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하나마치 경영학 - 교토 게이샤 시스템에서 배우는 경쟁력의 비밀
니시오 구미코 지음, 고경문 옮김 / 페이퍼로드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설국>, <나비부인>, <게이샤의 추억>등의 책과 영화, 오페라를 접하면서 게이샤 관련 풍습이 궁금했었으나 기존 일본문화서적에서 깊이 읽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교토를 상징하는 게이코(게이샤의 교토식 명칭)와 그 게이코를 관리하는 하나마치(花街) 관련한 풍습과 경영방식이 잘 나와있는 이 책을 읽고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게이샤의 정식 명칭은 게이기(芸妓)인데 게이기를 교토에서는 게이코, 도쿄에서는 게이샤라고 한다. 마이코는 20세 이하의 견습 게이코를 부르는 용어로,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마친 15세부터 오키야(置屋)에서 숙식하며 전통악기와 춤, 예의, 심지어 교토 사투리까지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게이코와 마이코는 머리모양, 옷차림, 신까지 다 다르다. 물론 역할도 다르다. 20세가 된 마이코는 게이코가 되어 고객에게 연회를 제공하는 장소인 오차야(お茶屋)로 영업을 나가는데 오자시키(お座敷, 연회자리 또는 술자리)에서 게이샤가 일하는 시간에 지급되는 화대는 향을 피우는 시간으로 계산하여 받는다. <설국>에 나와있듯 말이다. 이들 게이샤의 근무지가 모여 있는 지역이 하나마치(花街)인데, 교토에는 예로부터 기온을 비롯한 5곳에 하나마치가 있어서 이를 고카가이(五花街)라고 부른다. 

이상의 게이코와 하나마치 관련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에 대한 전문 서적 못지않게 흥미로운데, 이 책의 목적은 경영쪽에 가까운 듯, 책의 후반부는 다른 지역에서는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하나마치가 왜 교토에서만 번창하고 있는지를 밝혀나간다. 아무래도 시대가 변하여 게이샤 동석시킨 전통적인 접대보다 골프나 가라오케, 룸살롱 문화가 더 흔해진 탓도 있겠지만 저자는 교토 하나마치만의 경영시스템을 그 원인으로 분석해 준다. 고르바초프 마저 거절했을 정도로 처음오는 손님은 거절하는 시스템, 현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후정산 결산 시스템, 고객에게 일일이 묻지 않고 오차야의 오카상이 고객의 취향을 알아서 서비스 일체를 준비하는 시스템, 끊임없이 기예를 연마하기 위해 오키야, 기예 학교인 뇨코바(女紅場), 오자시키에서 일하면서 배우며 매년 춤 공연을 여는 시스템, 게이코와 마이코, 오키야, 료리야(요리집), 꽃집, 기모노가게, 오토코시(기모노 입히는 사람), 화장사(메이크업 담당자), 결발사(가발을 올려주거나 머리 묶어주는 헤어 담당자), 기예 선생 등의 전문업자들과 분업하는 시스템이 바로 교토 하나마치만의 경쟁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경영일반 쪽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일본학 서적으로 분류해도 좋을 정도로 게이샤 풍습 관련한 내용이 충실하다. 도표와 사진 자료도 많아서 읽기 더욱 도움이 되었다. 이런 외국인 저자의 전문적인 서적을 번역해 국내에서 출간할 때에는 그들 외국인들은 당연히 아는 용어들을 국내 일반 독자용으로 주를 달아 해설해 주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 책은 단어마다 해설이 잘 달려 있었다. 그런데 '다이쇼 시대'등 일왕 연호로 인한 시대 구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으므로 서기 연대를 괄호 안에 표시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여하간 덕분에 앞으로 일본 사극을 볼 때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성적 목적보다 한 예술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를 강조하는 단나상(스폰서 비슷)의 역할에 대한 부분을 읽으니, 연예인 키우기 같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일반 일본인들의 성정이 꽤 뿌리깊은 것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다카라즈카 가극단과 요시모토 흥업 역시 이런 하나마치의 시스템이 바탕이 된 조직이었구나, 등등,,, 이런 식으로 비단 관련 소설, 영화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과 일본인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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