를 원활히 연결하기 위해 각 요가 자세에는 상징적 해석이 뒤따른다. 이 해석들은 읽고, 듣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구상됐다. 고심 끝에 나온 것도 있고, 흐름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온 것도 있다. 이 책의 상징적 해석들은 어떤 학술적 권위도 지니지 않는다. 해석은 어디까지나 제안일 뿐이다. (p. 8)

저자가 미리 밝혀놓는 이 책의 의도는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려 하는 물음표들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신화의 학술적 해석을 담은 책이 아니라 요가의 상징적 해석을 제안해본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요가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그 동작에 깃든 상징성에 감탄하게 될 것이고 요가를 모르를 사람이라면 요가 와 신화의 연결고리에 흥미를 갖게 될 것 같다.

100브라흐마 년(지구상의 시간으로 수천억 년에 해당하는 시간)이 되면, 창조신 브라흐마의 생이 끝난다. 이때 지구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우주 전체가 소멸한다. 이를 마하프랄라야, 즉 대홍수라고 부른다. 뱀의 신 세샤의 똬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비슈누신만이 남아 태초의 물 위를 떠다닐 것이다. 그리고 우주는 수천만 년 동안 무엇으로도 나뉘지 않은 미분화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창조의 힘이 잠재되어 있는 이 상태는 새로운 우주 주기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지며,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우주 또한 동일한 과정을 거쳐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우주는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미분화 상태에 접어든다. 우주는 창조와 소멸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따라서 진정한 시작도 끝도 없다. 다만 반복만 있을 뿐이다. (p. 19)

인도신화관련 책을 쉽게 나온 책으로 몇권 읽어봤었는데, 읽을 때마다 참 신비롭다는 느낌이 든다. 윤회라고 하기엔 지구에서의 인간삶의 반복을 넘어 전 우주적인 반복의 생성과 소멸을 담은 인도신화는 과학적인 빅뱅이론과도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경이전 고대신화들에 어김없이 대홍수가 등장하는 걸 보면, 석기시대에 인간이 대홍수를 겪었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은 비슷한 종교관이 다른 구체화를 거친 것이 문화의 발달사 같기도 하고 여튼 묘하게 공통적인 면이 신기하기만 하다.

인도에서는 뱀과 인간이 항상 가까이 살았기 때문인지 뱀과 관련된 풍부한 상징들이 전해 내려온다. 힌두교 사상에서 뱀은 세상을 떠받드는 존재, 비슈누의 잠자리, 과거 세계의 잔재이자 미래 세계의 기원이다. 허물을 벗고 재생하는 뱀의 능력도 이러한 상징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뱀은 반복되는 창조와 소멸 과정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p. 30)

거의 대부분의 신화에 뱀이 등장한다. 때로는 풍요로운 대지의 신이기도 하고 때로는 악의 상징이기도 한데 인도신화에서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듯 하다. 허물을 벗는다는 것이 재생과 반복의 상징성을 가지게 될때 뱀은 세계관과 연결된다.

인도신화에는 엄청 많은 신들이 등장하던데, 커다란 나무줄기에서 뻗어나가는 가지들처럼 엮이는 일관성 보다는 새롭게 자꾸자꾸 생기고 서로 연결되어 끝도 없이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것이 인도신화의 세계인 것 같다. 이 책의 특성과 인도신화의 특성이 겹쳐져 내용들이 어떤 흐름보다는 따로따로 읽히는 책이다.

7일 안에 우주는 소멸할 것이다. 홍수가 일어나 모든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큰 방주를 만들어라. 모든 식물의 종자와 동물의 종을 모아라. 일곱 명의 현자와 그들이 가족을 데려오거라. 그리고 거대한 뱀 바수키를 잊지 말아라 (p. 36)

수메르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고대그리스 신화에도 인도신화에도 어쩜 이렇게 자꾸 대홍수와 큰 방주와 7일이 나오는건지... 모든 신화들의 시작이 어떠했고 어떻게 파생됐기에 이런 공통점들이 있는 걸까...

서사와 구전 사이, 허구와 실제 사이에 놓여 있는 이 서사시들은 인간 전체의 운명을 다룬다. 영웅들의 활약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배경이 되는 갖가지 상황을 통해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신과 악마는 인간의 이야기에 얽히고, 동물들은 말하고 사유한다. 큰 이야기에 액자 형식으로 삽입된 수많은 이차적 신화, 우화, 전설들은 저마다 윤리적, 철학적, 정치적 사유를 담고 있다. (p. 139)

신화는 서사와 구전 사이, 허구와 실제 사이에 놓여있다. 이 서사시들에는 신과 동물과 영웅들과 인간들이 등장하고 소멸한다. 그 오랜 신화적 요소들이 인도에서는 요가 동작에도 남겨져 있다.

식물의 모습, 동물의 모습, 물질의 모습, 상징적 모습이 구체화된 45가지 요가 동작들은 때로는 수행의 동작이기도 하고 때로는 깨우침의 동작이 되기도 한다. 요가 자세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매 동작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실 요가를 따라할 마음 보다는 그 동작이 상징하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상관없기도 했다.

흔한 물건에도 내 추억의 순간을 함께 하게 되면 세상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게 되듯이, 운동으로서의 요가동작들도 그 상징적 이야기들을 알고 하게 되면 훨씬 더 특별해질 것 같다. 나는 하루 일정정도는 꼭 멍때리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좀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법해 보이는 요가동작으로 명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명상의 순간 신화속 신들이 내 머릿속을 떠돌다 신체적 균형 못지 않은 정신적 균형도 함께 알려주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러나저러나 뻣뻣의 정점같은 내 몸으로 그릴 수 있는 신화(=요가동작)가 있을런지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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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항바이러스제에서 신경안정제까지,

인류에게 희망과 미래를 열어준 치료약의 역사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오래된 표어를 나는 얼마나 제대로 억하고 있던 건지 모르겠다.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지만 약을 사면서 약사에게 뭘 물어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처방전에 따른 약을 받으면 그만일뿐 그 약이 어떤 약인지 나는 왜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는지 갑자기 의아해질 정도다. 진료를 받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는 약이 엄청 다양해진 세상에 살면서;;;

약은 약사에게

그렇다. 약사가 약의 전문가이다. 그런데 의사가 쓴 책은 많아도 약사가 쓴 책은 별로 못 본것 같다. 이 책은 약사가 약에 대해 쓴 책이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역사까지 곁들여서 쓴 책이라니. 기대만발 ㅎㅎ

약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관련된 역사적, 사회적, 문학적인 내용을 추가해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고 인류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던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약을 개발된 순서대로 배치했다. 궁극적으로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중요한 약을 잘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p. 6)

먹는 식품들에 대해서는 뭐에 어떤 영양소가 들었고 어떻게 조리하면 좋은지 찾아 읽으면서도 약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하지 않았나 싶다. 전문가급으로 어려운 약 이름을 줄줄 읊어댈 수야 없겠지만 간략하게라도 그 약이 어떻게 개발되었고 어떤 효능을 갖고 있는지 알아두면 좋을것 같긴 하다. 그리고나서 처방전에 쓰여진 약이름을 보면 그 약이름들이 좀더 친숙하게 보이지 않을까? ㅎ

저자는 11가지 약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풀어주고 있다.

전염병을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 여권 신장을 가져온 피임약, 카르브해에서 찾은 탈모 치료제의 열쇠, 현대인의 쓰린 속을 달래 주는 위장약, 환청과 망상에서 벗어나게 한 조현병 치료제, 인생의 즐거움을 되찾게 한 항우울제, 불안과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뇌 건강을 지켜주는 뇌 질환 치료제, 혈당을 낮춰주는 당뇨약, 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유전자 치료제.

암소를 라틴어로 바카vacca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따와 접종한 우두의 고름을 백신vaccine이라고 했다. 이것이 1세대 백신이다. 이후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과 콜레라 백신을 개발했다. 사실 백신이라는 이름은 제너의 종두법만을 의미했지만, 그를 존경한 파스퇴르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약도 백신이라 부르면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p. 14)

어원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천연두의 백신을 개발하게 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있는 바다. 그런데 거기서 백신 이라는 이름까지 유래된 줄은 몰랐었다. 어원을 알게 될때마다 지금은 실생활에 사용되지 않는 라틴어가 학명에서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을 보며 새삼 대단한 언어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곤 한다.

전쟁 당시 스페인은 중립국이어서 독감이 퍼지는 사건에 대해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반면 교전국들은 검열을 이유로 자국 군대가 독감에 걸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새로 생긴 독감을 단순히 감기라고 말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바빴다. 결국, 스페인에서 독감을 자주 보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p. 18)

스페인 독감은 멀리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18년 9월에 들어와 당시 인구 759만 명의 약38%인 288만 4,000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14만명이 사망했다.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시체를 처리할 사람이 없고 농가에서는 추수하지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p. 19)

얼마전 읽은 책에서 스페인 독감이 스페인에서 유래됐거나 환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언론보도가 잦아서 별칭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전쟁당시 중립국이라 그랬다는 걸 알고 나니 의아스러웠던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당시 조선에까지 큰 피해를 주었다니 놀랐다.

2002년 말 중국 광동성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는 2003년 4월이 되어서야 병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밝혀졌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까지 10여 종류가 알려져 있다. 사람, 돼지, 개, 고양이, 소, 닭 등에서 감염되지만, 사람에게는 중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사스는 변종을 일으킨 바이러스여서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

중국, 동남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야생동물을 보양식으로 먹는다. 재래시장에는 많은 동물이 판매되괴 있는데 사스 유행 초기, 대부분의 환자가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요리하다가 감염되었다. 역학조사 결과 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향고양이는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과정에서 걸린 것이고 자연 숙주는 과일박쥐였다. (p. 27)

박쥐에게 있는 바이러스는 137종이나 된다. 그중 사람에게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이다. 사람과 대다수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물질 인터페론을 생성해 대항하지만, 박쥐는 평소에도 인터페론을 만든다. 그래서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감염되지 않는 특이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 박쥐는 체온이 40℃이상으로 다른 포유류에 비해 높다. 체온이 높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면역력이 강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 박쥐는 바이러스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존해 살아간다. (p. 28)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매개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p. 31)

컨테이젼Contagion, 2011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보고나서 우한코로나라고 불리던 지금의 코로나사태를 미리 예견한듯 해서 놀랐었다. 그런데 그 영화의 스토리를 생각해낼 수 있었던 이유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코로나가 지금이 처음이 아니었던 거다. 사스니 메르스니 불러서 헤깔렸지만 결국 다 코로나였던 거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의 중심에 결국 다 박쥐가 있었던 거다. 지금의 코로나사태는 어쩌면 예견된 사태였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변종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박쥐가 매체였음을 알았음에도 신약개발이나 야생동물취급에 있어 그 어떤 준비도 바이러스진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타미플루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 부사장이었던 재일교포 한국인 김정은 박사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계절 독감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오자 1996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알약으로 된 독감 치료제를 개발했다. (p. 30)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혹은 우리나라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신약을 타미플루를 개발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고... 앞으로 점점 더 약과 바이오와 건강관련 기술들은 중요해질텐데...

그러면 최근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처럼 야생동물에서 서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자주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밀림, 오지개발, 환경파괴가 가속화되면서 사람이 과거보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더 많이 침범하기 때문이다. 평화롭게 살던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빈번해지자 인류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만남도 크게 늘어났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현실적으로 모두 잡아 없앨 수는 없다. 만약 모든 박쥐를 멸종시킨다면 바이러스는 새로운 자연 숙주를 찾아나설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통해 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사람을 공격해 올 것이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숙주 유전체에서 연속하는 특성이 있어 생물 종의 다양성에도 기여한다. 사람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되,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p. 35)

그렇다. 근시안적으로 박쥐탓만 해서는 해결되는게 없다. 결국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고 자연을 침해하는 인간탓이다. 다 자업자득인거다. 그렇다고 모두가 한마음한뜻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자연과 인간과의 불화를 전쟁으로 치를 것인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경구 피임약기 개발되면서 성과 출산은 분리되었고, 성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1965년 연방대법원은 마침내 피임을 인정했다. (p. 55)

마거릿 생어는 세상을 바꾸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콤스톡법의 지배로 억압받던 여성의 권리를 높였고, 과학의 힘을 빌려 경구피임약 시대를 열었다. 과학자는 아니었으나 뜻을 품고 사회변혁을 주도하며 누구도 하지 못한 업적을 남겼다. (p. 56)

저항자들에게 68혁명은 정치적으로는 실패였지만,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변혁을 일으켰다. 종교, 애국주의, 권위에 대한 복종 같은 보수적인 가치들이 평등, 인권, 성 해방, 공동체, 생태주의 등의 진보적인 가치로 바뀌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라는 유명한 구호를 외치며 기존 질서에 저항했다. 그들은 사랑을 노래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요구했다. (p. 58)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피임약은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산아제한이라는 정부의 강요로 시작된 피임약의 부작용이 여성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노비드가 나온 이후 60년 가까이 호르몬 종류를 바꾸고,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부작용을 상당 부분 극복했음에도 대중화되지 못했다. (p. 60)

피임약의 발달사는 어떻게 보면 여성의 권리신장의 역사의 일면이기도 했다. 종교법에 매여있던 성적자기결정권이 피임약의 개발로 여성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초기약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부작용들은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마련이다. 산아제한 이라는 국책사업과 맞물렸던 부작용많은 피임약의 복용이 국내 피임약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었었다는 것도 몰랐지만, 지금은 피임약이 필요없을 정도로 출산율이 낮은 상황인 것을 보면 그 격세지감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만든 약의 역사를 참고하는 것이 필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제약회상서는 신약 후보 물질을 찾을 때 이전에 시도한 자료를 먼저 분석한다. 그렇게 하면 시행착오도 줄이고 이전에 놓쳤던 틈새를 발견할 수 있다. (p. 99)

특허가 끝나면 오리지널을 개발한 제약회사의 독점권이 상실되어 다른 회사가 제네릭(복제약)을 생산,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맨 처음 개발한 제약회사는 이 기간 안에 수익을 내야 하므로 특허권 보호 기간의 연장을 바란다. 반면 제네릭이 나오면 일반적으로 약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환자는 특허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다. 맨 처음은 아니지만, 같은 계열의 가장 좋은 위장약 잔탁의 성공은 후발주자라도 빨리 따라붙어 기회를 잘 잡으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p. 102)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창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세상 특이한 발명품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앞선 발명과 도전들이 있기에 가능했었다. 신약 개발도 그런것 같다. 이미 나와있고 밝혀진 것들을 제대로 습득해야 조금 더 나은 약을 만들수 있고 그러다가 새로운 신약도 만들 수 있고 그렇게 선의의 경쟁들이 꾸준히 있어야 약값도 싸지고 그럴텐데...

커피에서 카페인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다. 1820년 룽게는 커피콩에서 순수한 카페인을 분리했다. 그는 괴테와 교분이 있었는데 룽게의 재능을 알아본 괴테는 그에게 커피 원두를 주면서 속에 있는 화학성분을 조사할 가치가 있다고 제안했다. 추출, 분석 기술을 통해 룽게는 순도 높은 카페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커피에 들어있는 혼합물이라는 뜻으로 카페인kaffein(영어로는 caffein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p. 175)

카페인이라는 이름을 보면서도 커피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이런 ㅋ

괴테가 카페인 발견에 힌트를 주었었다니! 역시 역사는 이런 쏠쏠한 재미를 준다. ㅎㅎ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 전쟁에 32만명을 파병했는데, 미군 다음으로 그 수가 많았다. 한국군은 9년에 걸쳐 56만 3,387건의 작전을 수행했다. 이때 5,000여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됐고 7,000여 명이 다쳤다. (p. 182)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 보상으로 기존 경제 원조와는 다른, 획기적이고 파급 효과가 큰 종합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 연구와 산업 응용에 도움이 되는 응용과학 연구소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1965년 박정희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발차관과 응용과학연구소 설립 원조에 합의했다. 한국은 전투 부대의 베트남 파병을 약속했다. 미국 바텔 기념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KIST가 설립되었다. KIST는 자율성을 지닌 비영리기관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의 가장 유능한 한국 과학기술자들을 유치하도록 급여와 대우를 보장했다.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 및 산업계와의 협조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파급되도록 제도화했다. 즉 KIST는 베트남 전쟁 참전 대가로 정치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래서 서울 홍릉 KIST 본관 1층에는 '존슨 강당'이 있다. (p. 257)

생각보다 베트남 파병의 기간과 규모가 길고 컸음을 알고 놀랐다. 9년이라... 6.25보다 긴 남의 나라 전쟁에서 그나라도 이나라도 전쟁의 피해는 전쟁기간의 몇배로 돌아오고 있지 않을까... 그 배경에 국가과학산업의 토대를 닦았다는 것이 참... 새삼 슬프다.

한방 3대 영약으로 손꼽는 처방이 경옥고, 공진단, 우황청심원이다. 원나라 초대황제 쿠빌라이 칸이 즐겨 먹었다는 경옥고는 얼굴을 옥처럼 가꿔준다는 의미로 원기회복과 노황예방에 좋다. 현대인의 만성피로, 전신쇠약, 기력소모, 기억력감퇴에 효과적이다. 황제에게 바치는 약이라는 뜻의 공진단은 허약체질과 갱년기증상에 먹는 보약이다. 마지막으로 우황청심원은 경옥고, 공진단는 달리 치료제 성격이 강하다. 인사불성, 두근거림, 정신불안증에 사용하는 것으로 문헌에 나와 있지만, 보통 시험이나 발표, 면접 등을 앞두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많이 먹는다. (p. 186)

우황은 소 쓸개에 생긴 돌인 담석을 말하는데 구하기 힘든 약재다. 사향은 궁노루라고도 하는 사향노루의 향선낭분비물이다. 사향은 우황보다 더 구하기 어려워 지금은 대체품을 쓴다. 사향노루와는 달리 사육이 가능한 사향고양이 향선낭분비물에서 사향을 채취한다. (p. 188)

경옥고, 공진단, 우황첨심원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무엇에 쓰는 약인지 잘 몰랐었는데, 이렇게 정리된 글을 보니 좋았다. 그리고 우황과 사향이 뭔지 알고 나니 그참... 약재라는 것이 정말 희귀하고 희한하구나 싶었다. 사스때 사향고양이 를 통해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사향고양이가 많은가 싶었는데... 약재를 위해 사육되는 거였다. 결국 다 인간 탓인거였다...

1997년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보고 많은 어린이가 경련 발작을 일으켰다. 원인은 TV화면에 붉은색과 파란색의 빛의 현란한 깜빡거림이 뇌에 과도한 흥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화면을 오랫동안 본 어린이들이 광과민성 발작을 일으키며 병원에 실려갔다. 750여 명의 어린이가 고통받은 이 사건으로 포켓몬스터는 가장 많은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킨 TV프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뇌전증은 이처럼 빛에 약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서도 발작을 일으키는데 반짝거리는 불빛이나 TV, 햇빛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p. 213)

예전에는 간질 이라고 불렀던 병명이 뇌전증으로 바뀌었다. 한결 병답다고나 할까 왠지 비하적인 의미가 느껴졌던 간질 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런데 이 뇌전증이 유전이나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일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게다가 포켓몬스터 같은 애니를 보면서도 그런 발작이 가능하다니 거참... 요즘 영상매체 문화가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엑스코프리는 2001년부터 기초 연구를 시작해서 임상시험과 인허가 과정을 모두 거쳐 개발됐다.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이다. 미국 FDA에 신약판매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에 달한다. 국내기업이 자력으로 FDA신약승인을 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코프리 개발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최종판매 허가까지 18년 이라는 장기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기간 성과가 없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연구비를 쏟아부었다. (p. 215)

얼마전 코로롱제약의 신약사기?! 기사에 마음 씁쓸했던지라 2019년 11월 SK바이오팜이 개발했다는 뇌전증 치료제 이야기를 읽으니 반가웠다. 신약 개발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주시기를 바래본다.

인슐린을 시작으로 성장호르몬, 인터페론 등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생산되면서 화학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었다. (p. 233)

한때, 기생충은 박멸해야 하는 악이었지만 기생충이 거의 사라진 사회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이 늘어난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기생충을 인체는 이물질로 인식한다. 면역세포가 기생충을 감시하며 관리하는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강해졌는데, 이방인이었던 기생충이 갑자기 사라지자 혼란이 생겼다. 아토피, 천식, 비염같이 예전에는 드문 질환이 늘어났다. 3만년 전 사람 몸속에서 회충이 발견될 만큼 사람과 기생충은 오랫동안 공생해왔다. 그래서 서로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루며 살았다. 보기에는 흉측하지만 나름 기생하면서 면역을 튼튼하게 해준 공로가 있다. (p. 252)

1980년대 우리나라 흡충 감염은 400만 명에 달했다. 그때만 해도 바이엘에서 판매한 빌트리시드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서 약값이 비쌌다. 그런데 KIST 응용화학연구소에서 3년여간의 연구 끝에 1983년 새로운 방법으로 프라지콴텔 합성에 성공했다. 신풍제약은 이 합성법을 실용화해서 디스토시드를 만들어 판매했다. KIST에서 만든 합성법은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안 바이엘이 신풍제약에 특허권을 수십만 달러에 팔라고 요구했지만 팔지 않았다. 독일 역시 한국이 이런 약을 만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연합해 우리나라에 물질특허를 도입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 이후 합성법이 아닌 화학적으로 제조되는 물질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물질특허제도가 1987년에 도입되었다. 이때문에 독자적인 물질을 최초로 만들지 못하면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p. 260)

후발주자가 앞선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처음에 어떻게, 왜 기술을 개발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역사, 사회, 문화 요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쫓아간다고 해서 그들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모방에 그치거나 힘들게 개발해도 시장성이 없어 쉽게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신약 개발을 하려면 단지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p. 298)

11가지 종류의 약 개발 변천사를 읽는 것도 좋았지만, 사이사이 약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변천사나 약개발에 있어 어떤 부분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부분에 더 눈길이 갔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질병과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런 때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사회를 준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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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7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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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맥을 잡아 주는 50가지 재미있는 강의

신화 읽기의 즐거움을 배우다

유렵 최고의 신화 입문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세계사, 종교, 전쟁과평화의역사 를 이 시리즈로 읽어봤었는데 가독성도 좋고 부담없는 분량임에도 깊이까지 있어서 대중서로 참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엔 '그리스로마 신화' 가 나왔다. 그리스로마 신화 를 정말 좋아하는 나로서는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역시나 흡족했다.

한편한편 단독적인 강의를 읽는 느낌의 글들은 신화의 연대기적 순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뒤에 '옮긴이의 글'을 보니, 이 책의 원서는 각 장을 알파벳 순으로 배치하여 사전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판에서도 이 기능을 살리기 위해 가나다 순으로 배치를 바꿔놓은 것이라 한다. 다시 차례를 보니 가나다 순이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음직한 신화적 요소들 50가지에 대한 각각의 글들은 독립적인만큼 한편한편 완성도가 있었다.

매 글마다 주제에 대한 현대적 설명과 틈틈이 분위기 전환을 해주는 그림들과 글 사이사이 노란박스에 쓰여진 보충설명들이 신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었다. 거기에 매 글마다 뒤에 '더 알아보기' 란을 덧붙여서 이 신화가 나오는 원전과 그 신화를 바탕으로 한 지금까지의 문학작품과 음악, 그림을 포함한 조형예술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기' 란에서 간략하게 그 신화의 핵심까지 두어문장으로 요약해주니 그야말로 신화입문서로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책이었다.

'들어가는 글' 에서 왜 지금도 '신화'를 알고 읽어야 하는지 왜 여전히 '신화가 살아' 있는지 풀어주는 저자의 글부터 마음에 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어떤 것을 일컬어 '신화'라고 할 때는 흔히 허구이고 진실이 아니라는 뜻이 포함된다. 하지만 신화는, 꿈에서 위안을 얻으려 했던 시대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허구적 이야기인 동화와는 다르다. 신화 속에 동화적인 모티브들이 있으며 동화에서도 신화의 흔적들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화는 동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화에는 기억, 전통, 관습 등과 같은 문화 전반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신화에는 하나의 세계상 전체가 들어 있다. 또 신화는 개인의 행동과 민족의 숙명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은 이야기를 하며 살아가고 그 이야기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그때 그 이야기는 변화를 겪게 된다. 신화에서 유일하게 '참된' 버전이란 있을 수 없다.

신화의 다양성과 다의성은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왜냐하면 어떤 상황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되는가는 주어진 상황에 달려 있으며 동시에 신화는 그 상황에 의미를 부여한다.

오랜 구전의 역사 속에서 신화는 실제의 역사적 사건이나 기나긴 문화적 발전 과정을 반영하는 새로운 요소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였다.

그리스 인들에게 '신성한 일'은 항상 공동체적 제의와 연관되었으며 내적 체험이나 개인적 도덕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인간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식은 그리스 고전시대(BC5세기)직전에 와서야 비로소 생겨났다. 도시가 발전하고 문명이 번영함에 따라 신화에도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었다. 시민들에게는 옳고 그름을 판정하는 새로운 척도가 필요했다. 따라서 현실의 문제를 신화의 형식으로 그들 앞에 보여주는 연극 공연이 중요한 매체로 떠오르게 되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지배자들은 예전에는 영웅들과 신들에게만 허용되었던 제의를 자신들을 위해 올리게 함으로써 신화를 지배 수단으로 이용했다. 작가들은 당대의 지배자들이 제우스나 아니면 적어도 헤라클레스의 후손이라는 식으로 신화를 개작했다. 로마의 황제들도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지 천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스스로를 고대의 재탄생으로 이해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유럽은 또 다시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쏟게 되었다. 시인, 작곡가, 화가, 조각가들이 암시하는 신화적 형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고대의 신화들을 알아야만 했다.

이제 고대 신화는 '교양 자산'으로서 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문학, 연극, 오페라나 조형예술 등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어 속에서도 신화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 많은 환상소설이나 서부영화를 엄밀히 고찰해 보면, 그것은 옷만 갈아입은 신화이거나 새로운 환경 속에 옮겨놓은 고대 비극임이 드러난다. (p. 5~17 '들어가는 말' 中)

'들어가는 말'을 읽고나면, 지금도 왜 여전히 고대신화를 읽어야 하는지 이유를 더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저 지나간 재미있기만한 그런 옛이야기가 아니다. 미술관에 가면 그림과 조각속에 살아있고, 소설을 읽으면 그속에서 숨어있으며, 오페라나 발레 혹은 연주곡들 중에서도 제목에서부터 이미 신화적인 것들이 은근이 많다. 예전에 신화가 사람들에게 관습과 체제로서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은 신화가 문화나 사상적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신화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나르키소스, 다나에, 다이달로스, 디오니소스, 디오스쿠로이, 메데이아, 메두사, 비너스, 세이렌. 시쉬포스, 아도니스, 아르테미스, 아마존족, 아킬레우스, 아테나여신, 거인 아틀라스, 아폴론, 안티고네, 암피트리온, 에리뉘에스, 에우로페, 오이디푸스, 이피게네이아, 카산드라, 켄타우로스, 퀴클롭스, 키르케, 탄탈로스, 테세우스, 파리스, 판신, 페가수스, 페르세우스, 포세이돈, 퓌그말리온, 프로메테우스, 프로쿠르스테스, 하데스, 헤라, 헤라클레스, 헤르메스, 헥토르, 헬레나 등 들어본 있는 신화적 이름들과 모신들, 신탁들, 황금시대, 카오스와 코스모스, 기간토마키아, 트로이의목마 등 신화적 사건들이 이야기와 해설이 곁들여져 재미있으면서도 다양한 정보와 함께 의미있게 읽힌다.

신화를 꽤 아는 사람이 읽어도 새롭게 알게 되는 정보들이 많아서 쏠쏠한 재미가 있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와 그 이전의 오리엔트 신화 및 성서와의 연결성이나 어원의 풀이를 통한 본래의 의미파악도 흥미로웠고 그 사건이 과거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배경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현대적 해석에도 고개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신화시대에는 신부를 약탈해 오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결혼 방식의 하나였다. (p. 60)

그리스인들이 발칸반도에 진출하기 전인 신석기시대에 이 지역의 농경 사회는 당시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씨족의 구성원들이 모여 살면서 모계 혈통에 따랐다. 부계 혈통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모권이 실제로 여자들이 '재배'하는 사회 즉 가모장 사회를 의미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p. 86)

결혼은 그리스인들이 발칸반도에 도입한 제도였다. 그 이전에 이 지역에서는 대모신을 숭배했으며, 공동체 안의 사람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고 오직 어머니가 누구인지만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가부장적 결혼 제도가 성립되지 않았던 모계 사회였던 것이다. (p. 91)

그리스인들이 자신들의 가부장적 신들과 함께 발칸반도로 이주해 왔을 때, 모신들 및 그들의 신탁과 남성 신들의 지배권 사이에 일종의 이데올로기 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p. 130)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 레무스 형제도 아내를 약탈해옴으로써 나라의 기틀을 잡았다. 그 이전에 신화시대에도 이미 다른이의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약탈해가는 경우는 흔했다. 신들은 거리낌 없이 남의 아내를 탐했지만 인간들 또한 그러했다. 하다못해 트로이전쟁 또한 파리스가 남의 아내인 헬레나를 데려오면서 발생했다. 그리고 아내 약탈전이 아니어도 여자들은 관리대상이었다. 모계 중심의 씨족사회에서 부계 중심의 가부장 사회가 되면서 남자들은 자신의 아이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여자들 또한 소유물화 했다. 신화에서 신들의 권력이동은 인간사회에서의 인식변화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와 고대 오리엔트 지역의 신화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성서에도 고대 오리엔트 신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성서와 공통점을 지닌 대표적인 것으로는, 성서의 낙원에 해당되는 황금시대와 성서의 노아의 방주에 해당하는 대홍수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그리스 신화와 성서 사이에는 넓은 의미에서의 유사점을 또 하나 찾아볼 수 있는데, 이것은 거듭해서 새로운 시대가 등장하는 '순환론적인' 역사관이다. 이런 역사관에서는 하나의 시대가 큰 재난으로 파국을 맞게 되면 새로운 시대가 그 뒤를 잇게 되고, 결국에는 이런 시대들의 연속 전체가 또 다시 반복된다. 이에 대비되는 직선적인 역사관은 후기 유대문화에서 시작되어 기독교로 유입되는데, 이 관점에 따르면 역사는 천지창조로부터 인류의 구원이라는 목표에 이르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다. (p. 140)

오비디우스나 베르길리우스 같은 위대한 시인들도 일조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정치선전은 그의 치세를 새로운 황금 시대라고 선언함으로써 황금시대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인류의 오랜 갈망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이런 시대 구분을 이용하여 오히려 반로마적인 감정을 선동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인류의 타락과 몰락을 가져온 철의 시대가 된다. 기독교 교부들도 역사에 대한 이런 해석을 받아들였다. (p. 142)

카오스를 종식시키고 질서를 창조한 신들의 이야기는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하여 그리스인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와 성경의 천지창소 이야기 사이의 커다란 유사성은 이 둘이 모두 동일한 원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다. (p. 260)

인간 창조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성서의 창조설화와 마찬가지로 중동 지방의 설화에 근원을 둔다. 성서에 나오는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는 그리스 신화의 데우칼리온과 퓌라에 해당한다. (p. 368)

신화를 알면 역사와 종교적 해석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정치적 해석까지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를지라도 비슷하게 이용되는 경우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중세의 영웅 지크프리트에게 아킬레우스의 경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용의 피에 몸을 담금으로써 부상을 입지 않는 신비한 힘을 얻지만 이때 그의 등에 보리수 잎이 떨어져 그곳이 그에게 '아킬레스건'이 된다. (p. 173)

마법의 힘을 지닌 황금 머리카락이라는 모티브는 고대 신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동화적인 모티브가 고대로부터 그림 형제에 이르는 오랜 노정에서 거의 변화를 겪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p. 211)

성 게오르크의 전설 속에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신화가 살아서 이어진다. 성 게오르크는 용에게 희생 제물로 바쳐진 아이아 혹은 클레오돌린데라고 하는 아름다운 공주를 구해주고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 (p. 344)

신화에서 소설이나 희곡 등 문학으로 바로 연결된 경우도 많지만, 동화에 반영된 것들도 많았다. 신화는 환상적이다.

에리뉘에스는 법 질서가 거의 가족 단위에 제한되어 있어 피의 복수가 유일한 사법 형식이었던 신화시대의 여신들이었다. (p. 216)

오레스테스 사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복수에 대한 법적 권리와 의무가 가족으로부터 법정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p. 219)

이피게네이아의 신화에서 아르테미스에 의해 인간 희생이 폐지되는 것과 유사한 이야기가 구약에도 나온다. 그리스 신화와 마찬가지로 유대의 설화도 노한 신에게 인간을 희생 제물로 바치던 고대의 오래된 관습을 증언해 준다. (p. 244)

티탄족들은 다시 타르타로스에 감금되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었다. 하지만 이 질서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스인들도 다른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카오스에 대한 불안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이 그토록 진지하게 종교적 제의를 거행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들판의 풍작과 가축의 다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매년 새로이 그에 대해 기원해야 했다. 그리고 왕들은 신들과 도시를 창건한 영웅들에게 희생 제물을 바치는 제사를 올림으로써, 정치적 질서가 무너져 도시가 카오스 상태에 빠지는 일을 막아야 했다. (p. 259)

개인적 복수에서 법정에서의 판결로 인간 희생제물에서 동물 희생제물로 혼돈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제의로 신들의 생성과 탄생 및 신들에 대한 제의의 변화는 곧 사회를 지탱하는 구조적 기준을 보여준다.

신들이 티탄족이나 기간테스 족과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는 이 신들이, 그리고 이 신들과 함께한 고대 그리스 문명이 어떻게 그들의 지배권을 확립했는지를 추측하게 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지배에 반발하여 계속해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p. 320)

그리스 민족의 선조들은 말을 가지고 그리스로 이주해 왔으며 신화의 영웅들은 대부분 말 사육과 전차몰이에 능숙했다고 전해진다. 말과 거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이는 북방 기마민족의 전사들이 그리스인들에게는 매우 두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마도 그로 인해 켄타우로스족의 신화가 생겨났을 것이다. (p. 266)

포세이돈은 원래 그리스 이전 시대의 신이었다가 초기 그리스 시대에 와서 말의 신과 결합되었고 그 후 그리스의 바다신이 된 것이다.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사용한 목마는 포세이돈에게 바쳐졌을 가능성이 높다. (p. 355)

테세우스는 다시 길을 떠나면서 아리아드네를 이 섬에 홀로 남겨둔다. 왜였을까? 보편적으로 보아 전설 속의 어떤 영웅도 첫 번째 모험길에서 아내를 얻어 귀향하는 법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것은 타향에서 돌아오는 수공업의 도제들도 마찬가지다. 영웅이나 도제는 모두 왕이나 장인이 되어 한 곳에 정착한 후에야 아내를 구하는 법이다. (p. 300)

신화의 배경을 알면 알았던 신화도 새롭게 보인다. 신들의 전쟁은 인간들의 세력다툼을 은유하고, 기마민족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이전부터 유래되었음을 알수 있었다. 포세이돈이 말의신이기도 했다는 것을 처음 알면서 관련된 일화들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험과 정착속에 아내의 위치를 설명하는 부분도 이마를 탁 치는 순간이었다.

그리스인들이 기간테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신들을 즐겨 묘사했던 것은 그것이 야만족에 대한 그들의 우월성을 입증해 주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p. 263)

헤라클레스가 그토록 많은 여행을 한 이유는 그리스인들이 그를 각별히 사랑했기 때문이다. 즉 모든 그리스인들은 헤라클레스가 자신들의 고장을 방문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겼거나, 혹은 심지어 그곳의 공주를 임신시켜 그 도시의 귀족 가문의 시조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p. 404)

오비디우스의 작품에서 비너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오비디우스는 수많은 에로틱한 이야기들을 그의 작품에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의 이 연작 신화집(변신이야기)을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대한 찬양의 글로 만들 수 있었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가문은 비너스의 후손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p. 361)

그리스 초기의 명문 귀족들은 미국 서부의 농장주처럼 서로 소떼를 훔치는 것을 일종의 스포츠로 즐겼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p. 408)

이 교통 안내 표시는 초기에는 단지 길을 가리키는 돌무더기였으나, 후에는 헤르메스의 머리가 새겨진 사각의 기둥으로 발전했다. 앞쪽에는 남자의 성기가 새겨져 있어 여행이 남자들의 일임을 상징했다. (p. 414)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영웅들 중에 아내에게 끝까지 충실했던 인물은 헥토르 하나뿐이었고 남편에 대한 사랑을 변함없이 지켰던 여인도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뿐이었다. (p. 417)

헤르미오네는 남편(네오프톨레모스)의 노예인 안드로마케를 질투하여 남편이 집에 없을 때 그녀와 아들들을 살해하려 했다.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이자 네오프톨레모스의 할아버지인 펠레우스가 개입하여 그들은 간신히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p. 420)

그리스인들이 신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나 그들의 욕망 혹은 의도 그리고 문화를 알게 되면 신화를 보다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그리스비극이나 펠로폰네소스전쟁사 같은 다른 고대관련 책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예를들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을때 헤르메스의 기둥관련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모양에 대한 의미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안드로마케가 나중에 노예신분에서 벗어나 도시국가를 건설하게 되는 아이네이스 속 이야기가 떠올라 신화에 읽었음에도 더 신화를 알고 싶은 확장되는 호기심에 입문서로의 이 책의 능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신화는 언제 읽어도 또 읽어도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의미를 알게 되는듯 해서 또다시 새롭게 읽게 될 것 같다.

신화 읽기의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즐거웠다. 역시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시리즈는 참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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