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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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는 그 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나오는 한 구절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유와 독립,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찬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에 대한 희생으로 모두가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한다.‘
그러나 거들먹거리지 않고 친밀감을 표현해주는 사치를 보면 외로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남자나 가족 제도 따위가 아니라,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느슨한 연대, 왜 같이 사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금 우리 같은 생활 내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 실보다 가늘고 미덥지 못한 연결 안에 말이다.
외로움이라는 지옥. 그런데 이때까지 인간이 천국에서 살던 시대가 있긴 했던가? - P60

그러나 이해의 도래는 번개처럼 한순간이고 대부분의 시간은 암흑이 가득할 뿐이다. 암흑 속에서 더듬거리며 누군가와 손이 닿을 때를 꿈꿀 뿐이다.
밤이 길기 때문에 빛을, 이해를,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바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란 쓸쓸하면서 사랑스러운 영혼을 품은 생명체다. - P208

그래도 꿈을 꾸는 것이 뭐가 나쁜가. 나이를 먹어 죽을 때까지 마음 맞는 친구와 즐겁게 살았습니다. 이런 동화가 있어도 괜찮을 것이다.
언젠가 싸워서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미래를 두려워해 꿈을 꾸는 것을 그만둔다면 동화는 영원히 동화일 뿐이다. 부화하지 못하고 화석이 된 알처럼 현실이 되는 길이 막힌다. 사치가 생각하기에 그건 너무 바보 같았다. 꿈을 꾸지 않는 현자보다 꿈을 꾸는 바보가 돼 믿고 싶다. 만끽하고 싶다. 동화가 현실로 바뀌는 날을.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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