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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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한 방울이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의 빗물에는 한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의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한 방울로서의 책무가 있다. 우리는 그걸 잊어서는 안 되리라.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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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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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인적인 문장이 일반 독자의 관심을얼마나 끌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손을 움직여 실제로 문장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태생이 추상적, 관념적으로 사색하는 것에 서툴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고, 과거를 조망하고, 그걸 눈에 보이는 언어로,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환치할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쓰면쓸수록 그리고 그걸 되읽으면 되읽을수록 나자신이 투명해지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휩싸이게 된다. 손을 허공으로 내밀면, 그 너머가아른하게 비쳐 보일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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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란 무엇인가, 란 시가 있는데."
부엌에서 물을 끓이면서 가호가 말했다.
"이렇게 시작돼,
아무리 순조로웠던 하루가 끝나도
날이 밝을 때까지 깨어 있어도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 또 하루를 지낸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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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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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는 그 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나오는 한 구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유와 독립,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에 대한 희생으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한다.‘
그러나 거들먹거리지 않고 친밀감을 표현해주는 사치를 보면 외로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나 가족 제도 따위가 아니라,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느슨한 연대, 왜 같이 사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금 우리 같은 생활 내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 실보다 가늘고 미덥지 못한 연결 안에 말이다.
외로움이라는 지옥. 그런데 이때까지 인간이 천국에서 살던 시대가 있긴 했던가? - P60

그러나 이해의 도래는 번개처럼 한순간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암흑이 가득할 뿐이다. 암흑 속에서 더듬거리며 누군가와 손이 닿을 때를 꿈꿀 뿐이다.
밤이 길기 때문에 빛을, 이해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바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란 쓸쓸하면서 사랑스러운 영혼을 품은 생명체다. - P208

그래도 꿈을 꾸는 것이 뭐가 나쁜가. 나이를 먹어 죽을 때까지 마음 맞는 친구와 즐겁게 살았습니다. 이런 동화가 있어도 괜찮을 것이다.
언젠가 싸워서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미래를 두려워해 꿈을 꾸는 것을 그만둔다면 동화는 영원히 동화일 뿐이다. 부화하지 못하고 화석이 된 알처럼 현실이 되는 길이 막힌다. 사치가 생각하기에 그건 너무 바보 같았다. 꿈을 꾸지 않는 현자보다 꿈을 꾸는 바보가 돼 믿고 싶다. 만끽하고 싶다. 동화가 현실로 바뀌는 날을.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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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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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아무때나, 1년365일 연중무휴로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은 거의 그렇게 되어 가고 있어. 삶이 꼭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 먹을 수 있는 메뉴판처럼 변했다고. 우린 원하는 게 있으면 뭐가 됐든 갖고플 때 가지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말이다, 그만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기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 아닐까 싶어. - P21

책 속에는 길이 있다. 독서가는 기본적으로 모험가요, 낯선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길은 혼자 걸어야 한다. 독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체험이다. 같은 책을 통과한 모험 동지들은 책 바깥으로 무사히 나온 뒤에야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로를 거처 책 속의 미로를 뚫고 나왔는지, 거기서 무엇을 마주쳤는지, 어디서 환호하며 발을 굴렀는지 혹은 주춤주춤 도망쳤는지는 사실 지극히 개별적인 비밀이다. 그러니 공감하는 눈길과 맞장구의 실체 또한 영영 시원히 밝혀낼 수 없는 미스터리일지 모른다. 당신은 이 작은 미로들이 즐거웠는지? 어느 구간에서 특히 서성였는지? 우리는 서로의 감상이 궁금하다. 의견의 합치를 이루면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일 테고 낯선 해석에는 잠시 귀를 기울이리라. 그리고 다음 책, 낯선 미로에 홀로 들어설 것이다. 셜리 잭슨의 문장을 살짝 빌리자면 ‘누구든 책 속을 걸어갈 때에는 항상 혼자이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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