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64'를 읽고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하나 하나 찾아가는 중이다. '클라이머즈 하이'를 먼저 읽긴 했는데... 재미있게 또는 너무 즐겁게 읽은 책은 리뷰 쓰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욕심이 앞서서 일거다. 좋은 책이니 좋은 리뷰를 쓰고 싶다.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책에서 얻은 나의 감동, 재미를 함께 즐기고 기억해주는 리뷰를 쓰고 싶다. 이런 욕심.

이 말은 다시 말하면 종신검시관 보다는 클라이머즈 하이가 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에 대한 리뷰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나는 단편이라는 장르가 어색하다. 그나마 덜 어색한 부류가 연작의 형태를 띄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나 이 책 종신검시관 같은 작품. 연작에서는 같은 인물이 때때로 튀어나와 반갑기도하고 다양한 에피소드 안에서 캐릭터가 서서히 부각되면서 한 인물의 다양한 모습이 모이기도 하고... 그래서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지만 종신검시관에서는 이런 재미는 잘 모르겠다. 종신검시관, 구라이시 학교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리우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추리를 선보이는 주인공 구라이시지만, 그 내면이나 그가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서 보이는 개인의 역사가 거의 읽히지 않는다. 아마도 단편이기에 그런 부분까지 담아내기에는 무리였는지, 아니면 내가 읽어내지를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만 모든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그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

한 사람의 인생 마지막, 그것도 자살 또는 타살의 형태로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사연에 따라서는 쉽게 술자리의 잡담으로 떠들만한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예의를.

 

귀차니즘의 극을 달하는 요즈음..과연 나는 내 자리에서 해야하는 역할과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다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한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구라이시였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거지 같은 이야기지. 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거지 같은 인생이라도 이 사람들에게는 단 한번뿐인 인생이었다. 그러니 발을 빼지 마라. 검시로 얻을 수 있는 건 뿌리까지 캐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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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의외로 금방 읽었거나 재미있게 읽은 책, 특히 소설에 대한 느낌을 서평으로 옮기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냥 `재미있다, 좋다`, 딱 이런 느낌만 있을 뿐 이걸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럴 땐 그냥 포기하는 편이에요. ^^

cyan 2015-03-20 21:41   좋아요 1 | URL
시간이 흘러 다시 읽고 서평을 쓰기도 하고, 포기도 하고..다른 분들 서평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책을 통한 교류로 많은 것을 배우는 요즘 입니다. 행복한 금요일 밤 되세요 cyru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