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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4
가와이 하야오 지음, 위정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3월
평점 :
융심리학(분석심리학)을 일본에 최초로 소개한 가와이 하야오 선생이 쉽게 설명해주는 콤플렉스 이야기다.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답게 얇고도 내실있다. 그동안 읽었던 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의 오타쿠같은 책들과 다르다. (물론 그런 책들도 나는 매우 좋아한다)
1장에서는 콤플렉스란 무엇인가를 정의내리며 시작한다. 이어서 콤플렉스 현상과 해소 방법을 말한다. 내게도 있고 우리 집에도 있는, 흔한 여러 문제를 갖고 갈등하는 사람들의 예가 나온다. 예를 통해 가와이 선생은 조언을 해 준다. 우리는 누구나 콤플렉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억압하지만 말고 자아 체계에 통합하라고. 억압하고만 있으면 어느 순간 폭발해 버린다고.
이렇게 보면 자아는 존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과 스스로를 변혁하려는 경향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자아는 언제나 미완의 상태이자 발전하는 경향을 향해 열려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 28쪽에서 인용
자아라는 것이 완성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자아의 불안정성이 비롯된다고도 나는 생각한다.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어딘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완결되어 있는 것에는 발전이 없다. 그러나 열려 있는 것은 동시에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자아와 콤플렉스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 31쪽에서 인용
우리가 콤플렉스의 인격화를 여실히 경험하는 것이 꿈 체험이다. 꿈에서는 우리의 많은 콤플렉스가 인격화되어 나타난다.
- 151쪽에서 인용
콤플렉스의 내용은 감정으로 굳어져 있다. 그것은 사실 ‘해소’라기 보다는 ‘폭발’에 가까운 현상을 통해서야 비로소 극복된다 .
– 118쪽에서 인용
꿈이나 신체 이상 증상은 콤플렉스를 받아들여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는 암시이자 기회라는 말을 해주는 제5장 꿈과 콤플렉스 부분이 인상 깊다. 해마다 겨울이면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꿈 속 등장인물에게 아무 미련이 없는데 왜 자꾸 내 무의식이 불러내나, 하는 점이 의아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가 내 콤플렉스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책을 읽은 후 단단히 벼르고 있다가 드디어 또 꿈에 나타나기에 "꺼져!"라고 말해 주었다. ㅋ)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대담집인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를 읽고 가와이 선생에게 마음이 끌려서 찾아 읽었다. 책으로 만났지만 좋은 인연이었다. 이분의 책을 더 찾아 읽고 싶다. 덤덤하면서 겸손하고 따뜻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저자다. 본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