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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작전 -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프시케의숲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호모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본래 전공을 쓴 책이다. 기사도 시대에 특수 작전이 수행된 과정과 역할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저자가 특수 작전을 선택한 이유는 특수 작전이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기사도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암살이 가장 효율적인 전쟁 방법이었다는데, 그게 뭐 기사도냐! ㅋ 싶지만 성유물을 훔쳐오는 특수 작전도
흔히 행해졌다는 설명을 읽으니 과연 중세로고, 싶기도 하다. 읽기 재밌다.
'특수작전'이란 투입된 자원에 비해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능력이 있는 소규모 부대가 좁은 지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수행하는 전투작전을 말한다.
- 13쪽에서 인용
목차가 좀 뜻밖이다. 중세 전쟁사에서 십자군 전쟁을 뺄 수야 없지만, 전체 7장 중 3개 장이 11, 12세기 십자군 시절 중동 이야기다.
개관 격인 1장을 제외하고 나면 전체의 절반 분량이다. 이스라엘 출신인 저자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일까. 그외 지역 셋은 14세기 칼레, 15세기
부르고뉴 공국, 16세기 카를 5세가 침공한 프로방스 지역이다. 그러니까 11~16세기까지다. 각 세기별로 안배해 구성했다기 보다는 작전의
특성이 잘 보이는 사건을 택한 것 같다.
6장의 부르고뉴 공국 공작들이 영토를 늘려 간 방식이 거의 납치 작전을 통한 상속 강요였다는 것, 재미있었다. 다른 책에서 이렇게 깊이
읽어보지 못했다. 아니, 부르고뉴 역사 자체가 독립된 한 장으로 다뤄지는 경우를 별로 못 본 것 같다. 주경철 저 <유럽인 이야기
1>외에는 거의 백년 전쟁이나 합스부르크 제국 성립과 관련해서 조금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공국의 야심찬 영토 획득 과정을 세세히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흥미진진한 장은 마지막 7장인 '오리올의 방앗간'이었다. 적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방앗간을 습격한다는 발상도
재미있고 그 과정 서술도 다른 장에 비해서 작가의 필력이 발휘된 것 같다. 이 작전이 수행된 1536년은 이미 근대인데 저자는 왜 기사도 시대의
작전의 마지막 장으로 이 방앗간 습격 작전을 선택했을까? 저자는 기사도의 가치관은 16세기 내내 서구의 전쟁에 영향을 끼쳤으며 화약혁명이
특수전의 역사에서 분수령이 되지 못했기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거기에 나는 카를5세가 중세적 제국 건설의 야망을 가진 마지막 인물이라는 점을
더하고 싶다.
책은 작전 수행과정 서술 위주이다. 큰 논평이나 자세한 사회적 역사적 배경 설명은 없는 편이다. 그런 부분이 아쉬운 독자가 있다면, 마이클
하워드가 지은 <유럽사 속의 전쟁>의 중세 부분과 병행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특수작전이 지닌 문화적 매력 덕분에 특수작전이 국민들의 사기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력도 늘어났다. 국가의 이미지, 특히 국가의 남성적
이미지가 특수작전에 크게 녹아 있기 때문에, 작전이 성공하면 국민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실패하면 정규작전이 실패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사기가
떨어진다. 특수작전의 성공이 언제나 화려해 보이는 만큼, 실패는 굴욕적이다. 임무에 참가한 특수부대원들은 국가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영화관과 게임 화면에서 본 특수작전과 실제 특수작전을 동일시하는 데 익숙하다.
- 25쪽에서 인용
현대의 특수작전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위 부분도 흥미로웠다. 전쟁과 남성성 관련, 더 자세히 이 부분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이게 다였다. (레이건 시절 스크린에 등장한, 심히 남성적으로 목 굵은 람보가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