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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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쓰고 고치는 단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잘못된 문장과 고친 문장의 예문은 물론, 그 문장이 이상한 문법적 이유까지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128쪽부터 나온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3'의 예가 참 좋다. 영어나 일본어 번역투 문장에 익숙한 사람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참고해야할 부분이다. 책은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란 부제목에 딱 맞는 기능을 한다.


자기 문장이 아무 문제 없어보이는 것은 자신의 문장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글쓴이가 자신의 문장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쓰는 글과 같은 분야의 글(특히 비문에 번역투, 만연체, 전문 한자어 남발 전문서적)에 익숙해져 있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타인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이고 냉정한 피드백을 받거나 관련 책을 읽어서 자신에게는 익숙하지만 남들이 읽으면 이상한 문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문법 이론에만 유의하란 말은 아니다. 모든 글쓰는 이들이 명심해야할 기본 자세는 바로 이거다. 문장의 주체는 글쓴이 자신이 아니라 문장의 주어라는 것! 바로 이 점을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해준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 197쪽에서 인용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51쪽에서 인용

 

그렇다고 완벽한 문장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 타이핑하는 자신의 짧은 손가락을 검열할 필요는 없다. 여기 이 책에 있는 조언들은 어느 정도 고칠 분량의 문장이 쌓인 상태에서 유용하다. 일단 쓰기부터 시작하자. 쓰고 나서 고쳐 쓰면 되니 초보 글쟁이들은 일단 한 주제 아래 단행본 한 권 분량의 글을 써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쓴 글이 이상한 문장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적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 그토록 열심히 자료 찾고 공부하여 쓴 글이 문장 때문에 독자에게 다다가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얼마든지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을 쓸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습관에 사로잡혀 그러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155쪽)'

 

그런 안타까움을 막기 위해, 글 쓰기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추.

 

 

***

 

 

이 책을 읽고 바로 같은 저자가 같은 출판사에서 낸 <동사의 맛>도 읽었는데, 유유출판사에서 낸 책들. 참 좋다. 이 저자는 물론, 박산호 번역가와 황윤 작가의 책도 좋았다. 이 출판사는 기본 기능에 충실하도록 심플하게 디자인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생활용품 회사 같다. 기획력도 좋다. 앞으로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눈여겨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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